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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이직의 과정

by 피터K 2022. 6. 5.

미국이든 한국이든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것보다 이직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적지 않게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이건 신입 때보다 경력이 조금씩 더 쌓인 상태에서 이직을 하게 되면 더 스트레이스인데 아무래도 경력이 많을수록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을 하게 되고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어떤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가치라는 건 내가 낼 수 있는, 그리고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성과로 매겨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은 정말 철저히 자본주의 위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거기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내가 끌고 가느냐의 차이일뿐이다.

 

지금까지 3번 이직을 해 보았고 이건 모두 내 업종 내의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업종에서는 경력이 오래될수록 비교적 이직이 쉬운데 그런 오래된 경력이란 것 자체가 이 사람이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혀 다른 업종인 Facebook과 Google에도 지원해 보았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건 비슷하지만 electrical engineering 제반 지식이 필요한 내 업종에 비해서 이 순수 IT 기업들은 조금은 다른 방향의 엔지니어를 찾는 것 같았고 인터뷰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서로 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 같다.

 

이직을 위해 인터뷰를 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질문은 아무래도 왜 이직하려는 것이냐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3번의 이직 중 두번은 순전히 연봉을 더 올리기 위해서 였고, 한번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회사/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전부터 일하고 싶었던 회사/팀에서 일하다가 지금의 회사/팀으로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연봉을 더 올리기 위함이었는데 사실 나의 목적은 지금 이 회사로부터 더 나은 연봉 조건의 offer를 받아 들고 일하고 싶었던 회사/팀에 counter offer, 즉 다른 곳에서 이 정도까지 줄 수 있다니 적어도 이만큼은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이 회사에서 너무나도 좋은 조건의 offer을 제시해 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옮기게된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연봉에 팔려서 하고 싶은 곳에서 떠나야 하는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새옹지마라고 지금은 연봉뿐만아니라 하는 일도 잘 풀려 그 때 안 왔으면 어떻게 할뻔했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암튼 3번의 이직 과정을 돌이켜 보며 "구직자" 입장에 미국에서의 이직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리를 해 보려 한다.

 

 

이직을 위해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옮겨 가고 싶은 회사, 혹은 정해진 회사가 따로 없더라도 내가 옮겨갈 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일이다. 보통 회사/팀에서 사람을 더 뽑을 상황이 되어 예산/승인이 난 상태라면 회사의 홈페이지, 혹은 구직/구인 사이트, LinkedIn.com 같은 곳에 career opportunity 정보가 올라온다. 여기에는 구인을 하는 회사/팀, 직급, 경력 요구 사항, 그리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를 구체적으로, 혹은 그 분야에 맞추어 두리뭉실하게 기술해 놓은 정보인 job description이 있다. 이런 내용들을 보고 어떤 구인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통 바로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하는 경우 해당 opening 정보에 resume가 기록되고 해당 팀장/매니저가 확인해 보거나 아니면 HR이 job description 내용, 요구 경력등이 맞는지 미리 살펴 보고 해당 팀장/매니저에게 알려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위 서류 전형처럼 한번 필터링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직을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회사의 지인을 통해 바로 resume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경우 그 지인이 해당 팀장/매니저에게 바로 전달이 가능하고 이런 경우 아무런 관계 없는 resume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있는 팀장/매니저에게 전달해 주기 때문에 매칭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식으로 resume가 팀장/매니저에게 전달이 되고 관심이 있으면 리쿠르터가 먼저 연락을 해서 기본적인 사항들, 취업비자, 영주권, 혹은 시민권 여부를 확인해 이직이 가능한지 혹은 비자 스폰서가 가능한지 등을 확인한다. 아니면 리쿠르터의 연락 없이 바로 팀장/매니저로부터 전화 인터뷰 연락을 받기도 한다. 

 

팀장/매니저와의 전화 인터뷰는 말하자면 사전 검증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resume 내용에 대한 간략한 확인, 그리고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지, 그래서 지금 뽑으려는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걸 30분 정도 전화 통화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싶지만 막상 경험해 보면, 그런 전화 인터뷰 전화를 받아 대답해 보거나, 혹은 전화 인터뷰로 질문을 해 보면 그 30분 정도면 대강 파악이 된다. 종종 초급 구직자, 즉 막 대학/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첫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로 조그마한 것을 해 놓고 엄청나게 큰 일을 한 것으로 resume에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몇가지 질문만 해 보면 정말 그만큼 한 건지 아닌지 알수가 있다. 만일 너무 과장을 해서 resume에 작성한 경우라면 이 전화 인터뷰 과정에서 바로 떨어지고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는다. 

