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며칠동안 저녁시간에 실험실을 많이 비웠다.
모임도 생기고, 이번달 들어 새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도 해야하고...
그런데 며칠전부터 집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자주 걸려 오기 시작했다.
주로 내가 자리를 비울때 전화가 와서, 나는 받을 수가 없었고
내가 다음날 집에 전화를 하면 집은 비었고...
한 이틀, 이렇게 이상한 숨바꼭질을 하고 나니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거다.. 집에서 갑자기 왜 나를 그렇게 찾지??
어제도 저녁에 술자리 약속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실험실 자리를
비웠는데, 술자리가 끝나고 1시쯤 돌아와보니 칠판에 커다랗게 쓰여있다.
'피터형.. 집에 꼭 전화 바람...'
새벽 1시이니 전화할 수도 없고...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 아침, 실험실에 올라와서 얼른 집에 전화를 했다.
음.. 그런데 통화중이네... 나는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랩세미나가 끝나고나서 다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 음.. 귀여운 여동생 목소리...
"응.. 오빠야.."
"오빠!! 왜 이렇게 통화하기가 힘들어?"
"으응... 그게.. 좀 바뻐서.." << 뜨끔... 음냐...
"오빠.. 17일이 무슨 날인지 알았어?"
"으잉? 17일" << 데굴데굴.. 머리 굴리는 소리..
으악!! 그러고보니.. 17일은.... 음냐.. 우리 어머니 생신...
나는 수화기를 들고 쥐구멍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몬난 아들은
그동안 놀기 바빴으니...
"내가 오빠한테 미리 알려 줄려고 그렇게 전화를 했었는데..."
"으응? 그래? 그래서 그 날 어떻게 했어?"
"그냥.. 케이크 사다 놓고, 노래 불러 드리고 그랬지 모... "
역시.. 집안에 여자애는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냐...
아무리 듬직한 아들이 둘이나 있어도 낳아주신 어머니의 생신을
기억하는 사람은 딸래미밖에 없으니 말이다.
먼 곳에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가족을 생각하는 것이
점점 무디어져서 일까?
맘속으로는 둘다 아니었으면.. 하고 빌어 본다.
어머니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는지.. 이번 설에 가보면 다시
한번 세어 보아야겠다. 음... 그리고 어깨도 좀 주물러 드리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기분을 째지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 고민...
며느리감을 데리구 가?? ^_^
포스테크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