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전 세계의 관심거리이던 미국 대선이 끝났다. 박빙일거라고 예측되었지만 싱겁게도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 누가 되더라도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실망 내지 걱정하게 마련이다. 일단 누가 될지 모르던 불확실성이 없어지고 승자가 결정되어진 지금은 적어도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대강 결정이 된 듯하다. 좋든지 싫든지.
이 블로그는 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미국에서 살면서 투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투표가 있는지에 대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나씩 정리해 보려 한다. 대부분의 투표 경험은 사실상 Texas로 이사를 온 후의 경험이라 기준은 지금 살고 있는 Texas, 그 중에서도 나의 주소지인 Travis County를 기준으로 한다. 다른 County에 살거나 다른 주에 산다면 그 내용과 방식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선거일
연방 선거/주 선거 등등 미국 내에서의 선거일은 11월 첫번째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딱히 정해진 날이 없었고 연방제 국가인만큼 각 주마다 주 선거일이 달랐지만 1845년 의회에서 대통령 선거는 전국이 동시에 한 날짜에 하기로 정했고 점차 다른 연방 선거/주 선거들도 그 날짜에 맞추어졌다. 그런데 365일 많은 날들 중에서 11월 첫번째 화요일로 정해졌을까? 그건 1900년 이전 초기에는 도시 노동자보다 시골 농부들이 훨씬 많았고 일년 내내 작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로 바쁘다가 11월이 되면 수확도 거의 끝나가는데다가 날씨도 너무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 정해졌단다.
한국에서는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정 공휴일이 아닌 그냥 평일이다. 공식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거나 점심 시간에 잠시, 아니면 일과 후에 투표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식이면 투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부터 우편 투표와 사전 투표가 발달했다. 우편 투표(Mail-in ballot)는 말 그대로 내가 기표한 투표 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인데 우편 투표를 하기 위해서 Texas에서는 먼저 우편 투표를 하겠다는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누구나 다 우편 투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Texas 기준으로는 다음의 자격 조건이 있다.
- 65세 이상
-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 선거일이나 사전 투표 기간 동안 County를 벗어나는 경우
- 선거일 기준 3주 전후로 출산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
- 감옥에 있는 경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우편으로 투표 용지를 받게 되고 기표를 마친 후 우편으로 다시 부치거나 투표 용지만 받는 투표함이나 장소에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얼마 전에 이 누군가 우편 투표함에 방화를 한 사건이 있어서 뉴스에 크게 난 적이 있었다.
사전 투표(Early voting)는 선거일 당일에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일 이전에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해 두고 그 기간 내에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를 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각 주마다 County 마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 알아 보아야 한다. 선거일 당일에는 상당히 많은 투표소를 운영하지만 사전 투표 기간 중에는 생각보다 투표소가 많지 않다. 그래서 County 홈페이지에서 미리 잘 찾아보고 가야 한다. 내가 거주하는 Travis County의 경우 사전 투표일은 10월 21일 월요일부터 11월 1일 금요일까지였고 일요일만 12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고 나머지 날들은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한다. 일부 저녁 10시까지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잘 찾아 보아야 한다.
올해 선거일은 11월 5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 2024년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 2022년 기준 유권자 수는 1억 6천 백만명. 이걸 기준으로 해도 선거일 10일 전 기준 6천 7백만명이 사전 투표를 했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전 투표를 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지금 2024년 대통령 선거는 온 지구의 관심사라 그런지 투표 열기가 꽤나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선거를 이날, 11월 첫번째 화요일에만 하는 건 아니다. 종종 로컬 선거들이 있어 지역 현안이나 제안된 법안에 대한 주민 투표를 따로 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 중요한 선거로는 각 당, 사실상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를 뽑는 primary와 caucus라는 것이 있다.
