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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직장 동료와의 관계

by 피터K 2022. 3. 28.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 전무.

보통의 한국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직급인 것 같다. 연구원의 경우 이름만 조금 다르게 연구원 - 주임 - 선임 - 책임 순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직급은 서로를 칭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했던 것 같다. 이 과장님, 박 차장님, 김 선임 등등.

 

종종 게시판 같은 곳에서 미국에서 어느 어느 직급은 어느 정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많이 올라 오는데 어쩌면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왜냐 하면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서로 다른 직급 이름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1:1로 매칭 시키기가 어렵다. 정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직급 이름이 있는지는 다른 포스트에서 한번 정리한 적이 있다.

 

https://peterk.tistory.com/282?category=979476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하나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4년 정도, 작은 벤처 회사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해 보았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는 중간 사이즈 정도되는 회사에서 5년 정도, 그리고 점점 조금씩 큰 회사로 옮겨가서 요즈

peterk.tistory.com

 

한국에서 직급이 서열인 것처럼 미국에서도 직급이 서열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매니저, 시니어 대접을 받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회사 내부 시스템을 보면 누가 어느 매니저 밑에 있고 그 위로는 누가/어느 부서에 속하는지 다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이름과 더불어 그 사람의 직급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직급이 그 사람의 연봉 수준을 알려 주지 않는다. 같은 직급이라도 크게는 몇만불씩, 그리고 낮은 직급이라도 그 윗 직급의 사람과 불과 몇천불 연봉 차이가 날 때도 있다.

 

그리고 직급은 그 사람의 연봉 범위를 정하는데도 사용된다. 매니저가 되고 나서 알았는데 직급의 이름은 외부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이고 내부적으로는 그 직급에 해당하는 레벨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T5, T6 처럼 엔지니어의 경우 T를 사용해서 레벨 숫자가 붙는다. 그리고 이 직급 종류(T)와 레벨에 따라 아주 커다란 연봉표가 존재한다. 그 직급 레벨의 평균값과 최대/최소 연봉 범위와 보너스를 받을 때 기준이 되는 퍼센티지가 적혀 있다. 커다란 연봉표가 된 이유는 이 테이블이 지역에 따라, 즉 북미냐, 한/중을 포함하는 아시아냐, 일본이냐 (보통 많은 경우 일본은 한/중과 따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유럽 지역이냐에 따라 그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각자의 그 연봉 범위 내에서 얼마의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는 그 매니저만 알 수 있다.

 

 

연봉은 그렇다치고 같은 매니저 아래 있는 사람들의 관계, 즉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어떨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고 직장 생활이므로 사실 상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보다 능력 위주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학연과 지연, 아니 그보다는 매니저와의 관계에 따라 어느 정도 편애가 존재하기도 한다. 한국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는게 다르다면 다를까.

 

한 매니저 아래에서 여러 직급, 혹은 같은 직급의 엔지니어들이 같이 일하다 보면 처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한 6개월 정도만 지나면 그 중에서도 누가 좀 더 능력이 뛰어난지 누가 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보통 그런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좀 더 많은 보너스를 받을 것이고 승진도 빠를 것이다.

 

같은 직급이 두 사람이 같이 시작했더라도 3-4년이 지나고 나면 차이나 날 수 밖에 없고 한사람이 먼저 승진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미국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지만 주위에 승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이해가 가는 승진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내가 옆에서 보더라도 그 사람들을 정말 일을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선입견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다.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그럴거라고 가정하는 것이니까. 직장 내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선입견은 불행하게도 인종에 관한 것이다. 물론 경험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말이 생겼다고 생각은 되지만 의외로 그것이 선입견인 경우도 많다. 

 

인종에 관한 첫번째 선입견이 인도 사람들과는 멀리하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상대를 해 보면 상당히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어떻게든 눌러 이기려고 하고 실제 실력보다는 말빨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반면에 같은 인도 사람들끼리는 서로 이끌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인도 엔지니어가 한사람이 들어오면 조만간 그 팀은 인도 사람들로 다 찬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나에게는 다행인지 그동안 수많은 인도계 매니저들도 많았고 동료도 많았지만 앞서 말한 그런 문제를 가진 인도계 친구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실력 있고 조리있게 말도 잘하는, 말빨도 좋지만 그게 실력으로 뒷바침되는 매니저/동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팀이 인도계 사람들로 다 찬다는 말도 내가 직접 매니저가 되어 보니 사람을 뽑기 위해 레주메를 받아 보면 대학원을 졸업하는 신입 중에는 인도계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원자가 인도계가 그렇게 많다보니 인도계 엔지니어를 뽑을 기회가 더 많기도 하다. 

