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항에서 로마 중앙역까지
로마 공항에서 로마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Leonardo Express 라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이 기차는 공항과 로마의 중앙역인 Roma Termini (영어로 구지 번역하자면 Rome Terminal, 한글로는 로마 기차역인데 "서울역"처럼 그냥 고유 명사처럼 사용된다) 사이를 왕복하는 특화된 열차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여행객을 나르기 때문에 열차 안에 큰 캐리어를 넣을 수 있는 선반 공간이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중간에 정차하는 역이 따로 없고 공항과 Termini만 왕복한다.
이 열차를 타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항 Arrival gate를 나오자마자 열차를 탈 수 있는 방향 표지판을 볼 수 있고 그냥 그대로 따라만 가면 된다. 1층 Arrival 구역에서 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주차장으로 가는 구름 다리가 있는데 그 구름 다리가 공항 내 기차역인 Stazione di Fiumicino Aeroporto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열차표는 Ticket Kiosk에서 사면 된다. Leonardo Express는 보통 20분마다 출발하며 일인당 14유로였다. Kiosk에서 티켓을 사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 하나 하나 따라가면 되는데다가 어짜피 종착역 Roma Termini에 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여기에 Leonardo Express 뿐만이 아니라 중간 중간 서는 일반열차, 다른 곳까지 이어지는 고속열차도 있으니 열차 중에 Leonardo Express라고 쓰여진 것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Kiosk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른 언어를 선택할 때 영어에 해당하는 아이콘은 주로 미국 국기, 성조기로 나타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영어를 선택할 때 마주하게 되는 아이콘은 영국 국기, 유니언 잭으로 되어 있었다. 사실 유럽 입장에서 보면 미국보다는 영국이 한때 같은 EU 국가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친근하겠지만 미국에서만 산 나로써는 순간, 어... 하고 당황했었다. 맨 처음 미국 국기를 찾았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 영어는 American이 아니라 English지....
티켓을 사고 나면 지하철 개찰구 같은 곳을 지나 플랫폼으로 바로 들어가게 되는데 유튜브에서 공부(?)한 바로는 열차 티켓은 플랫폼에 있는 기계에 티켓의 바코드를 찍어 validation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플랫폼 여기 저기에 유튜브에서 본 것 같은 validation scanner가 있길래 시도해 보았는데 아무리 가져다 대고 스캔해 보려 했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어, 이게 아닌가... 하며 일단 열차에 탔는데 플랫폼 위에 따로 안내 전광판도 없었고 대충 티켓에 쓰인 열차 번호와 열차를 타고 나서 내부 스크린에 뜬 열차 번호를 맞추어 보고는 이게 맞구나하고 알 수 있었다.
Leonardo Express는 캐리어를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래서 출입구에서 가까운 열차 칸에는 자리가 없었고 조금 멀리 있는 열차 칸까지 가서야 앉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북적대서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위 사진 중 내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출입문 근처에 캐리어를 둘 수 있는 선반이 따로 있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Leonardo Express 외부 사진을 보면 창문이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위쪽에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부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열차 내부 바닥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중간 중간 턱이 있어 일부는 바닥이 높고 일부는 바닥이 낮았다. 이러면 캐리어가 있는 사람들은 열차 한쪽에 타서 빈자리를 찾아 앞으로 이동할 때 캐리어를 계속 밀면서 갈 수 없고 중간 중간 턱을 만나면 들고 올라야 하고 다시 턱을 내려가야 하는, 정말 정말 불편하게 생긴 모양이었다. 아, 이런 디자인은 아니지....
