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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넷

by 피터K 2021. 12. 12.

6. Cubicle / Break room

 

하이닉스에서 근무할 때도 section 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cubicle이라고 부를만한 구분 구획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보다 더 개인적인 구분 공간으로 cubicle이 이루어져 있다. 즉 이 cubicle 벽들이 문이 없고 따로 천장이 없는 방 모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안에 있을 때는 마치 독방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옆사람과 이야기 하려면 그 사람 cubicle로 찾아 가거나 높이가 눈높이 보다 낮으면 cubicle 벽 너머로 서로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privacy도 지켜지는 듯하지만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대부분 입구 쪽을 등을 지고 앉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정말 쉽다. 이러한 모양의 개인적인 cubicle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즉 주변 상황이나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집중하기 좋다는 논리에 따라 70-8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마치 독서실에 가면 좌우 칸막이로 막혀서 내 것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처럼.

 

어느 정도 그 말은 맞다고 할 수 있는게 그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내 것만 하루 종일 쳐다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감옥으로 출근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특히나 내가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일주일 내내 매니저 잠깐 만나는 것을 빼고는 그 안에서 다른 사람 만나는 경우 없이 하루 종일 보내고 집에 돌아 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옛날 회사일수록 저 cubicle의 벽 높이가 높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서더라도 옆자리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벽이 조금씩 낮아지고 그 벽의 일부는 유리로 된 패널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조금은 답답함을 덜어주고는 했다. 그리고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회사들이 들어서면서 이 cubicle 자체를 없애는 시도들이 이어졌는데 그런 곳들은 가 보면 학교 도서관처럼 칸막이 없는 책상들이 쭉 늘어서 있고 각자의 자리가 서로 마주보거나 등을 마주대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 고개만 돌려도 옆사람이 무얼 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이런 형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일에 대한 집중 말고도 서로간의 소통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사람들과의 이런 잡담, 혹은 단순한 대화 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였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곳을 보면 회사에서 점심도 다 제공해 주고 호텔 라운지에 버금가는 break room 혹은 game room 까지 만들어서 거기서 탁구나 당구, 혹은 비디오 게임까지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걸 회사의 복지가 좋아서라고 이야기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건 회사를 위한 것이다. 바깥에 점심 먹으러 나가느라 시간 소비하면서 뿔뿔이 흩어지지 말고 같이 점심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아이디어를 서로 얻고, 마찬가지고 break room / game room 같은 곳에서 어울리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는 의도가 바탕에 있는 것이다. 회사는 절대 생산성 떨어지거나 결과가 나빠질 수 있는 일은 절대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은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이런 open office가 나쁜 점도 존재한다. 일을 하다보면 종종 개인적인 일을 처리해야 할 때도 있는데, 예를 들어 은행 업무를 본다거나 프로그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 숨을 돌리려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 본다든가, 이런 것들의 privacy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 중간쯤 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Cubicle은 비교적 open 형이라 옆사람과 이야기 하거나 뭔가를 공유하기 쉽게 되어 있고 여기저기에 혼자 잠시 사용할 수 있는 focus room이라 불리우는 방들이 있어 개인적인 일을 해야 하거나 하면 그 방에 혼자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일처리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것과 일에 대한 집중. 그건 어디에다가 더 의미를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보다 개인적인 공간이 주어지고 보다 집중할 수 있는 cubicle이 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비교적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내 책상 위는 정리 정돈을 잘 해 놓는 편이다. 종종 다른 사람의 cubicle을 방문하거나 지나 갈 때 보면 정말 되는대로 뭔가를 쌓아 놓은 자리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저런 사람이 내 옆자리에 cubicle 공간도 없이 같은 테이블을 공유하고 있다면 정말 저걸 정리하고 싶어서 미쳐 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급이 올라가 매니저/디렉터 레벨이 되면 독립적인 office 공간이 주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팀원들과의 면담, 혹은 잦은 conference call로 인해서 문을 닫고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높은 직급일수록 더 나은 환경이 주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7. 점심 / 회식

 

하이닉스에 있을 때는 12시부터 1시까지라는 정해진 점심 시간이 있었다. 구내 식당이 있었기 때문에 점심 준비도 그 시간에 맞추어져서 있고 한편으로는 정해진 점심 시간이라는 것 때문에 그 한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 혹은 은행 방문 등 개인적인 볼일들을 보는데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1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는 딱히 정해진 점심 시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알아서 점심을 챙겨 먹으면 되지 딱 이 시간에 시작해서 이 시간에 끝난다는 개념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같이 먹는 상황이 아니면 개인별로 점심 챙겨 먹는 시간이 서로 다르기도 하고 1시간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좀 더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반면에 일이 바쁘면 점심 시간 없이 자기 cubicle에서 셀러드니 샌드위치로 간단히 때우면서 계속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애 안 먹는 사람도 있다. 일단 모든 것의 기준은 하루에 8시간 일 했느냐에 맞추어져 있다. 점심 시간 포기하고 일하는 사람은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칼퇴근 하기도 한다. 노래 nine-to-five 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거다, 딱 8시간 근무.

