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방돌이(룸메이트)를 잘못둔 탓(?)에 나는 언제나 주말을 혼자 보낸다.
집이 대구인 방돌이는 요즈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매 주말만 되면
집에 가기 때문이다. 여자가 생겼나?? :)
요즈음 들어서 내가 가장 싫어 하는 것은 아무도 없는 방을
혼자 따고 들어 갈때이다. 웬지 모를 써늘함이 가뜩이나 힘든
내 자신을 감싸 안을 때면 소름마저 끼칠 정도로...
언젠가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 적이 있었다.
"언제 가장 장가 가고 싶니?"
나? ... 전에는 우스개 소리마냥 대답해 준 이야기는
방에 혼자 앉아 구멍난 양말을 꼬매고 있을때라고 했다..
(정말이지 사랑 받을 남편이 될꺼 같다... :) 이 대답을 들은 친구가
하는 말... 그럼 그때는 네 부인꺼 까지 꼬매구 있겠구나...하하하.. )
하지만 요즈음은 정말이지 문뜩 문뜩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누군가 기다려주는 방을 열고 들어 가고 싶다는....
주말에 방돌이가 집에 가고 없기 때문에 금요일, 혹은 토요일날은
밤에 방에 괜히 들어 가기 싫어 진다. 여기 저기서 놀다가 어쩔수 없이
들어가야 할때면 가끔은 편의점에서 맥주도 한 캔 사서 들어가기도 하고..
혼자 자게 되니 아침에도 혼자 눈을 뜨게 된다. 서로 생활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주중에는 방돌이의 부시럭하는 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곤
하지만 주말엔 눈이 떠져도 그냥 침대에서 마냥 뒹굴기도 한다.
그러다 깜빡 다시 잠이 들기도 하고... 아른아른 거리는 졸리움을
즐기면서... 문제는... 점심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생겨서 탈이지만..
이불이 두터운 솜이불이라 그런지 그 안에 누워 있으면 무척이나
포근하다. 그 안에 누워서 아침햇살을 받으며 별별 공상을 다한다.
오늘 무슨 일을 해야지... 누구도 만나야지... 참, 편지도 써야 하는구나..
음.. 그리고 오늘은 키즈에 무슨 글을 쓸까....
그렇게 창밖 새소리와 함께 숨어 지내노라면 가끔 좋은 이야기로 쏟아져
나온다. 한번은 그렇게 생각해 놓았던 소재를 잊어 버려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는 꼭 자기전에 머리맡에 노트와 펜을 놓아 둔다.
솜이불속에 꼭꼭 숨어 있다가 문뜩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의 머릿속을 노크하면
반갑게 문을 열어 주며 그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적어 두기 위해...
혼자 눈을 뜨는 아침이... 언제나 포근한 꿈을 꾼 아침처럼 새롭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마감해 본다.
아~웅.... 졸려....
'포스테크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교수님 (0) | 2021.04.19 |
---|---|
열 아들보다 딸 하나가... (0) | 2021.04.19 |
의욕 (0) | 2021.04.19 |
행복이라는 것은... (0) | 2021.04.19 |
행복찾기 (0) | 2021.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