선거 자격
당연하게도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 시민권자여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주민 등록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누가 실제 유권자인지를 먼저 파악하지 않는다 . 내가 시민권자로 투표할 권리가 있고 투표할 의지가 있으면 먼저 "유권자 등록 (voter registration)"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보통 미국에서 태어나 살게 되는 경우 만 18세에 운전 면허를 신청하게 되는데 이 때 운전 면허 시험장에 이 유권자 등록 서류가 항상 같이 있다. 이 때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몇년 후 운전 면허증을 갱신할 때가 되면 내가 이전에 유권자 등록을 했던 하지 않았던 꼭 유권자 등록을 하겠냐는 안내가 뜬다. 유권자 등록은 매년 갱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등록을 할 때 시민권자라는 증명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근에는 운전 면허증 신청/변경할 때 RealID라고 해서 신분을 확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민권자임은 확인이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유권자 등록을 하고 나면 나중에 집으로 유권자 등록 확인 우편물이 하나 온다. 거기에는 내 주소지 기준으로 연방 하원/주 상원, 하원/School District/시 의원 투표 구역 번호가 나와 있다.그 번호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고 투표소에 가서 운전 면허증으로 확인하고 나면 자동으로 확인이 된다.
연방 선출직, County 혹은 살고 있는 지역의 시장 선거 등의 선출직 선거는 선거권을 가진 미국 시민권자만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고 주민 발의 법안에 대한 선거, 예를 들면 ISD (학군) 예산, 지역 현안에 대한 선거인 경우 시민권자 뿐만이 아니라 영주권자에게도 선거권을 주자는 이야기가 한 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걸 시행하는 County나 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기본적으로 선거는 미국 시민권자만이 가능하다.
투표를 하고 싶으면 반드시 이 유권자 등록 (voter registration)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철이 다가 오면 유권자 등록 캠페인이 활발해지는데 이건 그만큼 시민권자로써 자격이 있으면서도 투표 하겠다는 의지가 없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 아닐까. 어떤 식으로든지 등록을 한 사람이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겠지만 그 절차가 부실한 건지 아니면 헛점이 있는 것인지 종종 자격이 없는 상황인데도 유권자 등록을 한다거나 등록을 독려하는 곳에서 무작정 신청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정 투표에 대한 논란이 생겨나게 된 것인데 사람의 일이다 보니 실수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과거에는 그 비율이 너무 너무 작아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처럼 박빙인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예민해질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전국 대선 선거일은 정해져 있지만 그 전에 각 정당에서 출마할 후보 선출과정이 따로 있다. 말하자면 공천 절차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방법도 주마다 방식이 다르다. 각 방식은 Primary와 Caucus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open 혹은 closed 형식이 더해진다. 먼저 Primary 방식은 유권자(voter)가 직접 투표를 진행해서 더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그 정당의 공천 후보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간단하고 이해도 쉽다. 낯선 방식은 Caucus인데 이는 각 정당이 진행하는 미팅을 의미하며 County 혹은 지역별로 열리게 된다. 일부 Caucus의 경우 비밀 투표로 진행되기도 하고 다른 경우는 참석자들을 서로 지지하는 후보별로 나눈 후 각 그룹은 연설과 토론을 통해 자기 쪽 지지 후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서 자기 후보 지지 그룹으로 넘어 오게 만든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그 그룹에 속한 사람의 수 만큼을 그 후보의 지지 투표수로 계산한다. 얼핏보면 복잡한 과정이고 이게 과연 잘 이루어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이상"과는 제일 근접한 과정이기는 한다. 문제는 "현실"이 그런가라는 물음표가 붙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다른게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하는 한국에서라면 이 Caucus 과정은 결국 주먹 다짐과 욕설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더 재미(?)를 더하는 부분은 이 방식이 "open"이냐 "closed" 이냐이다. "open"은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다는 뜻이고 "closed"는 등록된 당원들만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Open Primary"라면 투표권을 가진 누구나 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 할 수 있고 "Closed Primary"라면 당원들만 참여하는 방식이다. Texas는 "Open Primary"를 진행하는데 그래서 5월쯤 열린 primary election에 가면 먼저 공화당에 투표할지 민주당에 투표할지를 묻는다. 그리고 어느 당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해당 정당의 지원자들에 대한 투표를 하게 된다. 여기서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이 때문에 종종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에서 보기에 상대하기 껄끄러운 공화당 후보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민주당에서는 당원들이나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공화당의 다른 후보를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으로 지지를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똑같은 일이 공화당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집으로 후보자에 대한 지지 우편물이 올 때 다른 후보는 상대방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자기를 선택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다.
