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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배심원 소환/선정 경험담

by 피터K 2022. 7. 25.

미국 드라마/영화 중에 법정 내용을 다루는 것들을 보면 한국과 다른 점 하나가 배심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변호인들은 법률적인 내용과 증거/증인을 두고 판사나 서로에게 논쟁을 벌이기 보다 배심원들을 바라 보며 어떻게든 어필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사실 드라마/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지 일반 사람들은 살면서 법정에 갈 일은 거의 없다. 법조인이 아닌 다음에야 법정에 간다는 건 그 자체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일테니까.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배심원 제도가 있기 때문에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도 법정에 가 볼 기회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주변에 물어 보면 토종 미국인이라도 한번도 배심원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는 친구들도 많은 것을 봐서는 이게 또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배심원 소환 (juror summon) 우편을 받았고 7월 중순 오스틴 다운 타운에 있는 법정에 생애 처음으로 배심원 소환에 참석해 보았다. 특이한 경험이라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배심원 소환

 

우선 배심원 자격은 시민권자이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등록이란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누가 시민권자인지 영주권자인지 자료가 없다. 그래서 운전면허등록을 이용한다고 한다. 운전면허증에는 집주소가 있고 누가 등록했는지 알 수 있으니 그 정보를 중심으로 임의로 선정을 한다. 여기에는 등록된 이름과 주소만 있기 때문에 일단 소환 우편물만 보낸다. 

 

San Jose/CA에 살 때 내 앞으로 그리고 와이프 앞으로 몇번 소환장을 받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는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였기 때문에 소환장에 적혀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자격이 안 되는 이유란에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표시하면 자동적으로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시민권자가 된 이후에는 소환장을 받아 본 일이 없었다.

 

Austin/TX로 이주해 온 다음 임시로 머물렀던 아파트는 Williamson county 행정 구역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운전면허증을 TX로 등록할 때 이 주소를 썼고 몇달 후 집을 구해 이사를 했는데 이 집은 Travis county에 속했다. 그런데 내 앞으로 한번, 와이프 앞으로 한번 배심원 소환장이 왔는데 이전 주소 기준인 Williamson county 법정에 출두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 자격 조건에 해당 county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이 있었다. San Jose/CA에 있을 때에는 안내 인터넷 주소로 접속 후 자격이 안 되는 이유(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를 쓸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접속 후 확인을 하니 county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만 표시되어 있었지 지금은 다른 county에 살고 있어 자격이 안 된다는 항목이 없었다. 아마 선정해 보낼 때 운전등록 기록 중심으로 당연이 해당 county에 산다고 가정해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소환 우편이 이사 후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forwarding service로 새 주소로 전달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을 알릴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Williamson county 법정이 있는 Georgetown까지 법원을 찾아 갈 수 밖에 없었다. 

 

배심원은 시민의 의무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소환을 받았는데 특별할 사유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무시할 수 없어 증빙 서류로 주소가 업데이트 된 와이프의 운전면허증까지 복사해서 법원을 찾아 갔는데 법원 사무원은 말로 설명 듣더니 알았다며 소환 우편물만 받아 갔다. 혹시라도 증명하라고 할까봐 일부러 찾아 간 것이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전화 할 걸 그랬다 싶었다.

 

그리고 결국 처음으로 피할 수 없는 Travis county 배심원 소환장이 날아 왔다.

 

배심원 소환을 받는다는 것이 바로 배심원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설명할 것처럼 별의별 이유로 소환에 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환장을 받는 사람의 수는 상당히 많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각자 개인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소환장 받는 사람이 다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소환장 우편물에 있는 인터넷 주소로 접속해 우편물에 적혀 있는 Juror No를 등록하면 지금부터 두달 정도 후까지 달력이 뜨면서 사정이 있어서 참석이 어려운 날들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선택을 하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면 내가 표시한 날들을 피해서 그 중에 내가 참석할 수 있는 케이스를 찾아 매칭을 한 후 참석해야 할 날짜와 법정 번호를 보여 준다. 즉 정해진 법정이나 사건에 맞게 배심원 소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 풀(pool)을 만들어 사람들을 각 케이스에 할당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소환날 법정까지 가기

 

그렇게 나한테 결정된 날은 7월 중순 수요일. 그리고 재판이 길어지면 더 참석해야 하니 목/금요일까지 시간을 비워두라는 안내가 떴다. 출석 장소는 Austin 시내 한복판 County Court, 아침 8시 30분까지 출석해야 했다.

