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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한국어 번역이 잘 안 되는 영어

by 피터K 2023. 11. 19.

지난 번에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아주 오묘한 한국어 표현들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면 이번엔 그 반대, 흔히 쓰는 영어 표현인데 딱히 한국말로 바꾸려면 직역이 잘 안 되고 그 오묘한 뜻을 잘 담아 내기 어려운 것을 찾아 보려고 한다. 

 

 

Help yourself

말 그대로 표현하자면 스스로 도와라, 아니면 알아서 해라라는 뜻이지만 이 표현은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할 때, 누군가 초대를 해서 집에서 손님을 맞이 했을 때 흔하게 하는 말이다. 서빙을 못해 주지만 차려진 음식 일단 찾아서 드세요 정도 되려나. 파티 같은 곳에 갔을 때 보통 먹을 것들이 테이블 위에 쭉 쌓여 있기 마련인데 이럴 때 파티 주최자가 손님 맞이 하고 나서 네, 어서 마음껏 드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셀프 서비스??

 

Shoot me an email

이메일 보내줘라는 뜻인데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표현하기도 할까? 전화 한통, 문자 하나 쏴줘... 정도.

 

Under the hood

여기서 hood는 흔히 한국말로 엔진이 들어 있는 차 본넷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밖에서 뭐하는지 몰라도 안에서 알아서 한다는 뜻 정도인데 엔지니어로써 일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사용자는 안에서 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되고 우리가 내부에서 다 잘 처리해서 결과물만 내어 주면 되는 경우, "내부에서 알아서 잘 처리한다"라는 뜻 정도 되겠다. 

 

Low hanging fruit

말 그대로 하자면 낮게 달려 있는 과일인데 이런 과일은 조금만 손을 뻗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지칭하게 된다. 역시나 일할 때 많이 쓰게 되는데 할 일이 많은 경우 손 쉬운거 부터 얼른 처리하자라고 할 때 이 손 쉬운 것들이 low hanging fruit이 되는 것이다.

 

Gut feeling

다른 설명 필요없이 제일 쉬운 해석이 "내가 보기에", "내 생각엔 말이야" 정도랄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내 본능이 말하길 말이야 정도. 암튼 딱 느낌이 오는게.... 이정도면 맞을 것 같다.

 

On the same page

책을 읽는데 같은 페이지에 있다는 건 같은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같은 결론을 내고 있다는 뜻이된다. 이렇게 풀면서 설명하는게 더 힘든데, 쉽게 "동의하는 거지" 정도 되겠다. So, we are on the same page? 이러면 그래 이제 다 서로 이해하고 동의하고, 같은 결론인거지? 

 

Give me a hand

Toy Story 1편을 보았으면 이 장면이 기억날지 모르겠다. 버즈를 구하겠다고 옆집으로 넘어간 우디가 같이 탈출하려고 하면서 버즈에게 말한다. "Buzz, will you get up here and give me a hand?". 그랬더니 버즈가 자기의 떨어져 있던 팔을 훅 던져 주고 만다. 이 표현을 모른다면 뭐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영어권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깔깔거리고 웃었을 거다.

"give me a hand"라는 건 도와 달라는 뜻이다. 우리도 도움이 필요할 때 일"손" 좀 보태 달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 때 말 그대로 버즈는 자기가 장난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실의에 빠져 분해되어 버린 팔/손을 그대로 우디에게 던져 주는 것이었다.  

 

영화 Toy Story에서

 

What's up

회사나 학교에서 복도를 지나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십중팔구 듣게 되는 말, What's up?

그냥 "안녕", "잘 지내?" 정도의 인사말이다. 정말 천장을 쳐다 본다면 상대방이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반면에 이건 그냥 아무런 관심도 없이 습관적으로 꺼내는 말이다. 지나가다가 반대편 아는 사람이 What's up? 하고 지나갈 때 신중하게 뭐라고 답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을 그 말을 내뱉고는 그냥 가던 길을 갈테니까. 그렇지만 어느 방에서 만나 서로 바라 보며 물을 때는 정말 "잘 지내니?"라고 묻는 것이니 생까지 말기를.