남은 자리 없이 가득찬 열차는 2-3분 정도 늦게 출발을 했다. 금새 공항 구역을 벗어나자마자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로마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행이도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아 오전 햇살에 빛나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공항에서 로마까지의 길은 도심이 아닌 한적한 시골 지역을 지나가게 되는데 중간 중간 사람들이 사는 집들도 볼 수 있었고 낡은 공장 지역도, 그리고 기찻길을 넘어 가는 교차로 고가도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말해주지 않고 그냥 이 장면만 찍어서 보여 주었다면 그냥 어디 지역, 그게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냥 조용한 시골길이라고 느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사는 주택지도 곳곳에 스치며 지나갔는데 대부분 시골 단독 주택이 아닌 3-4층 정도되는 아파트, 아니 한국식 연립주택 같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빨레가 널린 베란다, 복도에 놓인 자전거 등등.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그런 모습들이었다. 그래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렇게 와 보고 싶었던 로마에 첫걸음을 떼고 나서 공항에서 나서자마자 기대 했던 건 화려한 고대 로마의 모습은 당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모습은 이런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일상 생활을 사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 왠지 그래야 나도 거부감 없이 그 안에 잘 녹아 내릴 것 같았고 그래서 더더욱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아니라 그 때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느끼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흥분이 있었지만 끙끙거리며 짐을 챙겨 들고 열차에 몸을 싣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런 시골길을 달려 가니 오히려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막 환호하며 반겨주는 것이 아니라, 응 그래 이제 왔니 하며 어께를 토닥거려주는 누군가의 손짓처럼.
그렇게 첫 이탈리아/로마의 햇살은 달리는 열차의 창을 통해 내 어께에 내려 앉았다.
이탈리아/로마, 그리고 르네상스를 생각하면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한 사람 Leonardo da Vinci. 그래서 로마 공항도 그 이름을 따서 Leonardo da Vinci Airport라고 하지만 공식적인 이름은 Fiumicino International Airport이다. 공항은 로마에서 티베레 강이 흘러와 바다로 이어지는 지점에 있는데 그 지역 이름이 Fiumicino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인천 공항과 같은 상황이랄까. 그래서 공항 약자도 FCO이다. 이 공항의 구글 지도를 살펴 보면 바로 길 건너편에 육각형의 호수가 보인다. 너무나 완벽한 육각형이라 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정말 정육각형이다. 왜냐하면 이 육각형이 배를 대던 무역항 항구, 클라우디아 황제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항구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이 지역의 무역항은 Ostia 였다. 지중해를 통해 로마 제국 각지에서 실려온 물건들은 이 Ostia 항구에서 하역되어 티베레 강을 따라 로마로 옮겨졌다고 한다. 오현재 시대에 이르러 Ostia 항구가 하역하는데 한계에 다다르자 그 윗쪽에 인공 하역장을 만든 것이다. 육각형 모양으로 생긴 이유는 각 변에 배를 하나씩 댈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란다. 이 항구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그 위치가 해안선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티베레 강에서 계속 밀려 내려온 토사가 쌓이고 쌓여 해안선이 점점 밀려 나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이렇게 해안선에서 멀어진 도심의 호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로마 중앙역에서 피렌체까지
Leonardo Express는 30분 정도를 달려 로마 도심 중앙역인 Roma Termini에 도착했다. 서울역은 지상에 각 플랫폼이 있고 2층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의 역사라고 한다면 Roma Termini는 각 플랫폼 끝이 역사에 해당했고 모두 1층에 있었다. 물론 앞으로 나오면 앞쪽 건물은 지하 쇼핑몰을 포함하는 엄청난 규모의 역이긴 했다.
도착 시간이 점심 시간 근처여서 뭔가 간단한 점심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공항에 내리기 전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데다가 시차 때문인지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피렌체까지 2시간 정도 가야 하니 마냥 굶을 수만은 없어 어떻게 할까 둘러 보았는데 이 먼 이국 땅에서 아주 반가운 패스트푸드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McDonald's.
나의 첫 이탈리아 식사가 미국 패스트푸드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그 외에는 달리 선택도 없었다. 이제 이탈리아에 도착한지 3시간짜리 초짜니 말이다. 주문은 쉬웠다. 미국에서 흔히 보던 kiosk가 있었고 언어도 영어 선택이 가능했으니까. 문제는 주문 후 order number를 받았는데 앞 카운터에서 픽업 준비가 되어 찾아가라고 불러주는 order number가 이..탈..리..아..어.였던 것이다. 허걱.....