 

반면에 회식이라고 할 수 있는 team lunch가 있는데 매니저가 미리 공지하고 참여 가능한 사람을 확인하고 나면 다같이 이 점심 먹으러 가는 것이다. 물론 회사 돈으로. 이걸 team "lunch"라고 부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팀 회식은 점심 식사가 기준이다. 미국 사회 분위기 상 저녁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team dinner는 거의 없고 team lunch로 팀 회식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정해진 시간이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12시가 되면 점심 식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team lunch가 있으면 조금 일찍 11시 40분 정도 출발해서 번잡함을 피하기도 하고 물론 미리 예약은 필수다. 그리고 점심 식사하는 동안 별의별 수다를 다 떨게 되고 그러다 보면 거의 2시가 다 되어야 회사로 돌아 오기도 한다.

 

한국에서 회식 그러면 일단 저녁 식사에 술, 그리고 2-3차로 이어지는 노래방, 술자리가 먼저 떠오르고 일단 팀 회식 있다고 하면 이미 예정되어 있던 약속마저도 취소하고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더군다나 이사님까지 참석하는 회식이면 빠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그런 자리가 되어 버린다. 그래도 내가 하이닉스 다니던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회식에 빠지거나 1차만 반주를 곁들인 식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부장님/이사님이 주시는 술잔을 거절 할 수 있는 용기도 보일 수 있었으니 그런 문화는 계속 변하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예전에 월급 명세표를 보여 달라고 했던 그 과장님은 술을 거의 먹지 못해 술잔을 거절하는 나를 보면 자기 때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는 "~라떼는 말야" 시전하시긴 했는데 말하시는 분위기는 그냥 그 때는 그랬고 지금은 달라지는 거지 라는 뉴앙스였다. 하지만 아직도 종종 강압적인 회식에 대한 불평과 겁도 없이 회식에 불참하는 신입 사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회식 문화는 여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앞서 이야기 했듯이 team lunch가 정해지면 우선 참석 의사부터 물어 본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정확한 참석 인원을 알아야 식당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이든지, 선약이 있거나 하면 자기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면 된다. 무슨 일인지, 미룰 수 있는지 등은 물어 보지 않는다. 다 참석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회식이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은 개인주의가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팀 내에 채식주의자가 있다면 식당을 찾고 예약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무시하지는 않는다. (사실 무시했다가는 큰 일난다. 소송의 천국 미국이다.) 점심 식사이므로 간단한 맥주 한잔 정도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점심 식사가 끝나면 다같이 회사로 다시 돌아가 일한다는게 기본 team lunch이다. 

 

그렇다고 social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조금은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Thanksgiving 때는 전체 turkey 파티를 한다거나 구정에 해당되는 Lunar New Year party, 혹은 연말에 부부동반 dinner party, 그것도 아니면 퀴즈 풀기 시간, 탁구 시합, XBOX FIFA 게임 대회 같은 자잘한 파티와 행사가 생각보다는 꽤나 많은 편이다. 

 

둘 다 경험해 보고 나서는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건 사실이다. 앞으로도 많이 이야기 하겠지만 서로 다른 두 사회를 경험해 보니 처음에는 어느 것이 더 나은지 찾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어떤 것이 더 다른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이름도 "나았던 점"들이 아닌 "달랐던 점"들이라고 이름 지었다. 

 

San Francisco의 Fisherman's Wharf에 가 보면 이렇게 길거리 음식으로 게와 그 유명한 Clam Chowder Bread Bowl을 판다. 둥근 형태의 빵에 안을 파 내고 그 안에 Clam Chowder 스프를 한가득 담아 파는데 매번 갈 때마다 그 맛에 반하곤 한다. Clam Chowder 스프는 통조림에 팔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이 곳 SF Fisherman's Wharf에서는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 건지 훨씬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