 

주소를 찾아보니 정말 시내 한복판이었고 최근 Austin 교통 상황을 보면 거의 한시간 반, 아니면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었고 더 큰 문제는 시내 한복판에서 주차문제였다. 인터넷으로 등록을 마치니 확인 이메일이 날아 왔고 거기에 이런 저런 안내도 적혀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주차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가급적 대중 교통을 이용하라는 것과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주차 요금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동전을 넣는 street parking의 경우 배심원 참석 중에는 함부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만일 time out이 되어 티켓을 받게 되는 경우 자기네들에게 가져 오면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따로 교통비 지원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었다.

 

회사가 불과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 시간에 시내로 나가 본 경험도 없었고 얼마나 교통체증이 심할지 또 어떻게 주차를 해결할 건지 확신이 없어서 대중 교통을 알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 온 것이 Austin 대중교통 시스템 CapMetro 중에 Metro Rail이 있었고 그게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station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곳은 park & ride를 지원하는, 즉 주차장이 딸린 station이었다. 종점은 시내 한복판. 약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적어도 시간에 맞추어 제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근처 Metro Rail Lakeline Station. 멀리 보이는 두량짜리 열차가 전부다.

 

출석해야 하는 당일 아침 미리 시간표를 알아 보고 도착시간에 맞추어 역으로 향했다. 편도 $3.50, 당일 사용권이 $7.00이었고 어짜피 왕복을 타야 했으니 당일 사용권으로 구매했다. 열차는 단지 두량짜리였고 정말 깨끗했다. 

 

Metro Rail Day Pass. 두량 밖에 안 되는데 차장이 매번 돌아다니며 표검사를 했다. 그냥 보여주면 끝이었다.

 

40분 정도 걸려 다운타운 역에 도착. 거기서부터 법원까지 약 20분 정도를 걸었다. 매일 100도를 넘는 날씨였지만 아침 일찍이라 별로 덥지도 않고 운동삼아 걸어 갈만 했다.

 

다운타운 종착역. 우측에 있는 건물이 Austin Convention Center.

 

법원은 정말 시내 한복판에 있다. 가다보면 Texas Capitol 앞으로 지나게된다.

 

Travis County Court. 가운데 보이는 문으로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좌우 지하로 연결된 것 같은 입구로 들어 간다. 그려면 1층으로 연결되고 거기서 비행기 탈 때처럼 검색대를 통과하게 된다.

 

 

배심원 소환 참석

 

법원 안 법정 입구에 가니 나처럼 배심원 소환을 받고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모여야 할 시간인 8시 30분이 지나 45분쯤 되니 안에서 법원 관계자가 나오더니 한줄로 서라고 했다. 그리고 신원을 먼저 확인 하는데 운전면허증이라도 꺼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이름만 묻더니 출석 대상자 명단에서 확인만 하고는 Letter 용지 사이즈보다는 조금 작은 번호표 하나와 안내장 하나를 나누어 주었다. 이 번호표는 배심원 선정이 다 끝날 때까지 항상 들고 있어야 했고 안내장은 배심원 참석에 대한 돈이 지급되는데 그걸 donation할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 배심원 소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반나절 혹은 선택되면 하루, 길어지면 그 이상을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당 같은 것이 제공된다. 뭐랄까, 마치 한국에서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는 경우 일당이 나오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금액이 너무 작았다. 

