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살다보면 자신의 이름이외에 가끔씩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이름이 있곤 한다.
바로 별명이란는 것... 때로는 너무나 친근해서 그 사람의 본명조차
잊어 먹고 그 사람의 별명으로만 부를때도 있다. 내가 1,2학년때 우리
친구들은 각자 그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도 별명으로만 부르다보니
가끔 나는 그 친구의 본명이 모드라... 하는 생각도 하곤 했으니까..
내게 붙여진 맨 첫번째의 별명은 국민학교때 붙여진 '꼬깔콘'이었다.
내가 항상 학교갈때마다 모자를 쓰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모가 그리 좋았는지 모자 쓰는 것이 참 좋았다. 물론 지금도 가끔 모자
쓰는 것을 좋아 하긴 하지만...
그렇지만 나의 그 별명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그냥 너도 하나
별명 있어야 하지 않겠니... 하면서 즉석에서 붙여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도 별로 그 별명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냥.. 나하고는 어쩐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그리고는 한동안 별명을 가지지 못했다.
(애들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랬나???)
그러다가 내가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친한 친구들끼리 모이면서 서로에게
별명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맨 처음 별명이 붙은 친구는 '까마구'...
그 녀석은 밤중이면 대체 어디에 서있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까아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친구를 부를때면 조금 더 이름에 악센트를
주어서, 까막아~~~~ 하고 불렀다... 하하.. 물론 지금도 보면 가끔 그렇게
부른다.
또 다른 친구하나는 별명이 '뼉다구'였다. 여자애였는데 정말로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호리호리(?) 했으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모든 몸매가 일자형이었다.. 물론 나도 무척이나 마른 편이어서 그 친구의
별명이 나를 따라 다니긴 했다. '뼉다구 II'.... 음냐...
이 친구도 부를때는 마찬가지로 조금 악센트를 주어서... '뼈억~~~'하고
불렀다.. 하하.. 그 친구 그래도 이 별명이 맘에 들었는지 메모를 남길
때라든가 아니면 편지를 쓸때면 '뼉'이라고 닉을 남기던가 아니면
곱게(?) 통뼈 하나를 그려 넣기도 했다... :)
곧 나도 친구들의 등살에 별명을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밝히기 조금은 싫은(?) '빠이뿌' 였다. 이건 pipe란 뜻인데 나도 별수 없이
쇠파이프처럼 삐쩍 말랐다는 뜻이다... 아직도 친구들은 나를 '빠이뿌'라고
부른다... 음냐....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나의 새로운 이름 하나를 얻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피터'(혹은... 혀를 자알 굴리면... 피러~~)
종교가 가톨릭이기 때문에 세례명이 있다. 예수님의 12사도중에 가장 맏이인
베드로의 영어식 이름인데 어느날인가 선배누나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주면서 '피터'라고 써 준 것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 다음 부터는
나의 별명은 '피터'야!! 하고 공언하고 다녔다... 하하.. 순전히 강압에
의한 새로운 나의 별명을 말이다. 아마도 자신의 별명을 자신이 지어 붙인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이름이 너무 맘에 든다.
나의 머신 어카운트도 peter이다... 아마 별 다른 제약이 없었다면
키즈의 아이디도 peter라고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벌써 어느분이
쓰셨더구만... 쩝... 그래서 어쩔 수 없이 peter에 다가 성의 이니셜인
k가 하나 더 붙어 버렸지만...(peterk --> 피딱??? 음.. 누구야??!! )
그래도 여기 키즈에서는 공식적(?)으론 이름이 피터이다.. 때론 내 본명보다
피터라고 불리우는 것이 더 좋다. 키즈는 하나의 또 다른 세계이므로...
여기서만은 피터가 되고 싶으니까...
(음... 아이디가 peter이므로 교수님도 나를 피터라고 부르신다...)
별명이란거 때론 친구 사이에서 친밀감을 나타내기에 편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부담을 줄여 주기도 한다. 별명을 부름으로써 뭔가 서로의 사이를 막고 있던
작은 장벽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 하는 것이 어떠한 식이든 '나'라는 자체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별명이 없는 내 친구들에게 이쁜 별명을 지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을 조금 더 친밀하게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그럼으로써
그 친구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별명 하나가 참 어울리는 친구에게.... 나는 좀 더 좋은 우정을 쌓아 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키즈에는 참 이름이 이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 ^_^
그 분들.. 모두 그처럼 이쁜 마음들을 가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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