 

일단 전화 인터뷰를 잘 끝내고 나면 보통 하루나 이틀, 혹은 일주일 내에 리쿠르터나 팀장/매니저에게서 on-site interview에 대한 연락이 온다. (반대로 말하자면 일주일이 지나도 이런 연락이 없으면 전화 인터뷰에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On-site interview의 경우 COVID 전에는 정말 직접 그 회사에 찾아가 하루 종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COVID 이후에는 MS Teams나 Zoom으로 conference call 형태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On-site interview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도 스케줄이 잡히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걸리거나 어떤 경우엔 이틀, 혹은 하루 건너 이틀, 즉 월/수요일에 나누어 잡히는 경우도 있다. 인터뷰어들을 섭외하고 그들이 시간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딱딱 일정을 맞추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On-site interview의 스케줄이 잡히고 나면 보통 일정표가 전달되어 온다. COVID 전에 직접 그 회사에 가서 인터뷰 할 때는 아침 9시에 HR을 먼저 만나고 9시 30분부터는 누구와, 10시 30분, 11시 30분에는 누구, 누구와, 그리고 점심은 누구와 함께 기타등등 하루 일정표가 전달되었었다. 이름이 전부 적혀서 오기 때문에 인터뷰 가기 전에 LinkedIn 사이트에서 미리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가기도 했다. 

 

이 On-site interview는 보통 한사람당 1시간 정도 만나게 되는데 역시 resume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질문/답변이 오가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내 업계에서 같은 분야에 오래 있다보니 결국 질문 내용이라는 것이 늘 비슷한 것이었고 한 사람, 두 사람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운이 넘치지지만 오후 들어 더 만나다 보면, 그리고 결국 또 같은 질문 내용이 나오다 보면 정말 설명하는게 지겨워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인터뷰를 위해서 만나는 장소는 그 회사의 팀이 있는 층에 회의실 하나가 된다. 일단 화이트보드가 있으니 마치 발표하는 것처럼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질문한 내용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인터뷰 내용이 된다. COVID 이후에는 이렇게 회의실에서 모여 인터뷰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conference call로 하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영어의 중요성이 커졌다. 종종 그림 그릴 수 있는 툴을 띄우고 screen sharing을 통해서 화이트보드에 그리고 쓰는 것처럼 인터뷰가 이어지기도 하나 대부분은 그렇게 하던 걸 영어 그 자체로 설명하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내가 경험했던 이직 중의 인터뷰는 모두 COVID 전이라 다 회의실에서 대면으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 중에 딱 두번 conference call로 인터뷰를 했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둘 다 다른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라 직접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력이 중간쯤 되면, 즉 그 분야에서 5년에서 10년 정도가 되면 technical 한 질문이 많아지고 보다 집중적으로 검증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설명도 길어지고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대화가 쉬워지기도 혹은 어려워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터뷰어들은 나보다 경력이 비슷하거나 높은 엔지니어들이지만 만일 내가 지원하는 팀에 그만큼 충분한 경력자가 없다면 옆 팀의 팀장/매니저 혹은 그 팀의 시니어가 인터뷰어로 참여하기도 한다. 서로 비숫한 일을 하면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서로 이해가 쉽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지원하는 경우 인터뷰는 길고 어려워진다.

 

이걸 Facebook과 Google에 지원해 인터뷰 할 때 많이 느꼈는데 내가 해 오던 일의 많은 부분은 electrical engineer의 circuit analysis, 즉 전자 회로 해석이지만 여기 Facebook이나 Google에서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엔지니어를 찾으니 원하는 바가 많이 달랐다. 예를 들어 Google에서 인터뷰 볼 때 코딩 문제로 나온 것이 binary tree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공부할 때는 balanced tree 등 종류도 많고 complexity도 고려해야 하지만 사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binary tree를 직접 코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standard library를 사용하게 되고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circuit analysis 할 때 효과적일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나름 인터뷰를 보긴 했는데 그 쪽에서는 원하는 바가 아니었는지 인터뷰어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리뷰를 주었다고 리크루터가 알려 주었다.

 

 

Facebook/Google 인터뷰 후 일주일쯤 후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새로운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이 때는 인터뷰 내용 자체가 전혀 다르게 전문적인 내 분야에 관한 내용이었고 binary tree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 이걸 쓰면 좋은지, 이걸 이용해 어떻게 circuit/logic analysis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인터뷰 내용이었다.