 

일단 배심원 소환에 응해 참석한 경우, 그리고 배심원에 선택이 되는지 아니면 선택이 안 되어 바로 집에 가더라도 일당은 $6. 선택되어 재판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다음 날도 참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하루 $20 추가. 회사를 다니는 경우 회사에서는 이 배심원 참석에 따라 차별을 두면 안되고 그냥 유급 휴가처럼 처리해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자영업자의 경우 꽤 손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배심원 참석이 시민의 의무라지만 이건 좀 너무 적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donation 항목에 체크를 했다. Donation을 하는 경우 어느 단체에 donation 할 건지 묻는 항목이 있었다. 아이와 여성 학대 방지 단체, 저소득층 법률 지원 단체 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다시 10여분이 지난 후 판사님이 나오셔서 소환에 응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배심원의 중요성에 대해서 5분 정도 설교(?)하시고 들어 가셨고, 또 10여분이 지나 이제 법정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입장 순서는 앞서 나누어준 번호표 순서대로. 번호표 순서에 맞게 줄을 서 7명씩 입장하는데 법정에 들어가 보니 교회 같은 곳에서 보게 되는 긴 의자가 있었고 한줄에 7명씩 앉게 했다.

 

의자에 앉으니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법정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중앙 상단에 판사석, 그 앞에 좌우로 각 변호사석. 그리고 왼쪽 한편에 마련된 배심원석이 보였다. 규모만 조금 작았을 뿐이지 정말 드라마/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배심원 선정 과정

 

처음 들어갈 때는 모든게 낯설어 잘 알아 차리지 못했는데 선정 과정 중에 한번은 휴식 시간으로, 한번은 설문이 다 끝나고 선정을 기다리기 위해 두번 법정 밖으로 나갈 일이 있었는데 나갈 때, 들어 갈 때 판사를 뺀 양쪽 변호사, 사건 당사자, 그리고 법정 안에 있던 사무원 같은 모든 분들이 기립을 했다. 입장 할 때 모두들 서 있다가 배심원들이 자리에 앉으면 그 때 자리에 앉았고, 나갈 때면 다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 배심원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서 있었다. 

 

밖에서 기다릴 때는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 기다렸기 때문에 모두 몇명인지 몰랐는데 번호표 순서대로 맞추어 입장을 해 보니 모두 30명이 모였다. 이제 다 모인 상황에서 판사님께서 먼저 설명을 시작하셨다.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이 법정에서 다루게 될 사건에 대한 간단한 소개, 자세한 소개가 아니라 이 사건은 민사 사건이고 자동차 사고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 정도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배심원 선정이 다 끝날 때까지 외부와 따로 연락하지 말 것, 법정 안에서는 핸드폰을 끌 것, 밖에 나가서 기다릴 때 서로 인사 정도는 괜찮지만 이 사건이나 법정에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로 나누지 말 것 등등 주의할 점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양편 변호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배심원 선정 과정이 시작되었다.

 

처음 나선 변호사는 피고측 변호사.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 변호사 우리들 앞으로 나오더니 갑자기 강의(?)를 시작했다. 배심원이 된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다못해 자기 와이프가 자기에게 부탁한 일을 잊어버리고 한다는 등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거의 30분을 이러한 이야기로 허비했던 것 같다. 이게 다분히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들이 흔하게 쓰는 어떤 그들만의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나 이야기가 여기 저기로 흐르는지 판사님도 이런 저런 서류도 보다가 나중엔 잠깐 조는 모습까지 보았다. 그런데도 판사님이 어떤 지적을 하거나 상대방 변호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그네들만의 방식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내 엔지니어로만 살아온 내가 보기엔 정말 비효율의 극치처럼 보였다. 

 

그리고 30분의 강의 혹은 딴소리로 허비한 후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 질문들, 예를 들어 증인으로 누가 누가 나올 건데 이들이 대해서 알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사고 장소가 어딘데 그 장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법조인이거나 관련 있는 사람, 배우자나 형제자매 중에서 법정과 관련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내어 놓았다. 