이때는 정말 눈치 싸움이었다. 저 중에 내것이 뭘까. 이탈리아어를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으니 카운터 근처에 있다가 내가 주문한 걸 대강 포장하는 것 같아 order number를 부를 때 내 주문표를 보여 주니 맞다고 내어 주었다. 빙고.
영어로는 Florence. 이탈리아어로는 Firenze.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이탈리아어는 읽기 쉽다고. 그냥 적혀진 그대로 정직하게 읽으면 된다고. 그렇게 Firenze를 정직하게 읽으면 피렌체가 된다. 열차는 국영철도인 Trenitalia가 있고 민영철도인 italo가 있다. 유튜브에 보면 각각의 차이와 요금, 그리고 객실 class에 대한 설명을 잘 설명해 놓은 영상들을 찾을 수 있는데 이런 것 하나하나까지 따져가며 타기엔 첫 여행에서는 모든게 귀찮음일 뿐이다. 내가 20살 배낭 여행을 와서 아낄 수 있을 때까지 아껴야 한다면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나이 50에 챙겨야 할 와이프와 아이 셋까지 있다면 편한게 제일이다. 그래서 여행 내내 Trenitalia를 이용하기로 했다.
Roma Termini에서 피렌체까지는 고속열차가 다니고 30분 간격으로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공항에서 올 때와 같은 방법으로 kiosk에 가서 티켓을 사기로 했다. 그런데 다 선택을 마치고 크레딧 카드로 지불을 하려 하니 뜻하지 않게 PIN을 물어 보았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기 전에 읽었던 책은 Rick Steves의 "Best of Italy"라는 책이었다. 지난 번 달라스에 갔을 때 사온 책이었다. 시간 날때마다 읽었던 부분은 각 여행지 내용이 아니라 이탈리아 여행을 가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챕터였다. 그 중에 한 내용이 이탈리아 내에서 크레딧 카드 사용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부 식당이나 상점에서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면 PIN을 넣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냥 사인만 하면 되니 대부분 PIN을 설정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래서 출발 하기 전에 카드 회사에 전화해 PIN을 설정해 놓고 가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많은 검색을 해 보았을 때 요즈음은 거의 대부분의 PIN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경험담이 더 많았다. 그래서 귀찮은 점도 있어 설정하지 않고 왔는데 여기서 갑자기 PIN을 물으니 당황스러웠다.
PIN은 없는데 입력을 해야 하니 당연히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 분명 공항에서 티켓을 샀을 때는 물어 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두어 군데 다른 kiosk로 옮겨 다니면서 다시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Customer Center를 찾아가 koisk에서 자꾸만 PIN을 물어 티켓을 살 수 없다고 설명하니 여기 Roma Termini에서는 소매치기가 너무 많아 koisk에서 살 때에는 반드시 PIN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신 여기 Customer Center에서는 신분증만 확인하고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기차 티켓을 살 때 또 한가지 특별했던 건 승객의 이름과 생년 월일을 전부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Customer Center에서 피렌체행 티켓 5장 산다고 나니 나에게 메모지와 펜을 주고는 이름과 생년 월일을 전부 적어 달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기차표에 일일이 이름과 생년 월일이 필요하다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가 타기로 한 열차는 Trenitalia의 high-speed train, 즉 고속열차였다. 여기는 객실 등급이 있는데 Standard / Premium / Business / Business Area Silence / Executive로 나눠어져 있다. 타 본적이 없으니 어느 등급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적어도 Premium 부터는 열차 앞 뒤로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설명을 보고는 일단 Premium을 선택했다. 아직 캐리어를 들고 있으니 짐을 둘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티켓을 사고 나면 티켓에 각자의 이름이 함께 프린트 되어 나오고 출발 시간/도착 시간, 출발지/도착지 그리고 열차 번호가 적혀 있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게 하나 있다. 바로 플랫폼 번호.
