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했던 첫날, 임시로 머무르게된 호텔의 바닥은 당연히 카펫으로 되어 있었다.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가 아니었던 탓에 맨발이나 양말차림으로 그 카펫 위를 걸어 다닌다는 것이 여간 찜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생활하는 동안 신고 다닐 슬리퍼를 사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호텔 방에서 나와 차에 앉고 나서 와이프와 나는 서로를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디에 가야 슬리퍼를 살 수 있지?"
지금이야 인터넷에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다 검색하고 지도로 위치도 찾을 수 있지만 2004년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것 자체가 없던 시기였다. 그러니 어디서 무얼 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차에서 다시 내려 주변에 길을 가던 아주머니 한분께 여쭈어 보았다. 아이 슬리퍼를 사 주고 싶은데 어디가야 살 수 있나요. 그 분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타겟"에 가면 살 수 있단다. 문제는 "타겟" 어떤 가게 인지 어디에 있는지 하나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타겟"이라는 가게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이 길 따라 쭉 올라가다가 우회전 해서 조금만 올라가면 커다랗고 빨간 원 두개 그려진 가게란다. 그렇게 해서 가 보라고 한 곳으로 가 보니 정말 커다란 빨간 원 두개가 있는 상점이 하나 나왔다. Target....
그렇게 해서 미국 온 첫날 이 거대한 가게, Target을 처음 가 보았다. 그 이후로 이 거대한 가게는 뭔가가 필요하면 일단 찾아가는 가게, 스토어가 되었다. 정말 왠만한 상상하는 그 어떤 물건, 혹은 필요한게 있으면 이 가게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2004년 즈음에는 대부분 공산품들만 취급했었는데 2010년 후반 이후 어느새부터 조금씩 식료품을 들여 놓더니 이제는 일반적인 장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식료품도 다 구비해 놓은, 자기네 표현에 따르면 Super Target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게시판 글 중에 "미국에 살면 이런 건 이렇지 않나요", 혹은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려면 어느 정도의 연봉이면 될까요" 라는 질문 글을 볼 때마다 잊고 지내던 사실 하나, 미국이 정말 큰 나라라는 걸 떠올리곤 한다. 일단 동부와 서부 사이에 시차가 3시간이 난다. 지금은 Austin/TX에 살고 예전엔 San Jose/CA에 살았는데 그 거리가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이다. 서울에서 3시간 비행기 거리면 대만 정도의 거리이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보통 비행기로 5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서울에서 San Francisco까지 직항편의 비행 시간은 11시간이다. 미국 지도를 유럽 전체 지도와 견주어보면 미국이 조금 더 크다.
어마어마한 넓이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보니 종종 어떤 가게/스토어들은 전국 규모가 아닌 일부 지역에만 있다거나 혹은 전국에 있더라도 일부 주에 치우쳐 있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전국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가게/스토어들은 다음과 같다.
Target
미국에선 이 스토어 없으면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정말 뭔가 필요하면 여기서 거의 다 해결 할 수 있다. 어떤 것들이 파는지 궁금하면 Target 홈페이지에 가보면 된다. 그리고 생각나는것 아무 것이나 검색해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Walmart
미국 내에서 고용인이 제일 많은 회사. 어쩌면 Target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약간 중저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익숙하지가 않아서 잘 가는 곳은 아니지만 보통 자동차 용품, 공구류 등은 Target 보다 훨씬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HomeDepot / Lowes
이 가게/스토어에 한번 가 보면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 집 한채는 그냥 지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목재부터, 화장실 변기, 욕조, 카펫, 전구/전선, 창문틀/문틀까지 그냥 집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판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San Jose/CA 살 때는 비교적 HomeDepot가 주변에 더 많았고 좀 더 손 쉽게 이것 저것 구할 수 있었는데, Austin/TX에 오니 묘하게 HomeDepot에는 내가 찾는 물건이 잘 없고 Lowes에 가니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TX 오고 나서는 주로 Lowes를 먼저 가게 된다.
McDonald's
한국에서 중국집 찾는 것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는 너무나 유명한 햄버거 가게. 미국 내에서만 유명한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어 소위 빅맥 지수라고 대표 메뉴의 가격으로 각 나라의 물가를 비교하는게 가능하게 할 정도의 유명한 가게. 가격도 엄청 싼 편이라 왠지 불량 식품 먹는 기분이긴 하지만 묘하게 맛있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씩 찾아 먹게 된다.