 

같이 일을 하다보면 인도계 동료들이 상당히 열심히 일을 하고 그만큼 똑똑한 것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나의 뇌피셜인데 일단 인도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올 정도라면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부를 마치고 본국인 인도로 되돌아 간다면 생활 인프라며 모든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어떻게든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보곤 한다. 

 

 

중국계의 경우 자기네들끼리 엄청나게 단결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이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차이나 타운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점심 시간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중국계 친구들은 같이 모여 점심 먹는 장면들을 많이 보아 왔다. 직장 동료로 중국계 동료의 장점은 의외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이하게 일본 사람들과는 정서상으로 다른 점이 좀 더 많지만 중국계 친구들은 비슷하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중국계 동료와 일을 하다보면 의외로 잘 통하고 일하기가 편했다.

 

 

미국에서 일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백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실리콘벨리의 엔지니어 분야에서는 거의 백인들을 볼 수 없었고 백인 엔지니어가 오히려 소수에 속했다. Austin/TX로 오고 나서야 주변에 백인 엔지니어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백인들과 더 많이 접촉할 수 있었고 TX에 오고 나서 이제 미국에 사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접하게 되는 백인 엔지니어들은 고학력의 엔지니어다 보니 대체로 순진하다라는 인상을 많이 받지만 미팅이나 실무적인 일들을 함께 하다보면 확실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며 시작과 끝, 그리고 책임 한도에 대해서 딱 선을 긋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내가 맡은 부분의 일이 여기 100%까지면 동양계 동료들은 종종 그 이상을 하려 하지만 백인계 동료들은 딱 거기까지만 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게 일하기 편하기도 하다. 정해진 대로 하기 때문에 서로의 범위를 정하거나 일을 함께 하는데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100% 이상 한다는 걸 가정하기 시작하면 때론 그 부분이 상대방이 하겠지라는 grey area가 생기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미국에서, 특히 실리콘벨리에서는 다양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느라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동등한 권리, 동성애자, 성소수자,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 금지 등에 대해서 많은 강조를 하는데 얼마 전에 매니저 미팅 때 여성과 흑인계 엔지니어에 대한 배려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회사 이사진의 언급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다. 그 때 한 친구가 말을 꺼냈다. 여성과 흑인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백인계에 대한 배려도 더 있어야 한다고. 70여명의 가까운 우리 전체 팀에서 백인은 그 친구와 다른 친구 하나 딱 두명 뿐이다. 물론 농담으로 한 이야기지만 실리콘벨리, 그리고 많은 IT 기업 안에서 비백인 엔지니어에 대한 비율이 상당히 높은 건 사실이다. 종종 사람들이 그래도 glass ceiling이라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백인의 비중이 높지 않냐고 이야기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고위직에 백인이 많다는 건 10-20여년 전의 일이고 그 때는 백인 엔지니어의 수 자체가 많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인종별로 따지는건 순수하게 외모만을 가지고 따지는 것이고 사실 그보다는 그 사람의 문화적 영향이 그 사람의 성향을 결정짓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외모는 동양인, 혹은 인도계인데 이미 이민 2세, 3세쯤 되면 생각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동료들은 그냥 미국 백인들과 행동과 가치관이 거의 비슷하다. 반면에 나처럼 이민 1세대는 아무래도 본국의 문화권에 영향이 많이 남아 있어 그걸 내가 익숙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걸 많이 보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되는 일은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한국이든지 미국이든지 어짜피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비슷비슷해서 잘 어울리는 직장 동료가 있기도 하고 묘하게 잘 안 맞는 동료가 있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서 다행인 것은 이제 거의 20년 동안 미국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함께 일하기 힘들었던 직장 동료와 매니저는 없었다는 거라고 할까.

 

 

이번 포스트에 담긴 모든 평가는 그동안 미국 회사 생활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어쩌면 또 다른 선입견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