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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미국 직장 생활 - 뭔가 달랐던 점들 - 하나

by 피터K 2021. 12. 3.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4년 정도, 작은 벤처 회사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해 보았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는 중간 사이즈 정도되는 회사에서 5년 정도, 그리고 점점 조금씩 큰 회사로 옮겨가서 요즈음에는 이 업계에서는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해 보았으니 비교적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해 보았다고 볼 수 있겠다. 

 

요즈음은 워낙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근무 형태들이 잘 알려져 있어 미국의 회사들의 직장 생활이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처음 미국에 왔던 2004년도만 하더라도 그런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낯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 한국 사람이 한분도 안 계셨기 때문에 모르는 것들을 물어서 해결하기 보다는 직접 겪으면서 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근무 형태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보면 대체로 외형적인 것들이 많다. 직접적으로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내적인 이야기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 특이했던 것들 중심으로 몇가지 정리해 보려 한다.

 

 

1. 직급, 이름 부르기

 

이건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상대방을 부를 때 대부분 first name, 즉 이름으로 부른다. 천하의 Steve Jobs나 Elon Musk라도 회의 중이거나 복도에서 만나더라도 그냥 Steve, Elon이라고 부른다. 영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는 "You" 하나 밖에 없다. Steve와 Elon, 그리고 하다못해 미국 대통령도 부를 때는 "You"라고 칭할 수 밖에 없다. 소위 직급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보통 연봉 구역을 나누기 위한 것으로 주로 사용되지 한국처럼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되지는 않는다.

 

또한 그 직급 이름도 회사마다 조금씩 달라 회사가 다를 경우 서로의 직급 이름도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의 대리/주임/선임, 혹은 차장/과장/부장처럼 이름 뒤에 붙이기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예전과 지금의 회사의 직급들의 이름을 낮은 순서부터 나열해 보자면

 

Software Engineer I, II,

Member of Consulting Staff (MCS),

Senior Member of Consulting Staff (MCS),

Staff R&D Engineer,

Senior Staff R&D Engineer,

Principal Engineer,

Senior Principal Software Engineer,

Software Architect,

Senior Software Architect,

Scientist / Chief Architect 등이 있다.

 

이건 보통 엔지니어 직급 기준이고 만일 매니저 직급으로 가면 조금은 다른 이름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직급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처럼 이름 뒤에 붙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직급 이름 대신 "프로" 혹은 "님"이라는 통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회사 내에서 Steve Jobs를 부를 때는 그냥 Steve 다.

 

 

2. 휴가 / PTO (Paid Time-Off)

 

한국에서는 월차, 연차 등이 있어 하루 단위로 매달, 혹은 매년 휴가 일수가 정해져 있었다. 기준이 하루였기 때문에 미국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첫 회사에서 첫 달에 paystub, 즉, 월급 명세서를 받았는데 거기에 vacation 항목에 5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한 생각에 일단 휴가 일수를 5일을 주고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 숫자가 날짜 일수가 아닌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5시간의 휴가가 2주마다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달이면 10시간의 휴가가 주어진다. 만일 하루를 쉬고 싶으면 하루 일과 시간이 8시간이기 때문에 8시간 휴가를 신청하면 된다.

 

이 말은 휴가를 시간 단위로 낼 수 있다라는 뜻이 된다. 사실 상 오전에 일과를 따로 봐야 하면 3시간 짜리 휴가도 낼 수가 있는데 여기 사람들도 복잡한지 반나절 단위인 4시간 단위로 쪼개서 쓴다. 그리고 엔지니어라면 중간에 두어시간 볼 일보고 들어 오는 거라면 매니저도 그냥 다녀 오라고 한다.

 

암튼 이건 소위 말하는 PTO (Paid Time-Off) 즉 유급휴가이다. 여기에 더해서 병가(sick day off)는 보통 10일 (80시간) 정도 따로 주어지고 회사에 따라 결혼/출산 그리고 일가친척 장례식에 따라 정해진 휴가(bereavement leave) 날짜 수가 정해져 있다.

 

결혼/출산/장례에 따른 휴가가 아닌 일반 PTO 휴가 시간은 사용하지 않으면 적립되고 해가 바뀌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한정 쌓을 수는 없다. 보통 연차에 따라서, 즉 5년차까지는 100시간까지, 10년차는 125시간까지 적립할 수 있고 그 이상은 적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휴가를 잘 못 쓰는 사람들 중에 이 limit에 가까와지면 아까워서라도 일부러 휴가를 내기도 했다.

 

이게 Paid Time-Off 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적립된 휴가 시간만큼 준비금을 쌓아 두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퇴사를 하게 되면 그 사람의 남은 휴가 시간을 계산해 그 사람의 시간 당 임금에 맞추어 돈으로 지급해 준다. 이러다보니 회사는 일정 금액을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적립해 두어야만 했다.

 

이전 회사에서 지금 회사로 옮겨 올 때 사용하지 않은 휴가 시간이 있었는데 마지막날 그날까지의 pay check와 남은 휴가 시간을 hourly payment로 계산한 두번째 check를 받았다. 하루 8시간 biweekly로 2주면 80시간이 되는데 남은 휴가 시간이 80시간이 넘어서 남은 휴가에 대한 check 금액이 더 컸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미사용 휴가 금액에 대한 적립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들이 생각해 낸 것이 unlimited PTO 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 2주마다 5시간의 PTO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만일 일주일의 긴 가족 여행 휴가를 내고 싶다면 적어도 40시간이 있어야 일주일 휴가를 낼 수 있다. Unlimited PTO는 이런 제한을 없애고 매니저와 협의하고 승인을 받으면 제한 없이 휴가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회사에 좋은 점은 PTO에 대한 적립금을 더 이상 쌓아 둘 필요가 없어져서 더 많은 여유 자금을 사용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남아 있는 휴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휴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되긴 했다. 이런 애매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휴가를 내기 위해서 달린 단서, 즉 매니저와 협의하고 승인을 받았을 때라는 조건 때문이다.

 

보통 정상적인 회사는 휴가를 낸다고 했을 때 특별한 이유를 묻지 않고 매니저가 승인을 하는 편이다. 외국이 고향인 사람들은 적어도 2주에서 그 이상의 휴가를 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본국을 다녀 온다고 한다면 2주 이상 휴가 내는데 반대하는 매니저는 없는 편이다. 다만 내 휴가 시간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휴가 신청하는게 권리처럼 느껴졌는데 unlimited PTO의 경우 아무래도 긴 휴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 점이 있기도 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휴가 내는데 있어서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미리 매니저와 상의 하면 길게 휴가 일정을 잡는데 큰 문제는 없는데 한국에서는 왜 휴가가냐고, 꼭 가야 하냐고 하는 분위기였던 것이 다르면 다르지 않을까. 

 

 

휴가에는 역시 여행이다. 1990년에 미국 처음 왔을 때 고모네 식구들과 함께 Lake Tahoe에 처음 가 보았는데 15년이 지난 2005년에 내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정말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