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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따르릉~ 따르릉~ 딸깍. "여보세요?" "여보세요? .. 나야 피터.." "응 웬일인데?" "그냥.. 후후.. 뭐 언제는 일이 있어서 전화 했나?" "풋, 그렇지.." "...." "왜 아무 말 안 해?" "후후.. 막상 전화 하고 나니까 할 말이 생각이 안 나. 전화 걸 때만 해도 이런 말 해야지 저런 말 해야지 마구 생각이 났었는데..." "그럼, 생각날 때까지 수화기 들고 있어" "하하하... 그럴까?" "피터야, 요즈음은 넘 피곤하다." "왜 많이 바쁘니?" "응, 조금, 이제 애들 개학 했잖아." "그럼 전처럼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겠네?" "응.. 9시 전에는 끝을 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아." "그래서.. 2021. 5. 23.
잊고 있었던 또 한가지...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롤링 페이퍼(Rolling paper)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종이를 만다는 뜻이 아니라 종이를 돌린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정확할꺼 같다. 맨 첫머리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종이를 돌리는 것. 그리고 그 종이를 받은 사람은 그 사람에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이라든가 혹은 남 몰래 남기고 싶었던 말등을 적어 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적고 나면 다시 옆 사람에게 돌리고, 계속 반복하면서 함께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쭉 다 듣는 셈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이 롤링 페이퍼를 처음 해 보았다. 교련 선생님께서 갑자기 수업 시간에 종이를 한장씩 준비하라고 하시고는 롤링 페이퍼를 하는.. 2021. 5. 23.
좋은 열매를 기다리며...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학교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102번이나 300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야 한다. 학교가 포철 직원 단지 내에 있다 보니 시내 구경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어쩔 때는 몇 주일씩, 혹은 몇 달씩 학교안에서만 생활 하기도 한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다 보면 포철 직원 단지를 지나 포항 성모 병원 앞 도로를 지나게 된다. 그 도로의 양 옆은 예전부터 논이었다. 시간이 흘러가고 그리고 또 계절이 바뀌는 것을 정말 아무런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봄이 되면 그 논은 모자리를 위하여 물을 흥건히 담게 된다. 여름이 되면 아직 파랗기만 한 벼가 술렁대고, 가을이면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 내는 황금빛 옷을 .. 2021. 5. 23.
두 사람에 관한 리포트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코너를 막 돌아 섰을 때 그는 잠시 주춤거렸다. 멀리서 그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이 쪽으로 내려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갔지만 발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발 걸음을 멈추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았다. 그는 계속 걸었다. 그녀도 이 쪽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친구들과의 대화에 묻혔다. 그도 옆에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그러면 어색하게 어디다가 시선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먼 산을 바라다 보았다. 결코 그녀 쪽은 바라 보지 않을꺼야.... 그러나 은근히 자신도 모르게 밀려 오는 슬픔에 답답.. 2021. 5. 23.
농부의 아내가 되어 주시겠어요?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의 대학원 사람들은 결혼을 일찍 하려고 서두르는 편이다. 박사 과정 2년차쯤 되면 서로들 건네는 인사말이 '너, 이제 장가 가야지' 하는 말이 될 정도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에 선배들을 보면 이제 학부 기준으로 89학번의 선배들이 장가를 가기 시작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우리 90학번 동기들도 하나 둘씩 가기 시작하리라 예상(?)한다. 오히려 주위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쯤의 대학원생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일찍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포항이라는, 그리고 학교 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다 보니까 .. 2021. 5. 23.
산타가 내게 오지 않았던 이유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포항에서 집에 까지 가는데 1년이 걸렸다. :( 오후 5시에 포항 고속 버스 터미날에서 출발했는데 서울에 도착을 하니 막 새해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대합실 티비에서 들려 오는 보신각 종 소리. 12시 5분. 이렇게 이상한 새해를 맞이 해서 인지 서울에 있는 동안도 예년과는 다르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2시쯤 겨우 집에 들어가 눈을 잠시 붙이고 나니 창 밖으로 올해의 첫 눈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이 좋다고들 말하나 보다. 따뜻한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면서 창밖에 소복히 내려 앉는 눈들의 비행(飛行)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아마도 포항 기숙사였다.. 2021.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