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여기저기 꽃들 사이를 다니며 꿀을 빨아먹던 벌이 한마리 있었단다.
너무나 피곤해서 어디 앉을때가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는데
멀리 풀을 뜯는 황소한마리가 보이더란다.
벌은 황소에게 가서 물었다.
"제가 너무 피곤한데요.. 뿔에 잠시 앉아 쉴 수 있을까요?"
"음.. 그러렴..."
벌은 황소의 뿔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잠시후 벌은 황소에게 말했다.
"제가 뿔에 앉아 있어서 힘드시죠? 죄송해요.."
"아니 난 괜찮단다."
벌은 계속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잠시후 또 황소에게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너무 힘드시죠..."
"아니... 괜찮아. 난 너의 무게를 느낄 수 없단다."
후배가 어느날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질문을 던진다.
"선배님...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음...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건... 벌처럼 하찮은 존재이면서도 남한테 무척이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을 빗대는 말이에요.."
조금은 어설픈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그 비유자체는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남한테 별로 인식이 못 되는 존재이면서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후배는 뒤이어 이런 말을 한다.
"저도 그런가 봐요.. 사람들이 저하고는 약속을 해 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바람을 맞히고는 해요... 그 사람들에게는 제가 벌처럼
아무렇지 않은 존재인가 봐요..."
"...."
생각하기 나름인 자신에 대한 비유...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한가지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 아니련지...
이렇게 되면 나는 항상 나도 모르게 행복의 마술사가 되고는 한다.
"글쎄다.. 하지만 주위에 꼭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잖니?
보렴... 나만 해도 언제 너한테 약속을 어긴 적이 있었어?"
"그건 그렇지요..."
조금은 어색한 행복을 조금 나누어 준다. 실은 나도 나에 대해서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교수님이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부터 일을
떠맡게 되면 나도 걱정부터 한다.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일을 끝내면 해 내었다는 승리감보다는
나도 모르게 먼저 드는 생각... 잘 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한없이 약해지지만 사람들, 특히 후배들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다. 더구나 그런 모습은 전염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힘이 들면 주위의 다른 사람도 힘들어지는...
재미있는 것은 그 반대로 힘을 북돋는 것도 전염병이라는 거다.
조금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 힘을 얻도록 해주면 그 역시 다른
사람도 힘을 얻고 강해진다.
후배의 반쯤 줄어든 어깨위로 '너 답지 않게 왜 그러고 있어?' 하며
도닥거린 나의 손으로 그 후배의 새로운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며, 아직은 그 후배앞에서 강한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되었다.
내 자신을 속여가면서 강한 사람보다는 나한테도 강한 사람으로...
낙관주의자는 우리가 가장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비관주의자는 그것이 사실이면 어쩌나 하고
근심한다.
- 머피의 법칙중에서 기본적 난제 -
작가의 마을 - 옛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