 

일단 같은 분야에서 10년이 넘어가면 이미 실력은 검증된거라고 보기 때문에 인터뷰도 조금은 쉬워진다. 생각해 보면 경력 10년이 안 되었을 때 다른 회사로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는 보다 실질적인 질문이 많았지만 경력 10년 이후에 본 인터뷰는 실력/지식에 관한 질문보다는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인터뷰를 받는 느낌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 인터뷰 때 인터뷰어 중에 정말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이 있었는데 인터뷰 전에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분과는 인터뷰를 정말 잘 봐야 한다고 여러번 조언을 들었다. 이 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 원한다고 해도 어려울 수 있다고. 그래서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인터뷰에 들어 갔는데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 있었던 건 아니고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technical discussion, 그리고 자기네들은 어떻게 해 보려고 한다는 설명만 40분 내내 듣고, 아 그러네요, 이런 방법도 있는데 한번 고려해 보았는지요 등등 맞장구만 쳐 주다 나왔다. 당시에는 이미 이 업계 15년차가 넘었으니 가능한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

 

연차가 낮은 경우 일단 인터뷰를 통과하고 붙어야 한다는 강박이 더 높지만 연차가 높아지고 나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 인터뷰어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 사람과 팀 분위기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지금 만나고 있는 인터뷰어들이 결국엔 같이 일할 사람들이고 특히 hiring manager의 경우 직접 나의 보스가 될 사람인데 묘하게 말이 잘 안 통한다거나 생각하는 바가 좀 많이 다르다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여기서의 직장 생활은 상당히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지식과 경험을 묻는 것이지만 대화의 방법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회사의 인터뷰를 볼 때 C++에 관한 질문 중 virtual function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번쯤 들어 보았지만 많이 사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내용만 대답을 했는데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방법에 대한 다른 질문이 나왔다. 만일 경력이 많지 않았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바로 긴강을 하고 굳어졌을 것 같다. 왠지 난 모른다고 대답하는게 점수가 깎이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난 인터뷰어에게 그걸 어디다 쓰냐고 물어 보고 왜 써야 하냐고 물어 봤다. 그래서 그 인터뷰어는 친절하게 왜 쓰는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나에게 설명해 주었고, 그래서 난 그럼 이런 이런 조건들에서 사용하면 더 요긴하게 쓰일 테고 이런 점들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인터뷰는 구두 시험이기 보다는 어떻게 함께 일할 건지 어떤 식으로 discussion 을 이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그 때부터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만일 좋은 인터뷰를 한 경우 2-3일 내에 연락이 오고 인터뷰어들이 positive to hire 라고 결정을 내려주면 연봉이나 여러가지 조건들에 대해서 HR, 인사팀, 혹은 리쿠르터와 네고를 시작하게 된다. 반면에 안 된 경우 연락 자체가 없다. Facebook과 Google의 경우 바로 다음 날 리쿠르터가 바로 연락을 해서 안 되었다고 알려 주긴 했지만 이건 오히려 예외의 경우이고 이 때는 리쿠르터가 일년 쯤 후에 다시 도전해 보겠냐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리쿠르터들은 누군가가 hiring이 되어야 거기에서 commission을 받기 때문에 떨어진 사람들이라도 계속 연락처를 유지하려고 한다.

 

가끔 인터뷰에서 떨어진 경우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냐고 hirning manager나 HR, 혹은 인터뷰어들에게 물어보는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알려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정당한 이유라도 그 하나 하나가 꼬투리가 되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어떤 지식에 대해서 잘 대답을 못 해서 안 되었다고 알려 주면 그건 반드시 필요하게 아닌 지식인데 차별해서 안 뽑았다고 소송을 거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처럼 들리지만 미국에선 가능한 이야기다.

 

 

