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교적 자유로운 출퇴근
이것도 이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대체로 엔지니어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다. 한국에서 하이닉스 다닐 때에는 출입문에 카드리더가 있어서 출근 할 때 그 리더기에 사원증을 찍어야 문이 열리기 때문에 누가 몇시에 출근했는지 알 수가 있다. 더 웃겼던 건 매일 아침 인사팀에서 팀장에게 누가 몇시에 처음으로 카드리더기에 사원증을 찍었는지 이메일로 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즉 누가 몇시에 출근했는지를 일일이 보고(?)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때는 그랬다. 게다가 상당히 깐깐했던 팀장님은 10분 정도 늦은 사람들에게 오전 반차를 강제로 적용해 버렸다. 여기에 화가 난 사람들은 그럼 반차 휴가라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버리고 점심 식사후에야 되어야 돌아 왔다. 분위기 싸해졌던 순간이었다.
반면에 여기 미국에서는 그런 근태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편이지만 그건 어쩌면 엔지니어에 한정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무직인 경우에는 비교적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정시라는 것도 종종 애매한데 한국처럼 8시 30분, 혹은 9시라고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 아니다. 언제 출근하든지 하루 8시간만 일하는 시간으로 채우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맞벌이하는 가정은 엄마가 7시에 출근하고 아빠는 애들 학교 데려다 주고 9시에 출근, 엄마는 8시간 근무 후 3시쯤 퇴근해서 애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반면에 엔지니어는 하루 8시간 보다는 프로젝트 일정에 맞추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이 많아지면 8시간 이상 밤 늦게까지도 일을 하는 경우, 혹은 주말에도 일을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조금 적게 일을 하기도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고 몇 시간을 회사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동안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주어진 일을 어떻게 잘 마무리했느냐가, 적어도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4. 연봉 / 보너스 / biweekly
하이닉스에서 근무할 때 일단 같은 직급이면 같은 월급을 받았다. 박사 학위를 가지고 취업을 했기 때문에 과장 1년차로 입사를 했고 첫 월급날 각자에게 월급 명세표를 나누어 주었는데 생애 첫 월급 명세표라 너무 신기했고 아주 아주 바보같게도 사원으로 입사해서 10년차쯤 되어 과장이 되신 분에게 그 분 월급 명세표를 좀 볼 수 있겠냐고 물어서 비교해 보았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고 죄송한 부탁이었지만 흔쾌히 그러라고 말해 주신 그 분께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 분과의 월급 명세표를 비교해 보고 월급이 같다는 것과 박사 학위 수당이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20만원인가를 더 받았다는게 신기했었는데 미국에서는 남의 월급 명세표 (paystub)을 어께 넘어로 본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서로의 연봉에 대해서는 엄청난 금기 사항이다. 물어 본다는 것 자체는 실례 그 자체이고 물어 본다면 아주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같은 직급, 혹은 같은 연차라도 연봉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철저히 실력에 따라서 연봉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연봉은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100% 실력과 경력이 같은 사람이 둘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사람은 회사에서 줄곧 일을 해 온 사람고 다른 한사람은 이제 막 뽑아온 사람이라고 한다면 요즈음처럼 경력자를 찾기 힘들어 뽑아 오기 힘든 시장 상황이면 새로 들어 온 사람이 연봉이 더 많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엔지니어들 사이의 흔히 하는 말은 연봉을 높이고 싶으면 이직을 하라는 말이 있다. 같은 회사에 오래 있을 경우 연봉 인상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3% 정도씩 오르는 정도이고 승진을 하게 되더라도 연봉이 아주 크게 변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직을 하는 경우 실력이 있으면 지금 받는 연봉보다 10-20% 정도 더 받고 이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 연봉은 base salary라고 하고 여기에 보너스가 따로 나오게 되는데 이건 회사마다 다 다르다. 예전 회사는 연봉의 20% 정도를 12월 마지막에 한번, 지금 회사는 연봉의 10% 정도를 일년에 두번에 나누어 지급한다. 그런데 이 퍼센티지는 회사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든 사람이 그만큼을 다 받지는 못한다. 게다가 나중에 세금 정산/보고 때 돌려 받기는 하지만 보너스에는 최고 세율이 적용되어 세금을 내게 된다. 따라서 35-40% 정도의 세금을 미리 떼게 되어 $10,000의 보너스를 받더라도 실제로 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6,500 정도 된다. 세금을 본인의 세율 구간보다 더 많이 냈으므로 결국 나중에는 세금 보고 후 돌려 받기도 하지만 받을 때 워낙 많이 떼기 때문에 좀 기운이 빠지긴 한다.
연봉은 말그대로 일년을 기준으로 하는 총 수입이고 여기에 보너스 그리고 기타 주식이라든가 base salary이외에 받는 금액을 통틀어 total compensation (TC)라고 부른다. Base salary가 정기적으로 월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이게 또 애매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한달에 한번, 월급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biweekly, 즉 2주에 한번씩 임금을 주기 때문이다. 종종 weekly도 있으나 biweekly가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있었던 회사들 중에 한 회사가 1일/15일, 이렇게 한달에 두번에 나누어 임금을 주었는데 이게 오히려 특이했던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보통 한달에 두번 임금이 들어 오는데 달력을 보면 일년에 두번 2주 간격이 세번 생기는 달이 있다. 그래서 보통 연봉을 24번이 아니라 26번에 나누어서 지급한다고 표시하게 된다. 그런 달은 묘하게 보너스를 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연봉이 $100,000 인 경우 흔히 6-digit salary라고 하는데 한때는 월급쟁이들의 꿈의 연봉이었다고 한다. 지금 흔해져서 별로 6-digit 연봉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보통 20%의 세금을 withholding 한다고 하면 $100,000 * 0.8 / 26 = $3,077. 즉 이만큼이 2주마다 월급 통장에 들어오게 된다. 그럼 월급으로 치면 한달 수입이 $6,154. 이걸로 생활이 되는지 어떤지는 순전히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확실한건 실리콘벨리에는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 생활 > 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넷 (0) | 2021.12.12 |
---|---|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셋 (0) | 2021.12.08 |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하나 (0) | 2021.12.03 |
첫 미국 회사 첫 출근 - 둘 (0) | 2021.11.22 |
첫 미국 회사 첫 출근 - 하나 (0) | 2021.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