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50 관심과 간섭의 차이?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집에 전화를 걸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밥 잘 챙겨 먹어라." "아침, 저녁으로 추운데 옷 두텁게 입고." "공부하는 건 잘 되어 가니?" "먹는데는 돈 아끼지 말고." *!* 사실 이러시면서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용돈 더 보내신 적은 한 번도 없다.. ^^; *!* 늘 듣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어떨 때에는 엉성하게 대답을 하곤 한다. "네, 물론이지요." 무척 성의없는 대답에 가끔은 내 자신도 조금은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큰 아들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걱정해 주시는 것인데.. 이런 말뿐만이 아니라 때론 '내가 세살 먹은 어린 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질구례한 충고도 듣게 된다. 그.. 2021. 5. 23. 사랑의 빛깔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랑이 어떠한 빛깔을 가지고 있는지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용기인 것 같다. 오히려 사랑이 보는 사람의 눈에 모두 다른 색으로 보여야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 사람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모두 한결같이 다를 수 있다. 때론 그 방식, 그리고 어쩌면 빛깔로 은유되는 것들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잃게 되지만 가시는 장미를 가지고 있어서 못내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가시가 돋아 버린 내 마음에 한송이 장미가 내려 앉았으면 좋.. 2021. 5. 23. 동전 공중 전화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우리 학교의 기숙사는 총 21동이다. (남학생 19동 + 여학생 2동) 이렇게 많은 인원이 살고 있는 곳에 전화기가 없다면 너무나 이상할 것이다. 아, 물론 구내 전화는 각 기숙사 층마다 하나씩 있다. 그러나 이 전화는 시내 전화까지만 무료이다. 당연히 시외 전화는 불가능이다. 그래서 시외 전화를 쓰려면 기숙사 곳곳에 있는 공중 전화를 이용하여야 한다. 얼마전부터 내가 사는 10동 앞 9동에 뭔가 뚝딱뚝딱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공중 전화 하나가 생겼다. :) 그러지 않아도 공중 전화를 쓰려면 지곡회관까지 갔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거기에 전화가 생겨서 그런지 가끔 밤에 방으로 들어 가다 보면 한 두어 사람이 전화를 쓰.. 2021. 5. 23. 탑 쌓기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옛날에 본 공익 광고 하나. 어떤 사람이 미술관을 짓고 있는 공사장에 갔다. 거기서 인부 중에 한 사람을 만났다.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그러자 그 인부가 대답했다. "네, 지금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던졌다. "저는요, 지금 일당 3만원어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에게 더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저는 지금 아름다운 미술관을 짓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성당에서 피정을 갔었다. 피정은 수련회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피정의 의미 자체가 '피속취정'의 줄인 말로 속된 것을 피하고 조용함을 찾는다 라는 뜻이다.. 2021. 5. 23. 음성에 관한 작은 생각들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삐리릭~ 삐리릭~" 삐삐가 오는 소리다. 난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삐삐를 꺼내서 확인해 본다. '4662878[10]' 어, 벌써 10번째 음성이다. 요즈음은 게을러졌는지(?) 음성이 곧잘 10개가 채워진다. 음.. 곧 몇 개를 지워야겠네... 이럴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지금 들어 있는 10개의 음성 중 어떤 것을 지워야 할까? 나는 음성이 녹음되면 듣고 나서 거의 지우지 않는 편이다. 아주 사소한 말이 녹음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왜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난 '그냥~'하고 대답할 수 밖에. 구지 이유를 따진다면 음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 비밀번호를 눌렀을 때 '수신된 메세지가 없습니다.' .. 2021. 5. 23. 푸념 늘어 놓기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꺼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2021. 5. 23.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5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