이 열차를 어느 플랫폼에서 타는지는 빠르면 열차가 출발하기 30분 전, 늦어도 10분 전에 전광판에 뜨게 된다. 그래서 정말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손에 티켓을 든 사람들어 전부 전광판 앞에 모여 있는 것이다. 그러다 한 열차의 플랫폼이 정해져 해당 열차 번호 옆에 플랫폼 번호가 뜨면 그 열차를 타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열차의 편성, 스케줄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운행되고 티켓을 파는 것인데도 출/도착 플랫폼은 왜 정해 놓지 않은 걸까? 그냥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추어 정하는 걸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비슷한 경험을 미국에서도 해 봤다. 제 작년 온 가족이 뉴욕에 여행 갔다가 돌아 오는 편은 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 New Jersey에서 탔는데 여기를 가려면 타임스퀘어 옆에 있는 New York Penn Station에서 열차를 타면 된다. 그런데 그 때에도 티켓을 살 때 플랫폼이 결정이 안 되어 있었고 출발 하기 10분 전에야 플랫폼이 정해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던 생각이 난 것이다. 이렇다면 뭔가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KTX를 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이탈리아 고속 열차의 프리미엄석은 비교적 편했다. 출입문이 있는 쪽에 크지는 않지만 캐리어를 둘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좌석은 네 좌석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군데 군데 자리가 비어 있어 좀 더 여유롭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열차는 부드럽게 출발했고 교외로 나가자 마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종종 터널을 지날 때 귀가 멍멍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고속 열차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KTX도 그런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들어 본 것 같은데....
로마에서 피렌체까지의 모습은 그냥 시골길의 그 풍경이었다. 높은 산도 가까이 보이지 않고 그냥 구릉과 구릉이 서로 연결된 듯한 모습이었다. 중간 중간 유적처럼 느껴지는 무너진 건물들이 보였는데 정말 고대의 유산인 건지 아니면 그냥 폐허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과 와이프는 이제서야 피곤이 몰려 오는지 금방 잠에 빠져 버렸다. 나는 크게 졸립지는 않아 피렌체까지 가는 내내 넓직하게 탁 트인 창문을 통해 이탈리아의 시골 구석 구석을 기억 속에 담아 내기로 했다. 익숙해 보이지만 왠지 다르게 보이는 곳. 그게 이탈리아 시골의 모습이었다.
무솔리니는 2차 세계 대전때 이탈리아의 독재자로 결국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을 시련에 빠지게 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독재자에게도 종종 사람들이 이건 잘 했지라고 기억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고대 로마의 유적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는데 노력했다는 것 (물론 콜로세움부터 포로 로마노를 지나 베네치아 광장까지 "황제의 도로"라는 것을 까는 바람에 황제들의 포룸이 있던 자리를 그냥 다 뭉게 버린 잘 못도 있지만....) 그리고 열차 인프라라고 한다. 그가 집권하기 전까지 이탈리아의 열차는 정말 엉망이었다고 한다. 제 시간에 출발/도착하지도,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엉망인 시스템에 본인도 엄청나게 고생했는지 전부를 뜯어 고쳤다고 한다. 그래서 무솔리니 정권을 거치면서 열차들이 최소한 시간에 맞추어 출발과 도착은 한다고 한다. 그렇게 잘 한 것 하나는 남겼단다.
드디어 피렌체 도착
로마 중앙역은 Roma Termini라고 부르는 것처럼 피렌체의 중앙역은 Firenze Santa Maria Novella (줄여서 Firenze SM Novella)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기차역이 피렌체에서 유명한 성당 중에 하나인 Basilica of Santa Maria Novella 바로 뒤에 있기 때문이다.
