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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숫자를 세는 방법들

by 피터K 2022. 5. 14.

제목이 숫자 세는 방법들이라고만 쓰면 어리둥절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영어로 숫자 세는 것도 모를까 싶지만서도 지금부터 정리하는 내용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정말 여러가지 숫자 세는 방법들에 대한 것이다. 

 

영어에서 기본적인 숫자의 단위는 세자리마다, 즉 comma가 붙는 자리 수로 나누어져 있다.

1,000 = thousand  (천)

1,000,000 = million (백만)

1,000,000,000 = billion (십억)

1,000,000,000,000 = trillion  (조)

 

한국어에 단자리, 십자라, 백자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이를 각각 ones, tens, hundreds 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어는 영어에 없는 자릿수가 하나 있다. 바로 "만"이라는 단위이다.

 

10,000 = 1만 = 10 thousand

 

"만"자리 단위가 있어서 종종 한국어와 영어로 숫자를 읽을 때 느낌이 10배 다른 느낌이 난다. 어떤 물건이 2만원 3만원 한다고 하면 왠지 단자리 금액 같지만 이걸 dollar로 하면 $20, $30이 되기 때문에 좀 더 큰 금액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한국어 만자리 단위의 숫자를 영어로 옮기려면 단위 하나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종종 헤깔리기도 한다. 

연봉이 10만불이라고 하면 "십"만이 되지만 영어에서는 hundred thousands, 즉 "백"천이 되기 때문이다.

 

연도를 읽을 때 영어에서 두자리씩 끊어서 읽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925년이면 nineteen twenty five. 그런데 2000년 이후 연도에 대해서는 두자리씩 읽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즉 2015년이라고 하면 twenty fifteen이 아니라 그냥 two thousand fifteen이라고 읽는다. 물론 twenty fifteen이라고 읽는 사람도 종종 있긴 하다. 이건 왜 다르게 읽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다들 습관적으로 그렇게 읽는다. 반면에 1804년처럼 두번째 두자리가 단자리면 eighteen O-four라고 읽는다. Eighteen four라고 읽으면 184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1000년 전 세자리 연도, 즉 850년이면 eight fifty라고 나누어서 읽고 100년 전 두자리 연도면, 즉 15년이면 보통 AD를 붙여 AD fifteen이라고 읽는다.

 

보통 천단위, 즉 comma 단위로 끊어서 읽기 때문에 1,835 같은 숫자는 one thousand eight hundreds thirty five라고 읽는 것이 정석이지만 종종 두자리씩 끊어서 읽는 경우도 많다. 즉, eighteen hundreds and thirty five 라고. 무슨 룰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람은 전자의 방법으로 어떤 사람은 후자의 방법으로 읽는다. 대신 이걸 eighteen thirty five라고 읽으면 이건 1835년이라는 연도를 나타낸다.

 

후자의 방법처럼 두자리씩 끊어서 읽는건 금액을 나타낼 때 많이 사용한다. 즉 물건 값이 $2,350 이면 twenty three hundreds and fifty dollars라고 읽기도 한다. 많이 읽는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금액이 세자리이면 더 두드러지게 끊어 읽게 되는데 이 때는 hundreds를 사용하지 않는다. 즉 $245이면 two forty five라고 읽는다. 미국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쇼핑몰 가게에서 점원에게 물건 값을 물어 봤을 때 one twenty라고 대답해 주어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120이라고 말해 준건데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다.

 

 

미국의 주소는 거의 정형화 되어 있는데 "번지수 길이름 도시이름 주이름 ZIP code (우편번호)" 순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백악관 주소:

1600 Pennsylvania Avenue NW, Washington, DC 20500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소:

20 W 34th St, New York, NY 10001

 

디즈니랜드 캘리포니아 주소:

1313 Disneyland Dr, Anaheim, CA 92802

 

미국 와서 처음 살던 아파트 주소:

20030 Rodriguez Ave, Cupertino, CA 95014

 

여기서 "NW"는 North-west를, "W"는 West를 나타낸다. 

번지수는 보통 두자리부터 마지막에 보이는 것처럼 다섯자리까지가 많은데 길을 중심으로 한쪽 편은 짝수 번지, 반대편은 홀수 번지로 되어 있다. 그리고 번지수가 띄엄띄엄 적용되어 있다. 즉, 우리 집 주소가 35321 번지면 우측 옆집은 35325 번지, 좌측 옆집은 35317 번지로 숫자가 연달아 있지가 않다. 