 

On the house

어느 날 가족들끼리 식당에 갔다가 와이프가 자기 영어 공부 할 때 배웠다며 이런 뜻 아냐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이 표현을 그 식당에서 들었다. 식사를 몇가지 주문 했는데 샐러드 하나에서 lattice 뿌리 부분 뭉텅이가 하나 나왔다. 뭐 그게 문제 될 것이 없으니 나머지 샐러드 잘 먹고 서버에게 이따마한 lattice 뿌리가 있더라 하고 웃으며 이야기 했는데 서버가 굉장히 미안해 하더니 조금 있다가 식당 매니저가 왔다. 미안하다고 다시 한번 사과 하고 it is on the house라고 이야기 하고 갔다. 식당 같은데서 돈 안 받고 자기네가 처리 하겠다는, 무료라는 뜻이다.

 

Here or to go

커피샵에 가거나 혹은 샌드위치 가게처럼 가게 내에 앉아서 먹을 수도, 아니면 가지고 갈 수도 있는 곳에 가면 들을 수 있는 말. 여기서 먹을래 아니면 가져 갈래? 한국에서는 "포장"이라고 하면 집에 가져 가겠다는 말이니 이것도 외국인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겠다. "포장" 이나 "To go"나.... 뭔가 상당히 줄어든 말 같다는 느낌.

 

Walk in

"들어 오세요"

 

미국은 예약 문화가 상당히 발달 되어 있는데 아파서 병원 가는 것도 예약해야 하는 점에서는 치가 떨리지만 왠만해서 뭔가 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그런데 종종 가게 앞에 이런 사인을 보곤 한다. 이건 예약 손님이 아니라도 받겠다는 뜻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어와도 환영.... 정도 되려나.

 

Behind the wheel

차를 타고 있으면 어디로 갈지 혹은 어느 지름길을 통해서 갈지는 운전자 맘이다. 즉 운전대 잡은 사람 맘이다. 그 뜻이다. 자동차 용어가 특히 한국말로 많이 다른데 여기서 "wheel"은 바퀴가 아닌 운전대를 말한다. 즉, 운전대 뒤에 있는 (behind the wheel) 사람, 그 사람이 운전자이고, 뭔가를 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주도권을 가진 사람을 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Piece of cake

왜 케잌 조각이 이런 뜻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쉬운 일을 뜻한다. "It's really a piece of cake", 그러면 "이건 식은 죽 먹기야"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한국어로는 왜 "식은 죽"이 쉬운 일일까?

 

Cut the cheese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영화 중 치즈로 둘러 쌓인 장애물을 지나는 장면. 여기서 "who cut the cheese?" 대사가 나온다.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다른 장소에서 김치 냄새가 나면 싫어하듯이 미국 사람들도 치즈를 좋아 하면서 다른 장소에서 그 꾸리꾸리한 냄새를 맡기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김치통을 열기 까지는 냄새가 안 나지만 뚜껑을 열면 그 때부터 난리나는 것처럼 보통 치즈도 그냥 그대로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지만 칼로 썰거나 치즈칼로 나누면 그 때부터 안쪽 꾸리꾸리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표현이 "who cut the cheese". 그런데 이게 어떨 때 쓰이냐 하면 "누가 방귀 뀌었어?"

 

Apple in my eye

대만 로맨틴 코메디 영화 중에 "그 시절, 우리가 좋아 했던 소녀 (2012)" 이란 영화가 있다. 대만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 어쩌다가 보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한동안 "나의 소녀 시대 (2015)", "청설 (2010)" 등을 찾아 보았었다. 그러다가 문뜩 "그 시절, 우리가 좋아 했던 소녀"의 영어 제목이 "You are the apple of my eye"라는 알게 되었는데 왜 사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이 표현 "apple in my eye"라는 것이 "사람들 중에 눈에 확 띠는 사람"을 말하는 관용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주인공 "천옌시" 배우는 "apple in my eye"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Letter from no one

한국에서 미국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책도 좀 읽어 봐야지 하면서 시작한게 Harry Potter 시리즈와 Dan Brown의 책들이었다. 아무래도 묵직한 이야기 보다는 좀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야심만만하게 시작했지만 Harry Potter의 첫번째 책, 맨 처음, 첫 문장, "Mr and Mrs Dursley, of number four, Privet Drive, were proud to say that they were perfectly normal, thanks you very much". 딱 여기서 먼저 막혔다. 대체 갑자기 튀어 나온 "of number four, Privet Drive"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서야 이게 "프리벳 길 4번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한 챕터 한 챕터 나가다가 만나게 된 챕터 3의 제목 "The Letters from No One". 이 때는 반대로 이걸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라는 궁금했는데 검색해 보니 "이상한 편지들"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달리 더 좋은 번역도 없었다.