열차는 천천히 피렌체 역에 미끌어져 들어 갔고 열차에서 내려 역을 빠져 나가면 바로 거대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건물이 성당 뒷편이다. 성당을 끼고 옆으로 돌아 나가면 커다란 광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 광장에서 Basilica of SM Novella의 정면을 볼 수 있다. 윗 사진은 저녁에 찍었기 때문에 조명 때문에 조금은 노르스름하게 보이지만 밝은 한낯 햇살에 보면 정말로 하얀 정면부터 검은색 띠로 이루어진 장식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종이 퍼즐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광장 한 옆으로 우리가 묵을 호텔 Grand Hotel Minerva가 있다. 건물 크기에 비해서 입구는 좁고 내부 로비도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다. 그래도 체크인할 때 레셥션 직원은 친절하고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었다. 방을 배정 받고 올라가려 하는데 반드시 우측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말해 주었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이 호텔 뿐만이 아니라 도시들, 피렌체, 로마에 있는 많은 호텔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호텔을 계속 리노베이션 하면서 유지해 온 곳이많아 기본적으로 방의 크기가 작고 옆 건물로 확장하는 경우 층고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이 호텔의 경우에도 각 층이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구역이 서로 어긋나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두 개의 엘리베이터가 서로 다른 위치의 구역에 서게 된다. 우리가 머무를 방은 우측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만약 실수로 좌측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문제는 없다. 같은 층 서로 다른 구역은 반층 정도 어긋나 있기 때문에 각 구역은 비상구 층계를 통해 다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이했던 점은 엘리베이터가 상당히 작다는 것이다. 아마 같은 이유로 오래된 건물에 설치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보인다. 얼마나 작은지 우리 다섯식구도 밀착하면서 서로 붙어야 겨우 탈 수 있는 그런 아담한 크기였다.
5층으로 올라와 우리 부부가 쓸 방, 그리고 아이들 셋이 함께 쓸 방으로 나누어 들어가 짐을 조금 정리하고 나니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잠깐 눈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침대가 부르는 유혹을 물리 칠 수 없었나 보다. 아이들과 와이프가 1시간만 쉬다가 나가자고 한다. 그래, 놀러 왔지 고생하러 왔나 싶어 일단 쉬기로 했다.
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 aka, Duomo
호텔에서 1시간쯤 쉬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짝 기절했었다가 정신을 좀 차리고 본격적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시간은 5시 조금 안 되었지만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스케줄을 짤 때 첫날 피렌체 도착은 어짜피 오후가 될꺼라 어디 갈 수 있을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스케줄 하나가 걸려 있었다.
피렌체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이 바로 이 성당, 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이다. 이게 정식 이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Duomo라고 부른다. Duomo는 이탈리아 말로 Cathedral, 즉 대성당이란 뜻이지만 워낙 피렌체의 상징적인 건물이라 마치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구글에서도 duomo를 검색하면 이탈리아 내의 대성당들이 검색되면서 이 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가 제일 먼저 나온다.
이 성당 본관을 기준으로 바로 옆에 종탑, 그 광장 앞에 Baptistery라고 하는 작은 세례 성당, 그 뒤로 박물관까지 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성당 본관 자체는 입장이 무료지만 나머지 건물들은 티켓이 필요하다. 티켓은 패키지로 파는데 한 티켓을 사면 3일동안 이 건물들을 돌아 볼 수 있다. 패키지는 Baptistery, 박물관 그리고 본관 지하에서 발굴된 이전 성당 유적(Santa Reparata)을 볼 수 있는 기본 패키지인 "Ghiberti Pass", 거기에 종탑을 올라 갈 수 있는 "Giotto Pass", 그리고 종탑과 성당 돔을 둘 다 올라 갈 수 있는 "Brunelleschi Pass"로 나뉜다. 그런데 돔과 종탑은 pass를 산다고 아무 때나 올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올라갈 시간도 예약해야 한다. 그런데 티켓을 미리 예매할 때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종탑만 당일, 18일 저녁 6시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호텔에서 나왔던 것이다.
호텔에서 Duomo로 가는 길은 복잡하지도 않고 바로 건너편 골목을 따라 10분만 걸어가면 되었다. 호텔에서 가까운게 아니라 알고 보니 피렌체가 정말 작았다. Duomo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져서 하늘은 어두웠다. 하지만 Duomo 앞의 광장은 주변 상점들의 불빛과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광객들로 인해 활기찬 모습이었다.