 

두자리부터 (한자리 번지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다섯자리까지 번지수가 사용되기 때문에 읽는 것도 조금은 복잡해진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공식이나 방법이 없다. 사람마다 자기가 편한대로 읽는다. 네자리인 경우는 흔하게 두자리씩 끊어 읽는다. 디즈니랜드의 경우 "Thirteen thirteen Disneyland Dr"이라고 읽는다. 이걸 One thousand three hundreds thirteen이라고 읽는 건 한번도 못 보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두자리씩 끊어 읽는게 흔하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주소인 경우 그냥 한자씩 읽기도 한다. 즉, "One three one three Disneyland Dr"라고 해도 쉽게 알아 듣는다. 

 

복잡한 건 다섯자리인데 이건 정말 "흔하게"라는 것이 없다. 첫 아파트 주소를 누구에게 알려 주거나 혹은 어디서 주소 확인하면서 읽어 줄 때 정말 별의별 방법들을 다 들어 보았다. 내가 흔하게 말하던 방법은 "Two zero zero three zero Rodriguez Ave"이었는데 그게 제일 말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어느 가게의 점원은 내게 "Two hundred thirty Rodriguez Ave"라고도 했다.

 

예로 든 35321 번지의 경우 "Thirty five three two one"이라고 하는게 제일 쉬운 것 같다. 

 

주소 번지를 불러 줄 때는 제일 중요한게 정확한 번호를 알려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숫자 읽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편한대로 잘 전달되는 방법으로 말해 주는 것이 제일 좋다.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별의별 속어들을 많이 듣게 되는데 돈을 이야기할 때 "bucks" 라고 하는 것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건 dollar를 말하는 속어이다. "10 bucks"라고 말하면 "$10"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어로 3만원을 이야기 할 때 "세종대왕 세분" 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단위가 올라가면 "bucks"라고 말하기 보다 "grand"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건 1,000 즉, one thousand에 대한 속어이다. "Five grand"이라고 말하면 이건 "$5,000"를 말한다. 속어는 아니지만 연봉이나 집값등 훨씬 더 큰 금액을 이야기 할 때는 "grand" 보다는 읽을 때 그냥 "케이"하는 "K"를 주로 쓴다. 즉 연봉이 10만불이면 "100K" (hundread K), 혹은 집값이 50만불이면 "500K" (five hundred K)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kilo" 라는 단위에서 온 것이고 말 그대로 천단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동전의 경우 1센트, 5센트, 10센트 25센트짜리가 있다. 처음 미국에 왔던 2000년 중반에는 $1 짜리 동전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없어진 걸로 안다. 이 동전에는 각각 이름이 있는데 1센트는 Penny, 5센트는 Nickel, 10센트는 Dime, 25센트는 Quarter이다. 초등학교 과정 중에 이 동전 이름으로 Penny가 5개, Nickel은 2개, Dime이 8개, Quarter가 2개면 모두 얼마인가요 하는 수학 문제들도 있고, $2이 있는데 Dime이 6개라면 Quarter는 몇개가 있어야 하나요 라는 문제들도 있다. 수학 문제를 떠나서 생활 속에 익숙해지는 뜻이기도 한 것 같은데 최근에는 동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게 함정이다. 아마 우리 아이들에게도 각 Penny/Nickel/Dime 등을 보여 주면 바로 구별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나마저도 제일 작은 동그란게 Dime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하니 말이다. 

 

동전을 세거나 할 때 제일 어려운 부분이 Quarter이다. 한국에서는 동전 단위에 25원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80센트를 만든다고 할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게 50센트 먼저 만들고 Dime으로 30센트를 만들 것 같은데 미국 친구들은 일단 Quarter 세개로 75센트 만든 다음에 Nickel 하나를 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익숙하지 않으니 잘 안 사용하게 되고 또 잘 안 사용하게 되니 더더욱 어려워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Quarter가 25센트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1/4을 나타내는 말이라서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Grocery store에 가서 물건을 살 때 많은 것들이 무게를 나타낼 때 많이 보게 되는데 3 Quarter lb 어치 달라고 하면 0.75 lb 어치 달라고 하는 뜻이 된다. Navigator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길 안내판을 보면 3/4 mile 남았다고 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위를 Quarter 단위, 즉 1/4로 쪼개서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2/4 = 1/2는 2 Quarter라고 하지 않고 단순히 half라고 한다. 

 

 

숫자 읽는거 세는 거 뭐 다르겠어 하는데도 어쩌다 훅 들어오는 생각지 못한 표현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그 때마다 아 내가 좀 낯선 곳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나도 그것들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긴 하지만.

 

 

둘째네 학교 Student Center에 붙어 있는 문구. 정말 맞는 말이라 반박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