이런 차이는 영어의 좀 특별한 표현들, "no"로 시작하는 표현들이 있어서 그렇다. Nothing, nobody 같은 건 바로 매칭되는 단어가 없고 문장으로 보통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letter from no one"? 이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발신인 불명?... 아, 어색....

 

 

 

 

여기서부터는 직역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잘 못 알고 있던 것들, 혹은 익숙하지 않은 영어식 표현들이다.

 

Fasting

병원에 갔다가 혹시라도 피검사를 하게 되면 묻는다, Are you fasting?

맨처음 들었는때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풀어서 설명해 준다. "아침 먹었니? 안 먹었니?"

정확한 뜻은 "금식"이라는 뜻이지만 이걸 듣게 되는 가장 흔한 장소가 피검사 하러 갔을 때다. 대체 "fasting"과 금식, 혹은 아침 먹은 것과 무슨 관계인지 몰랐다. 그런데 아침 식사는 왜 "breakfast"일까. "Break fasting" 즉, 금식을 깨는 것, 그게 아침 식사인 것이다. 이러면 모든게 말이 된다.

 

Side mirror, room mirror

역시 자동차 용어. 운전자가 차 안에서 뒤를 볼 때 쓰는 걸 우리는 백미러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영어 명칭은 room mirror이다. 좌우를 살피는 건 side mirror, 한국말로도 사이드 미러라고 한다.

 

Steering wheel

앞서 운전대를 wheel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steering wheel이다. 절대 어디가서 핸들이라고 하지 말기를.

 

Sprinkler

흔히 잔디에 물을 주는 시스템, 혹은 건물에 화재 시 작동하는 시스템을 스프링쿨러라고 부르는데 한글 이름만 봐서는 "spring cooler"처럼 쓸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철자를 가지고 있다. 영어 받아 쓰기 문제 나온다면 쉽게 틀릴 단어 중 하나.

 

WFH (Work From Home)

재택 근무라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집에서 일할께"라는 뜻으라면 "Work at home"이라고 말할 것 같은데 이 표현보다는 "Work From Home", 줄여서 "WFH"이라고 말한다. 

 

Does not feel good

몸살이 나거나 감기가 걸려 아플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특히 직장에서 아파서 못 나온다고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말할 때 "I do not feel good today"라고 표현한다. 맨 처음 미국 회사에 다닐 때 몸살 때문에 아파서 하루 쉬어야겠다고 알려야 했는데 이메일을 쓰면서 대체 어떻게 써야 할 지 이런 저런 표현을 찾다가 "muscle ache"까지 찾아 보았지만 "몸살 감기로 오한이 나고 몸이 부슬부슬 떨리며 아프다"라고 길게 설명할게 아니라 "아프다" 한마디만 전하면 충분하다. 종종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집에서 일한다고 할 때도 앞서 언급한 WFH과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Plastic bag

미국 온 첫날 가족들과 필요한 것을 사러 당시 산호세 한국 마켓에 갔었는데 계산 하면서 비닐 봉투에 물건을 꽉꽉 채우지도 않고 그냥 하나, 혹은 두개씩 넣고는 마는 것이었다. 10개 정도의 품목만 샀는데 비닐 봉투는 5개나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비닐 봉투 하나 하나에 돈을 받았기 때문에 cashier가 물건을 저렇게 담을 때 기겁을 했더랬다. 그 비닐 봉투를 영어로는 "plastic bag"이라고 한다. 어디 가서 Vinyl bag이라고 하지 마시기를.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요즈음 다시 유행하고 있는 레코드판은 vinyl record라고 부른다.

 

Gas

우스개 소리로 몇십년 전에 미국 출장 온 사람이 부장님 모시고 운전해 가다가 휘발류를 넣으러 주유소에 들렸는데 졸다가 깨신 부장님이 어디 가냐고 해서 개스 넣으러 간다고 했단다. 그랬더니 한국 돌아 와서 부장님 왈, "미국은 선진국인게 자동차가 휘발류가 아니가 개스로 가더라고".

휘발류의 정식 이름은 gasoline이고 이걸 줄여서 gas라고 부른다. 주유소는 그래서 당연히 gas station이고. 프로판 가스 파는 곳이 아니다.

 

 

 

영어는 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