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시간 날 때 YouTube 틀어 놓고 짧은 짤들, 혹은 TicTok에서의 짧은 영상들을 보고 있는 걸 보면 속으로 한탄하기도 하지만 나도 양치질 할 때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스마트폰으로 YouTube를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면 이건 어쩔 수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 좋은 습관이 아닌 걸 알지만 그것만큼 손 쉽게 시간 보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예전 대학생 때 어쩌다 혼자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멀뚱멀뚱 밥만 먹는게 싫어서 신문이나 잡지를 옆에 두고 읽으면서 밥을 먹던 생각이 난다. 그 때는 책, 지금은 스마트폰.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지 결국 뭔가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이야기를 읽는 당신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소파에 누워 있거나,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있거나, 혼밥 하면서,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화장실에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YouTube를 보던 중에 "타임스낵"이란 채널에서 만든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제목은 지금 이 이야기의 제목처럼 "영어 번역이 잘 안 되는 한국어". 미국 생활 20년째지만 종종 어떤 한국말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갸우뚱 할 때가 있다.
잘하면 망할 듯
한국어는 참 묘하다. 긍정의 표현으로 저런 강력한 부정 표현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해야 할지, 그리고 이 말 속에 들은 그 묘한 비꼼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난감한 뿐이다. 어쩌면 이번 포스팅은 말 그대로 "잘하면 망할 듯"....
여차하면
어쩌자고....
자리 있어요
약간 이중적인 의미인데 상대방에게 이 빈자리에 앉아도 되요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미 일행이 있어 지금은 비어 있지만 누가 앉을거에요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종종 패스트푸트 가게나 food court 같은 곳에서 생기는 상황인데 보통 누가 와서 "Can I use this chair?"라고 물으면 "Sorry, I have a company", "Sorry, it is taken"처럼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대답이 어려운 경우로 "Do you mind if I use this chair?"라고 묻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부정의 질문 형태이다. 즉 내가 "No" 라고 대답하면, 상관하지 않으니 가져가서 쓰셔도 됩니다 라는 뜻이 된다.
못 본지 오래되었네 / 본지 오래 되었네
흔히 Long time no see 라고 말한다는데 이 표현은 원래 정확한 영어 표현이 아니라 1920년대 Good Housekeeping magazine에서 한 소설가에 의해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broken English라고 한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아니면 방송에서 "어쩔" 이란 말을 사용하는게 예전부터 있던 말이 아닌 새로 생긴 신조어인 것처럼 영어에서도 그런 표현인 셈이다. 그리고 보니 한국말 "어쩔"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게 좋은지 모르겠다.
헬스장 끊었어
티켓을 사거나 membership을 등록했을 때 한국말로는 "끊었다"라고 표현한다. 예전에 티켓을 티켓북 같은데서 수기로 작성 후 하나씩 떼어내서 팔아서 그런 걸까? 분명 직역이 되는 표현은 아니다.
씻고 옴
어려운 말이 아닌데 이게 "나 벌써 씻었고 이제 온거야" 라는 과거를 나타내기도, 아니면 "나 이제 가서 씻고 올께"라는 미래를 나타내기도 하는 시제가 불분명한 표현. 이건 순전히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리 될 것 같기도 하다.
술이 쎄 / 술에 약해
이건 내가 실제로 경험해 본 건데 미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회사 동료들하고 점심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한국 사람들은 술 잘 마신다는데 넌 어때 라고 물었을 때 멍청하게도 "I am weak to alcohol"이라고 대답을 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창피한 일이지만 그 땐 정말 그랬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몰랐고 그냥 그 때는 어떻게든 한국말을 그대로 영어로 옮겨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니까. 술 잘 못 마시는, 즉 술에 약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으면 그냥 "I do not drink much"라고 하면 된다.
한시 일분, 열세시, 십삼시
한국말 배우는 외국인이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말로 숫자를 세는거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 둘, 셋을, 다른 경우에는 일, 이, 삼을 쓰는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세사람"이지 "삼사람"은 아니고 "삼거리"이지 "셋거리"가 아닌 것처럼. 우리는 무슨 논리나 조건을 생각하고 말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지만 분명 "한국어 교본"엔 이걸 정말이지 친절하게도 이런 경우는 이런 것, 저런 경우는 저런 것이라고 분류를 해 놓았다. 말을 하면서 이걸 생각하면서 말하는 건 불가능한데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 영어로 풀어내기도 버거운데 영어 문법, 혹은 어떤 법칙을 생각해 가면서 영어로 풀어 낸다는 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는 언어는 자꾸 하다 보면 감이란게 생기는 것 같다. 법칙에 의해서 그렇게 따져 말하는게 아니라 말하다보면 그 표현이 좀 더 자연스러워서 쓰게 된다는.
잘도 그러겠다
이걸 영어로, 정말 찰진 느낌까지 전달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
자기 이제 취업해서 미국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영어 실력 늘리고 잘 하는 방법 없냐는 질문들을 참 여러 곳에서 보곤 한다.
없다.
그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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