Santa Maria Novella 성당도 그랬지만 성당 벽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고 장식에 검은색이 쓰여서 얼핏보면 종이로 만들어진 집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Duomo는 더 인상적이다.
종탑은 1334년 화가였던 Giotto di Bondone에 의해서 설계되어 건설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 종탑을 Giotto's Tower라고 부른다. 건설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이미 67세였기 때문에 공사는 그 사후에 계속되어 1359년에 완공되었다. 종탑이기 때문에 가운데 부분은 비어 있고 꼭대기 부분에 종이 놓여져 있었다. 지금은 그 종이 매달려 있던 자리만 있다.
이탈리아에 온 첫날, 그리고 여행의 첫 스케줄로 이 종탑을 올라가게 되었으니 으샤으샤 하는 마음으로 다같이 좁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중간쯤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어라..가 되어 버렸다. 겨우 겨우 종이 달려 있던 부분까지 올라 와서 이제 다 왔구나 했는데 주변을 둘러 보니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 가는 계단이 또 있었다. 어우야...
이 계단을 올라 오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종이 매달려 있던 층에는 여유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가 헉헉거리며 누가 올라와 나타나면 "와~" 하고 박수를 쳐주곤 했다. "You made it!"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곳에 올라오면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보상은 이런 멋진 야경이다. 멀리 내일 방문하게 될 Palazzo Vecho가 보였고 그 너머에는 Palazzo Pitti, 그리고 Boboli Garden이 있을텐데 불행이도 이 두 곳은 피렌체에서 시간이 모자라 가보지는 못했다. 이렇게 못 가는 곳도 있어야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핑게가 생기기도 할 것 같다. 아, 물론 꼭 다시 와야지.
첫 저녁식사
첫 방문지가 Duomo 그리고 그 웅장함에 압도 되어서 종탑을 올라 갔다온 피곤함도 금새 잊고 정말 내가 이탈리아, 피렌체 한복판에 있구나라고 실감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곳을 돌아 다녀 보고 싶었지만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고 아직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라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천천히 Duomo 전체를 한바퀴 돌며 피렌체의 저녁 분위기를 즐기며 시간을 좀 더 보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저녁 식사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무얼 먹을까 생각해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난감했다. 물론 Duomo 주변을 건너 싸고 있는 수많은 식당들을 보았지만 이상하게 딱히 끌리지가 않았다. 아마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한 결론은 "한식".
이탈리아에서의 첫 점심은 McDonald's 그리고 저녁은 "한식". 첫날은 일단 여행의 피로를 덜기 위해서라도 익숙한 걸 먹자라는게 결론이었다.... 아니면 아직 아무 것도 모르니 아는거 먹자는 핑게?
이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AT&T international pass. 부담없이 Google Map을 켜고 Korean Restaurant를 검색하니 서너개가 올라 왔다. 그것도 걸어서 다 10분 거리에 있었다. 일단 피렌체에선 모든 곳이 걸어서 10분거리이다. 그렇게 찾아 간 곳은 이름도 한국스러운 "Gangnam". 아무리 첫날이라는 흥분과 Duomo의 장관에 들 떠 있다고는 하지만 시차도 있고 새벽부터 움직였던 걸 생각하면 몸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한식당에서 먹은 익숙한 순두부 찌게는 그 몸의 무거움도 조금은 덜 수 있게 도와 주었다. 저녁 식사 후 호텔까지 돌아 오는 길도 Google Map을 켜고 골목 골목을 돌아 비교적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고 나니 이제 정말 여행이 시작되었구나라는 것 실감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잠시의 나들이만으로도 이렇게 들뜬 마음이 생기는데 남은 날들은 어떻게 다가 오게 될까.
사실 이탈리아/로마/피렌체에 와서 두 눈으로 보고 싶고 손발로 직접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내일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그 문을 열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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