상대방 쪽에서 뽑기로 하고 연락이 오면 처음에 자기네들이 생각하는 연봉과 직급, 그리고 기타 sign-on bonus, relocation, 그리고 보통 sign-on RSU 등에 대한 내용을 알려 준다. 종종 제시된 연봉이나 기타 benefit에 대해서 저쪽 회사에서 어떻게든 낮은 연봉으로 계약하려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사실 그렇지 않다. 인터뷰어들이 인터뷰를 해 보고 나서 이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란 걸 대강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직급이 알맞은지 의견을 모으고 나면 그 직급과 경력에 따른 연봉 범위가 나오고 hirning manager가 적정 금액을 HR과 이야기 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Hiring manager나 HR/리쿠르터 입장에서 $100K 연봉을 줄 사람을 $95K로 offer를 준다고 해서 본인들에게 이득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너무 낮게 주려다가 그 사람이 만족 못 해서 안 받아 들이거나 입사 후 금방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게 더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보는 사람도 고된 일이지만 뽑는 일도 고된 일이고 입사 후 일을 제대로 할 때까지 2-3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로 처음 제시되는 연봉 내용이 고용 시장에서의 내 실질적인  평균 가치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도 일단 첫 구두 offer가 오면 그 내용을 보고 생각한 것보다 적거나 생각하는 직급보다 낮을 경우 네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연봉이 생각보다 낮다고 무작정 더 받아야 겠다고 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특히 제일 안 좋은 네고 방법이 누구는 혹은 다른 회사에서는 얼마를 받는데 나도 그만큼 받아야 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럼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럼 넌 그 사람만큼 실력이 되는 것인지, 그럼 그 회사로 가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네고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회사에서는 연말에 보너스가 나오는데 지금 현 회사를 떠나면 그 보너스 만큼을 포기해야 하고 또 아직 vesting 되지 못해 포기해야 하는 주식의 총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계산해 그에 대한 보상 방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도 기본 연봉 자체를 올리는 건 쉽지 않다. 대신 sign-on bonus 혹은 sign-on RSU 금액 자체를 더 받는 것으로 이러한 것들을 보상 받을 수 있다.

 

네고가 끝나 서로 내용에 동의하고 나면 정식으로 offer letter가 이메일로 온다. 그리고 보통 3일 내에 accept 하거나 deny해야 하는데 마음의 결정이 되어서 accept 하고 나면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 된다. 정식 offer letter에 사인하고 나서 나중에 연봉이 마음에 안 드니 연봉을 더 올려 달라고 이야기 하거나 하는 것들은 굉장이 unprofessional 한 방법이다. 정식 offer letter가 나갔다는 말은 해당 부서의 VP 정도까지의 모든 승인 났다는 것인데 이를 수정하려면 다시 다 승인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정식 offer letter에 사인하고 나면 언제 새 회사에 합류하게 될지 정하는데 보통 그 내용도 이리 정하고 offer letter에 적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까지 끝나고 나면 이제 지금 다니는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하게 된다. 보통 매니저에게 먼저 말하고 2주 정도 후에 나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흔히 퇴사 통보를 2-week notice 라고 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letter of resignation이라고 퇴직서라는 것도 정식으로 작성해서 보내 주어야 한다. 정해진 form이 있는 건 아니고 Googling 해 보면 예제가 많이 올라와 있어 그냥 그 중에 하나를 수정해 매니저에게 보내 주면 된다.

 

어디 가냐고 묻는 경우도 많은데 반드시 알려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직접 경쟁사가 아닌 경우 알려 주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직접 경쟁사인 경우 퇴사 통보를 하는 당일 퇴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지금 회사로 옮겨 올 때가 그랬는데 이 업계에서는 사실상 두개의 큰 회사 뿐이므로 직접 경쟁사 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월요일 오전에 매니저에게 이직 하겠다고 알렸는데 점심 시간 쯤 되어 director가 오더니 경쟁사로 간다고 회사 policy 상 바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점심 간단히 먹고 짐 싸서 그날 오후에 바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직을 하는 경우 악감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현 매니저와 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하는 말로 "do not burn your bridges" 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사람들와의 관계 (bridges)를 잘 유지하라는 뜻이다. 아주 완전히 다른 업계로 가는 것이 아닌 한 보통 비슷한 업종에서 일을 계속하게 되고 언젠가는 같이 일 했던 사람들과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퇴사 통보를 하고 나면 exit interview 라고 해서 회사의 HR과 미팅이 잡히는데 비밀 유지, vesting 되지 않고 남은 주식에 대한 반환 등등 온갖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회사 뱃지와 쓰던 laptop 등을 반납하고 나오면 그게 끝이다. 

 

 

직장을 옮긴다는 것, 이직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아무래도 그동안 익숙하던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아주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느 정도 팀의 분위기, 내 새 매니저에 대한 분위기나 그의 스타일등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 스트레스와 압박감에도 이직을 하는 건 정말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면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직장인으로서 살아 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COVID 때문에 거진 2년 간 WFH (Work From Home / 재택근무) 끝내고 오랜만에 내 자리에 갔더니 모든 것들이 2020년 3월에 머물러 있다. 정말 내 인생에서 2년 정도가 어디론가 사라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