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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긴 한데...)

by 피터K 2022. 8. 21.

그래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인데....

 

살다 보면, 아니면 한국에서 미국 올 준비를 할 때 흔하게 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뭐가 많이 다르고 말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 다른데 그래서 역시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질서 규범들이 다 있고, 운전도 같은 방향인 우측통행을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미국엔 "미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종종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게 뜻하지 않게 엉뚱한 오해나 실수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후 한동안은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말이, 한국에서는 이랬는데... 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는 미국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불금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요일 저녁이면 온갖 모임과 술자리 약속이 있어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나름대로 푸는 시간이 되곤 한다. 새벽까지 가게들이 문을 열고 밤늦게 술이 취해도 대리운전이라는 아주 끝내주는 시스템이 있어 안심하고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가족과의 외식이랄까 쇼핑은 주말 내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가게에 가서 해결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말이다.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2004년 11월 초. 한동안은 아파트 알아 보고 이사짐 받아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사러 돌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달이 훌쩍 지나갔고 어느새 12월 중순,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새로 시작하느라, 그리고 전혀 다른 개발 환경에서 낯선 미국회사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다 보니 큰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이프와 나도 새 생활에 바쁘다 보니 잊어 버리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그래 그 며칠 전에 사면 되겠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크리스마스면 정말 쇼핑하기에 좋은 시기이니까 말이다. 백화점들은 오히려 정상 영업을 넘어 연장 영업을 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막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많은 가게들이 크리스마스 세일을 시작했는데 store hour를 보니 평일/주말에 밤 10시, 11시까지 하던 곳이 24일, 즉 Christmas Eve 날에는 오히려 오후 5시, 혹은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고 나와 있었다. 물론 Christmas 당일은 휴일이었다. 어어어 하면서 잠깐 시간을 놓치고 나니 아이 선물을 살 시간도, 또 그 때쯤이면 찾고자 하는 물건들도 아주 많이 sold out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2004년 첫 겨울을 그렇게 보냈다.

 

미국도 사람사는 곳이지만 그 때서야 "미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주말에는 외식이라는 생각이 많은데 의외로 미국에서는 일요일날 문을 닫는 식당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상점들이 부활절, Christmas, Thanksgiving 날에는 문을 닫는다. San Jose/CA 살 때 한번은 Thanksgiving에 맞추어 LA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서 가다가 배 고프면 어디 맥도널드라도 들리지 했는데 Thanksgiving에 그 맥도널드도 문을 닫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모든 맥도널드가 다 문을 닫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수가 닫는다. 그 때 안사람이 그래도 배고프면 혹시라며 삶은 달걀을 챙겨 왔는데 그거 없었으면 한참을 배고픔에 허덕일뻔 했다.

 

Thanksgiving 당일인 목요일 (매년 11월 네번째 목요일. 그래서 매년 날짜가 다르다)에는 물론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Black Friday, 즉 Thanksgiving 다음날 금요일에 많은 가게들이 Thanksgiving sale에 들어 간다. 2010년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Black Friday 시작은 금요일 새벽, 5시 혹은 6시부터 시작했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점점 빨라지더니 언젠가부터 금요일 0시, 즉 자정에 문은 여는 상점들이 생겼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Walmart 혹은 Target 같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얼핏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는 마치 경쟁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앞당기더니 한참 과열일 때는 급기야 Thanksgiving 당일 저녁 6시에 문을 열기도 했다. 당시 그 시간에 시작한다고 했을 때 여러 신문/방송에서 American tradition, 즉 Thanksgiving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그런 전통을 깨고 있다고 엄청나게 비판 기사를 쏟아 냈었다. 

 

그런데 이런 앞서가기 트렌드는 순식간에 없어졌는데 그건 바로 COVID 때문이었다. 그리고 요즈음은 다시 예전처럼 금요일 오전 7시 혹은 9시쯤 문을 열고 있다. 다시 옛날처럼 경쟁적으로 스토어 문을 여는 시간을 앞으로 당겨가지는 않을 것 같다. 오프라인 스토어들이 온라인 스토어에 아주 호되게 당한 후부터는 오프라인 스토어 자체는 일찍 열지 않지만 대신 스토어의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Black Friday day 일주일 전부터, 아니 어떤 경우는 아애 11월 내내 Black Friday sale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도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Black Friday 새벽에 나가서 줄 서는게 아니라 그냥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 받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나가서 고생할 일 없고 어짜피 Black Friday 가격으로 세일 하니까. 어쩌면 10여년쯤 지나고 나면 미국 사람들도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새벽에 줄 서던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두어번 새벽에 줄 서 보았으니까.

 

 

주말에 문을 닫는 식당들, 그리고 휴일, 특히 부활절, Thanksgiving, Christmas 같은 때에 문을 완전히 닫아 버리는 백화점, Target/Walmart 같은 대형 스토어들을 보면서 사고방식이 참 다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휴일이 되면 일단 인터넷으로 store hour 부터 검색해 보고 있는 나를 보면 미국 사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라는 걸 느끼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Austin/TX 오고 나서 일요일 아침에 마트에 갔는데 주류는 파는 section에 입장 금지 표시가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알아보니 TX에서는 일요일날에는 오전 10시 이전에는 주류(liquor)는 팔 수가 없다고 한다. 또 하나 이렇게 배워간다. 미국은 주를 넘어 가면 법이 달라진다는 것을....

 

 

 

TV 옆 CD player와 스피커 빼고는 사진에 보이는 TV, 장식장,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장식물들을 전부 다 한국에서 이사짐으로 가지고 왔다. 저 장식장은 결혼할 때인 98년 12월, 한국에서 사서 2018년 Austin/TX 이사올 때 결국 버렸으니 무려 20년을 썼던 추억의 장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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