한국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비당원의 투표/여론조사 지지도 결과를 넣는냐 마느냐로 다툼이 있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것이 "open primary"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그 적용 비율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 hybrid 형태이겠지만.
https://youtu.be/tOUNMmdk7W0?si=AjEuqcHC7GK2Z0R2
선거 내용
오는 11월 5일 선거일에는 대선 투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표 용지를 받아 보면 정말 투표할 내용이 어마어마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큰 투표 내용은 물론 대선 투표이지만 다음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상원 의원 (Senate) 투표
상원 의원은 각 주마다 그 크기나 인구 수와는 상관없이 2명이 배당된다. 만일 연방 의회의 의원 수가 단순 인구 순으로만 결정된다면 인구 수가 많은 몇몇 주에 의해 의견이 결정될 수 있고 인구 수가 적은 초기 주의 경우 그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모든 주가 같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인구 수와는 상관없이 상원 의원 두명이 선출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50개 주가 있으므로 전체 상원 의원 수는 100명이다. 상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2년마다 전체의 1/3씩, 즉 33명씩 새로 뽑게 된다. 올해는 34명을 새로 선출한다고 한다. 올해의 경우 Texas Senate 중에 한명을 새로 선출하기 때문에 투표 용지에 상원 의원 투표 항목이 있다.
하원 의원 (House Representative) 투표
하원 의원은 인구 수에 비례한다. 상원과는 반대로 주마다 같은 수의 의원을 가지게 되면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원 의원 수는 현재 435명이고 임기는 2년. 그래서 짝수해 마다 하원 의원 선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투표 용지에는 하원 의원 투표 항목이 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체 선거의 다수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라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간접 선거인데 각 주마다 "선거인단"이 할당되어 있고 그 주에서 다수표로 승리하면 그 후보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이다. (다만 Nebraska와 Maine주는 투표수 별로 "선거인단"을 나눈다.) 그렇게 얻은 "선거인단"이 실제 대통령 선출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전체 "선거인단" 수는 모두 538명. 이는 상원 의원수와 하원 의원수 그리고 Washinton DC의 3명을 더한 숫자이다. 그래서 각 주의 "선거인단"수는 각 주에 할당된 하원 의원수에 상원 의원 수 2를 더한 것과 같다.
내가 속한 County에 가면 투표에 관한 정보, early voting 장소, 일정, 그리고 내가 해야할 투표 내용을 볼 수 있다. Texas Travis County의 경우 복잡한 과정없이 Sample Ballot 항목에 가서 이름과 생년월일만 넣으면 내가 투표해야 할 내용을 볼 수 있다. 이번 11월 5일 선거에서 나는 다음의 내용들에 대해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연방 정부
- 대통령 선거
- 연방 상원 의원 선거
- 연방 하원 의원 선거
주 정부
- Railroad Commissioner
- Justice, Supreme Court, Places 2/4/6
- Judge, Court of Criminal Appeal, Places 1/7/8
- State Senate, District 14
- State Representative, District 47
- Justice, 3rd Court of Appeals District, Places 2/3/5/6
- District Judge, 53/98/126/167/200/345/353/390/427/450/460 Judicial District
- District Attorney, 53 Judicial District
Travis County
- Judge, County Court at Law 8/9
- Judge, Probate Court 2
- County Attorney
- Sheriff
- County Tax Assessor-Collector
- County Commissioner, Precinct 1/3
- Justice of the Peace, Precinct 5
- County Constable, Precinct 2/3/4/5
- Travis County Proposition A
Cities
- City of Austin, Mayor
- City of Austin, City Council, District 6
Schools
- Round Rock ISD - Proposition A/B/C/D
단순히 대통령 선거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49 항목이나 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고 나면 순간 움찔해지고 만다. 게다가 대통령/상원의원/하원의원 혹은 Austin 시장/내 관할 구역 시의원 정도는 들어 보고 대강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알 수 있지만 내용마저도 잘 알 수 없는 Railroad commissioner 라든가 여러 법정 서기/법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누굴 뽑아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경우에는 선택 자체를 안 하기도 한다. 대통령 투표수는 몇만표가 되지만 이런 소소한 선출직은 유효 투표수가 수천표에 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연방 상원/하원 선거의 경우 후보자 이름 옆에 소속 정당이 적혀 있다. 다른 선출직들은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있다. 몇년 전에는 투표 용지 선택지 중에 각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선택하면 모든 후보들 중에 해당 정당에 속한 후보에게 자동으로 표가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정파적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이 방법은 그 후 없어졌다고 한다.