Macy's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한국의 백화점 하면 사람들로 북석북석 대고 맨 꼭대기 층엔 고급 식당가, 지하엔 푸드코드 식의 식당가가 떠오르지만 Macy's는 그냥 그런 것 없이 물건만 파는 백화점 그 자체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한산하다. 어떨 때는 손님보다 점원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각 브랜드가 입점해서 각 브랜드 점포별로 점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복 세션에 가면 각 브랜드마다 코너가 있고 Macy's 점원 두어 사람이 전체는 다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넓고 커서 정말 한산하다. 그래서 그런지 점원이 따라다니면서 봐 주는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챙겨 보고 살 것을 고르면 점원이 중간 중간에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만 해 준다. 종종 손님이 이렇게 없는데 어떻게 장사가 되는거지 하며 신기해하는 백화점.
이런 전국구 가게/스토어들이 있는 반면 CA에서만 혹은 TX에서만, 아니면 원래 첫 가게가 CA 혹은 TX에서 시작해서 주로 서부나 중부 쪽에 치우쳐 있는 가게/스토어들도 많다. 뭐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Safeway - CA
CA에서의 대표적인 미국식 grocery store. 온갖 야채, 채소, 빵, 식품류는 다 살 수 있다. CA에서만 돌아 다닐 때에는 워낙 여기 저기에 많이 있어서 처음엔 그냥 전국구 가게/스토어인줄 알았다. 바로 옆 Nevada에 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Safeway를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H.E.B - TX
TX에서는 미국식 grocery store로 H.E.B라는 곳이 있다. 여기서 Safeway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반면에 TX 오기 전까지는 H.E.B라는 grocery store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grocery store라고 해서 Safeway / H.E.B 두 종류만 있는 건 아니고 정말 여러가지 이름의 grocery store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Safeway / H.E.B라는 것이다.
See's candy - CA
초콜렛 가게인데 CA에서는 어디서나 흔했고 Valentine day만 되면 그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그런 가게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CA에 있고 최근에야 다른 곳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CA에만 있는 건 아니다. Austin에 딱 한군데가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In-N-Out Burger - CA
이것도 사실 CA에만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표적인 서부 햄버거 가게이다. 미국 내에서 맛있는 햄버거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항상 드는 그런 햄버거이다. 언젠가 이제 Nevada로 진출 한다더라, 더 동쪽으로 간다더라 하더니 막상 TX에 와 보니 생각보다는 몇군데 종종 보이는 가게이지만 여전히 In-N-Out burger라고 하면 서부의 햄버거 가게라고들 생각한다. 특이하게 프렌차이즈가 아니라 전부 본사 직영점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거의 독립된 건물에 구조도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Whataburger - TX
In-N-Out처럼 지금은 미국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지만 Whataburger도 1950년에 TX에서 시작된, 말 그대로 TX-size로 두 손으로 들고 먹어야 했던 어마어마한 크기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이다.
Buc-ee's - TX
미국의 프리웨이를 타고 도시 간을 다니다 보면 한국처럼 휴게소라는 곳이 따로 있지 않다. 그냥 간단히 화장실, 자판기 정도 갖추어진 곳이 종종 보일 뿐이다. 사실 말 그대로 프리웨이, 즉 통행료가 없는 도로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들어 오고 나가는 인터체인지가 있어 어쩌면 딱히 휴게소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가다가 프리웨이 옆에 보이는 몰에 들어 가면 되니까. 그런데 TX에 이런 한국의 휴게소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 이름이 Buc-ee's 다.
사실 프리웨이를 가다가 이 Buc-ee's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먼저 들어 온 것이 사진에 보이는 저 어마어마한 주유소였다. 사진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긴 부분이 다 주유소이다. 그 앞 프리웨이를 달리고 있는 트레일러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이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유소 뒷편 또 다시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물이 본건물이다. 그 안에는 온갖 잡화부터 햄버거, 핫도그 등을 파는 식품 부분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실과 다른 점은 안에 앉을 장소가 없다라는 것이다. 아마 거기서 사서 차로 가서 먹는 시스템인 것 같아 보였다.
이제는 뭔가 필요하면 어느 가게/스토어로 가야 하는지 알지만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도대체 무얼 어디서 사야 하는지 난감했던 기억에 종종 미국 온지 얼마 안 된 분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 라는 우스운 꼰대 멘트만 날리는 그런 아저씨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 때는 정말 스마트폰도 네비게이터도 없던 시절이라 지도책을 사서 복사한 후에 다 연결해 붙여 커다란 지도를 만들어 다녔는데 말이다. 나 때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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