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집에 전화를 걸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밥 잘 챙겨 먹어라."
"아침, 저녁으로 추운데 옷 두텁게 입고."
"공부하는 건 잘 되어 가니?"
"먹는데는 돈 아끼지 말고."
*!* 사실 이러시면서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용돈 더 보내신 적은
한 번도 없다.. ^^; *!*
늘 듣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어떨 때에는 엉성하게 대답을 하곤 한다.
"네, 물론이지요."
무척 성의없는 대답에 가끔은 내 자신도 조금은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큰 아들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걱정해 주시는 것인데..
이런 말뿐만이 아니라 때론 '내가 세살 먹은 어린 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질구례한 충고도 듣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충고가 많아 지면
그 때부터는 충고가 아니라 잔소리가 되어 가고 심하면 간섭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포항에 처음 내려 왔을 때, 내가 겨우 학부 1,2학년 때에는 솔직히
이러한 잔소리들이 듣기 싫었다. 맘 속으로는 '나도 다 컸는데 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괜히
댓구도 해 보고 잘 못된 것은 일일이 따져 가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싫었던 것은 그 모든 것이 꼭 참견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맘 속으로 생각하기로는 난 다음에 커서 부모가 되면 이런
참견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 잔소리, 참견 듣는 내 아들,
딸은 얼마나 괴롭겠어 하는 우스운 생각으로 말이다. ^^;
하지만 어느 날인가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아무리 속이 안 좋아도 식사는 꼭 제때 챙겨 먹어. 그러다가 속 버린다."
"너무 피곤하면 일찍 자." 기타 등등....
으~~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내가!!!
그러면서 느끼는 새로운 사실 하나..
피는 정말 속일 수 없는거구나... ^^;
이런 나의 말을 듣는 친구는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솔직한 생각은 그게 '관심'이었다. 그래도 널 챙겨 주고 싶고
네가 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말이다.
관심과 간섭? 참 묘한 차이인 것 같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남들이 보기에는... 아니 내 스스로 가끔 생각하기에는,
이게 간섭처럼 되어 버렸지만 받아 들이는 사람은 그 하나 하나가
관심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관심이 많은 걸까? 글쎄다... :)
나도 이제부터 부모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그 작은 것들이 나를 향한
관심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늘 내가 누군가에게 쏟고 있는 그런
관심처럼 말이다.
내가 때론 무슨 시어머니 같지는 않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