후보자 선택 방법은 시험 볼 때 OMR 카드 입력처럼 각 후보자들 옆 선택란을 체크하면 되지만 맨 마지막 항목에 "Write-In"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내가 지지하는 하는 사람이 선택지에 없을 경우 직접 이름을 써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거의 양당 정치 체제인 상황에서 이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만 이런 것도 있다고 언급해 본다.
후보자들 선택 이외에도 마지막 항목들은 소위 "주민 발의 안건"들에 대한 찬반 투표이다. 보통 Proposi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내가 속한 교육구(Round Rock Independent School District; RRISD)에 대해서 재산세(Property Tax)를 조금 인상해서 학교 건물/시설/Art class의 지원하는 등의 4가지 내용이 있었다. 이번 Proposition은 비교적 이해가 간단하지만 종종 내용을 법률적으로 표현하고 나면 이 법안/제안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단적인 예가 2년 전쯤 있었던 안건 하나였다. 이 안건의 핵심 내용은 너무 많아진 노숙자들을 거리에서 몰아내는 법안이었다. 이를 위해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나 숙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세부 내용이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암튼 안건의 주요 타겟은 노숙자를 거리에서 몰아낸다였다. 그런데 이 해당 안건의 법률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공 장소에서 캠핑 금지.
제안 내용만 본다면 이게 과연 무얼 위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공공 장소에서 캠핑을 금지함으로써 고가 도로 밑에서 거주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경찰들이 합법적으로 데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제안되는 법안들의 이면, 그리고 그 법안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미리 알아 보지 않는다면 그 내용은 내가 문장을 읽어보고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투표를 하기 전 이런 Proposition이 있다면 로컬 뉴스 홈페이지나 관련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정확히 이 법안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장단점이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설명을 찾아 볼 수 있다.
San Jose/CA에서 투표 경험담
미국 시민권을 받은 건 2016년 여름. 그해 11월에 도널드 트럼프/힐러리 클린턴 대선이 있어서 그 때가 첫 시민권자로써 투표를 했었다. 보통 첫 경험은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이 첫 투표는 절차를 잘 모르고 어버어버하면서 후딱 끝났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들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투표 장소는 집 근처에 있는 아이들 초등학교였다. 교실 하나를 비워서 투표장으로 이용했더랬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시민권을 받을 때 선서 후 유권자 등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에서는 신분증으로도 사용되는 운전 면허증을 들고 투표장으로 가니 커다란 유권자 등록 책자에서 이름을 찾아 집 주소와 함께 확인하고는 그 책자에 사인하고 투표 용지를 받았다. 당시에도 대통령 선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상원/하원, 주 의회 등등 내용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일반 레터 용지의 두배쯤 되는 종이 투표 용지를 무려 세장이나 받아 들고 교실 구석에 마련된 투표 칸막이로 갔다. 사방이 플라스틱 가리개로 막혀 있고 그 안에서 투표 용지에 마킹을 하는데 선택하는 방법은 뽑고자 하는 후보 이름 옆에 두 개의 검은 점을 펜으로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되는 그런 형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자 투표가 완전히 도입되기 전이라 이런 식으로 일일이 표기를 했다. 물론 이렇게 표기하고 나면 이걸 OMR 리더 같은 것으로 읽어 집계를 하는 걸로 안다. 이런 투표 용지 세장에 모두 기표를 하고 나면 투표 용지 맨 위에 붙어 있던 긴 tag 같은 것을 뜯어 본인이 가져 나고 투표 용지는 옆에 마련된 투표함에 넣고 나면 투표 절차가 모두 끝나게 된다.
