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
속담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론
너무나 잘 맞아 들어가는 상황이 많아서 한번쯤 피식 웃게도 된다.
문뜩 이 속담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후후.. 실은 이 속담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이다. 이 말에 반대가 되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아서....
사소한 실수 하나로 모든 것이 뒤틀어져 버리는 그런 뜻이 말이...
지금은 당장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지는 않는다....
요즈음은 한창이나 기말고사를 치기 시작하는 때이다. 학부나 대학원이나
이번 학기를 잘 살아 남으려면 반드시 넘어야할 또 한가지 고개인 셈이다.
기말고사라는 것은... 후후..
이번엔 어떻게 된 일인지 두 과목밖에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묘하게
이 두 과목의 기말고사가 겹쳐 버린 것이다. (이걸, 우리끼린 더블헤더라고
부른다... ^_^ ) 그것도 두 과목 모두 전 범위를... :(
지난 일요일날 성당에서 저녁미사를 보고 나서 청년회 친구들이 모였는데
무슨 모의를 했는지 다들 볼링을 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우씨~~~
난 화요일날 시험봐야 하는데.... :(
나는 할 수 없이 친구들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학교로 다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학교 들어가서 얼마나 더 공부를 할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학교 도서관에서 빈둥거리더라도 마음은 편하니까 말이다.
내가 들어간다고 하니까 여자 동기 하나도 같이 들어 간단다.
그걸 보고 내 친구는 셈이 나서 (??)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 피터! 너 나 배신하지... ] :P
하하하...그러는 자기는... 지금 자기 차에 볼링장 가는 시커먼(?) 늑대
세 마리를 태우고 있으면서... :)
학교에 들어 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웬지 이르다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으므로 나는 발길을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신 나한테 배신을 당겼다고 모라고 쫑알거리던 친구에게 음성 메모나
남겨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 대신 내 몫까지 열심히 놀아야 해~~, 글구 이따가 들어와서 너무
늦지 않았다면 연락하렴... ]
후후... 이 여우(?)는 늑대들 틈에서 잘 하구 있나 모르겠다.. :)
한참 시험공부를 하다가 문뜩 시간을 보니 막 1시 30분을 넘고 있었다.
조금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음.. 벌써 들어왔을 시간이 넘었는데...
넘 늦게 들어와서 연락을 안 하는 걸까?? 연락 했을텐데.. 암 늦어두...
걱정(?.. 하하.. 무슨 걱정??)도 조금 들었고 또 문뜩 생각도 나길래
나는 그 친구에게 다시 삐삐를 쳐 보기로 했다. 넘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삐삐 번호를 돌리자마다 들리는 소리..
[ 전화번호를 남기시려면 1번을, 음성을 남기시려면 2번을
서비스는 3번을 눌러 주십시오...]
응?? 3번?? 내 것은 012라서 그런지 3번에 관한 안내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는 015라서 그런지 3번에 관한 것도 이야기를 해 주네...
그 안내를 듣고나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3번을 눌러 보았다.
그랬더니 비밀번호를 넣으란다... 음... 가만 생각을 해 보니 얼핏 생각이
나는 번호가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번호라며 나중에 꼭 삐삐 번호를
바꾼다면 그 번호로 할꺼라며... 그래서 나는 그 번호를 눌러 보았다..
후후.. 그랬더니 이게 웬일... 그 번호가 맞는 것이 아닌가...
의도적은 아니었지만.. ㅤ후후.. 난 그만 그 친구의 삐삐를 해킹한 셈이 되어
버렸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선 난 조금 웃음이 나와 버렸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다음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후후.. 우연히 너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어.. 그러니 다른 걸로 바꾸렴...
하지만 이것이 나의 작은 실수의 첫단추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친구는 내가 생각하던 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응을
보였다. 자기의 작은 프라이버시가 열려버린 것이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었다. 아차! 이거 실수를 했구나... 하지만 이미 나의 말은 나의 입을
떠나 버린지 오래였다.
친구의 기분을 그렇게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실수이든
아니면 고의적이든 간에 내가 하는 행동하나가 남에게는 아주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너무나 늦게 께달았던 것이다. 유희로 개구리에게 던지는
작은 돌멩이 하나는 그 개구리에게 있어서 생명의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그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날은 하루종일.... 친구에게 작은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이 계속 나의
마음속에 흘러 다녔다.
말은 쉽게 주워 담지 못한다고 했다. 더구나 남의 마음이나 기분을 상하게
한 말은 때론 상처라는 묘한 자국이 남기도 하니 말이다.
실수이든지, 아니면 고의적이든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항상 내가 내어 뱉는 말의 단속하고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또한 물론 그렇게 산다는 것 자체도 무척이나 피곤한 일일테니
말이다.
이러한 실수들이 때론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어떨때는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실수들이
두 사람이 서로 더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후후.. 그러고 보면 가끔씩은 이러한 실수들이 필요하긴 한 모양이다.
그 날은 하루종일 나도 신경이 쓰인 하루였다.
하지만... 그 날 저녁 내게 날아온 작은 메세지 하나가 나에게 작은 사실
하나를 새롭게 되새기게 하여 주었다.
[ 오늘 아침 네 말에 기분이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난 오늘 하루만 기분 나빠하기로 했단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마... ]
후후... 난 아주 멋진 친구를 가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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