 

질문에 해당 사항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번호표를 들라고 했는데 번호표를 나누어 주고 순서대로 나누어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번호표를 들면 앞에서 변호사가 그 번호를 보고 기록을 한다. 번호 순서대로 앉아 있으니 알아 보기 쉽고 확인도 쉽다. 첫번째 변호사의 상당히 두리뭉실한 질문이 이어지고 일부 몇몇 사람에게는 조금 더 자세한 질문을 했지만 질문 내용이 정말 무얼 위한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거의 한시간 정도가 흐른 후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 모두 기립하고 배심원들은 밖으로 나가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입장. 두번째 변호사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두번째 변호사는 조금 더 구체적이었는데 자동차 사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혹시 자동차 사고를 경험하고 그에 따라 병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전체를 대상으로 확인한다음 1번부터 마지막 30번까지 한사람씩 직업과 앞선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첫번째 변호사에 비하면, 적어도 나에게는 좀 더 프로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변호사의 질의 시간도 다 끝나고 나니 이제 배심원 선정 과정만이 남았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다 다시 법정 밖으로 나갔다. 나가 있는 동안 법정 안에서 두 변호사와 판사가 어느 사람을 배심원으로 선정할 건지 논의해 정하는 것으로 안다. 여기까지 벌써 시간이 흘러 정오가 조금 더 지난 시간이 되었다.

 

다시 10여분이 지난 후 법정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판사 옆에 법정 서기 같은 분이 손에 파일을 가득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자리에 앉은 후 다른 설명 없이 바로 배심원 발표에 들어갔다. 다른 서기 같은 분이 번호를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번호가 불리운 사람은 바로 판사 앞으로 나갔고 그 옆 서기로부터 정말 엄청난 두께의 파일 하나를 건네 받았다. 아마도 사건에 관련된 서류인 것 같았다. 그렇게 총 6명이 불리워졌는데 숫자가 하나씩 커지면서 27번이었던 나까지 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왠걸, 30명 중에 6명이 그냥 20번대 안에서 다 선택되었다.  

 

선택된 6명은 바로 옆 배심원석으로 옮겨가 앉았고 판사가 그 자리에서 배심원 선서를 시켰다. 거기까지 끝나니 선택되지 않은 나머지 분들은 퇴장해도 된다고 안내가 되었고 거의 마지막에 나오면서 보니 그대로 다시 착석하면서 바로 재판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이미 12시가 넘었는데 점심도 없이 바로 시작하나 싶었다.

 

밖에서 간단한 안내 듣고와 번호표 반납하고는 그 자리에서 다들 집에 가면 되었다. 갑자기 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에 좀 허무하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첫번째 변호사의 강의와 같던 30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정말 비효율이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내가 너무 엔지니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서도.

 

암튼 이제 내 역할을 다 끝났으니 다시 20여분을 걸어 다운타운 역까지 걸어갔고, 근처에서 간단한 taco로 점심, 그리고 다행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Metro Rail 다시 타고 집으로 돌아 온 것이 3시. 그렇게 배심원 소환 하루 여정이 끝이 났다.

 

 

 

 

가뜩이나 할 일들이 많아 바쁜데 선택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정말 흔하지 않은, 아무나 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한번쯤 해 보면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배심원이라는 것이 재판 당사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일텐데 아무래도 법정, 혹은 더 전문적인 대화나 문서들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내가 괜시리 끼어 들어 잘못된 의견을 낼 수도 있으니 선택되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들도 몇마디 나누어 보면 그 사람들도 전문가들이라 자신들에게 유리할지 아니면 배심원으로서 잘 역할을 할지 알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같은 사람이 배심원에 뽑힐 가능성이 상당히 낮을 것 같아 다시 소환을 받더라도 배심원에 선정될 일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너무나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면, 참여해 보면 좋은 경험이 아닐까.

 

또 한번 소환장이 올지, 아니면 와이프에게도 한번 날아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다음 번엔 괜시리 법원/법정 안에서 주눅들지 않고 좀 더 판사, 변호사들 말에 주의를 기울 수 있을 것 같다. 팀 내에 있는 백인 친구에게 배심원 간다니까 자기도 몇번 가 봤는데 한번도 안 뽑혔었다며 그거 되게 귀찮아 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 일반 미국인들에게도 배심원이 된다는 것이 귀찮은 일인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한국에서 예비군 훈련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