Austin/TX 경험담
2018년에 Austin/TX로 이사 오고 나서 운전 면허증을 CA에서 TX로 변경하러 DPS (Department of Public Safety)에 방문했었다. CA에서는 운전 면허증을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서 발급 받았는데 TX에서는 DPS라는 곳이 따로 있어 여기서 운전 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고 CA에서 오는 경우 따로 시험보지 않고 변경만 하면 된다. 운전 면허증이 신분증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변경 할 때 CA 면허증은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권자 등록 (voter registration)을 했다. 그런데 이 유권자 등록은 내 주소지의 County를 기준으로 한다. 처음 Austin/TX에 와서 집을 구할 때까지 머무르던 아파트는 Williamson County 지역이라 일단 거기로 등록을 했다. 3개월 후 집을 구해 이사를 갔을 때는 Travis County라서 운전 면허에 주소지 변경을 하고 Travis County에 새로 유권자 등록/변경을 신청했다. San Jose/CA는 Santa Clara County에 속하는데 더 이상 그 지역 voter가 아니라고 California Voter Registration Cancellation Request Form을 따로 작성해서 제출했던 걸로 기억난다.
Austin/TX에서의 첫 투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연방 정부 선거가 아닌 로컬/주 정부에 대한 선거였다고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다만 첫 투표부터 완전 전자식 투표였다. 먼저 투표소에 가서 운전 면허증을 제시하면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사이즈의 tablet으로 뒷면에 있는 바코드를 읽어 신분 확인을 한다. 신분 확인이 끝나면 집 주소가 정확한지 한번 더 확인하고 tablet에 사인을 하면 아주 아주 기다란 용지를 하나 프린트 해서 준다. 여기에 일부 정보가 있고 비밀 투표이니까 개인 정보가 들어있지는 않은 걸로 안다. 아마 주소지, 즉 속한 County에 따라서 투표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정보가 있는 걸로 안다. 이 긴 투표지를 들고 칸막이로 나뉘어진 장소로 가면 투표기 키오스크가 놓여 있다. 여기에 이 긴 투표 용지를 넣으면 쭈욱 정보를 읽어 화면에 투표 내용이 하나씩 뜨기 시작한다. 다른 TX 다른 분이 적어 놓은 내용을 보면 신분증 확인하면서 비밀 번호를 받고 그 번호를 이 투표기에 넣고 시작했다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그냥 투표 용지만 넣으면 투표가 바로 시작된다.
선택 방법은 간단하다. 한 페이지에 서너 개의 투표 내용이 뜨고 각 이름 옆에 있는 동그란 radio button을 선택하면서 진행하면 된다. 투표 내용이 많으니 한 페이지 선택이 끝나고 나면 Next 버튼을 이용해 다음 페이지,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면 된다. 모든 투표 내용에 대해서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모르는 내용이거나 관심 없는 후보 선택의 경우 그냥 선택 하지 않고 넘어가도 된다.
맨 마지막 페이지가 되면 한번 선택 내용을 확인 하는 페이지가 뜨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한번 더 이게 최종 선택이고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뜬다. 마지막 확인까지 누르면 이제 투표기가 그 긴 투표 용지에 선택 사항을 프린트해서 돌려 준다. 여기까지는 투표 선택 과정이지 투표가 끝난게 아니다. 이 프린트된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소 한쪽 끝에 가면 투표 용지 리더기가 따로 있다. 여기에 넣어 주어야 비로소 투표가 끝나게 된다.
https://youtu.be/koTQm_Vh6KQ?si=BE5r00UhJ2fKrqwq
전자식 투표이기 때문에 투표일에 투표가 끝나고 나면 그날 저녁에 각 County 투표 홈페이지에 가면 결과가 올라 온다.
투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하나의 권리이다. 그런데 이 권리는 다른 권리들과는 달리 내가 행사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권리이다. 그리고 행사하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정치인들은 자신에게 표를 줄 것 같지 않는,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래서 많은 이들이 투표 참여를 독려하곤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투표하지 않고 상대편이 선출 되었더라도 그 상대편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 뭐라도 하려고 할테니까.
티투스 황제 때인지 아니면 다른 황제 때의 일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황제가 길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그런데 황제가 이를 무시하고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지나가려 했단다. 그랬더니 그녀가 이렇게 소리 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통치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 여인에게 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들은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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