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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로마 여행 2023년 12월

이탈리아 여행기 - 프롤로그

by 피터K 2024. 1. 14.

박사 과정 때라고 기억이 되는데 어느날 실험실에 올라 갔더니 공용 테이블 위에 책이 몇권 있었다. 실험실 후배가 요즈음 읽는 책이라며 올려 놓은 것이었는데 그 책이 바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3권인가 4권까지 나왔을 때였다. 워낙 역사에 대해서 좋아하던터라 빌려서 읽어 보기로 했다. 시리즈 책이여서 1권부터 읽어야 이야기를 따라가기 쉬웠겠지만 1권은 이미 책 주인이 읽고 있어 2권부터 빌렸다. 그 2권의 부제가 "한니발 전쟁".

인류사에서 전쟁은 늘 비극이지만 그 전쟁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로 본다면 이보다 재미 있는 이야기는 없다. 따지고 보면 "삼국지"도 세 나라의 전쟁 이야기가 아니더냐.

 

잠깐 보면 되겠지 생각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그날 밤새 그 한권을 다 읽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 있었고 한니발에 대해서 역사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배우기만 했지 그 안에서 이런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훅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고대 로마"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책이 계속 발매 중이었고, 미국에 나올 때인 2004년에도 완간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새 책이 나올 때마다 한국에 있는 막내 여동생에게 부탁해서 소포로 받아서 읽어 볼만큼 정말 열심히 읽었던 시리즈였다. 그리고 점점 그 이야기에 빠질 수록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 혹은 동경이 생겨났다. 그러던 중 HBO 시리즈인 "Rome"도 알게 되었는데 문장들로 상상하던 것들을 비주얼로 보게 되어 더 반가웠다. 

 

HBO 드라마 Rome에서 묘사한 포로 로마노 장면. 정말 저 때는 저랬을 것 같다.

 

 

"고대 로마"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 때까지도 유럽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점들이 모여 그래 이번 기회에 함 가보자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음... 서론이 좀 길었다.

 

 

 

2023년 초, 그 해 12월이 결혼 25주년이라는 걸 깨닫고는 그래 이번 기회에 한번 해 볼까하고 유럽 여행을 알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나마 조금 더 가까운 스페인 Barcelona 등을 살펴보다가 생각보다 Rome이 멀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Austin/TX에서 서울을 간다고 하면 Dallas/TX에서 직항이 있으니 Austin/TX에서 Dallas/TX까지 비행기로 1시간, Dallas/TX에서 서울까지 직항편이 15시간이다. 만일 Austin/TX에서 Rome까지 간다고 하면 직항이 없으니 Austin/TX에서 London까지 직항으로 9시간, London에서 Rome까지는 2시간 40분이 걸린다. 환승 시간을 제외하고 순전히 비행시간만 비교하면 여기서 서울가는 것보다 Rome가는 것이 훨씬 가까운 것이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해야 여행을 갈 수 있으니 그 기간에 맞추어서 일정을 짜면 크리스마스 시즌과 겹치는 성수기라서 항공편 가격이 꽤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검색해 보았는데 이게 의외로 크게 비싸지 않았다. 어 그래 그렇다면 이거 가능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 결혼 25주년 기념 로마 여행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항공편 준비

 

여행 준비의 시작은 항공편을 알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머무를 호텔 같은 다른 여행 준비는 비교적 선택지가 많다. 하지만 여행지로 가기 위한 항공편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게 안 되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항공편을 정하는 것이다. 

 

처음 항공편을 알아 보기 시작했던 건 6월쯤, 그런데 여행 계획은 12월 말. 당장 다음 달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6개월 후의 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쉬운 일을 아니었다. 그래서 7월 초까지는 내내 언제 출발하고 얼마나 머무를 수 있을지, 그러려면 항공편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한번 경유할지 두번 경유할지, 경유 도시는 어디로 해야 하며 layover 시간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온갖 가능한 시나리오 조합을 짜 보고 Travelocity, Costco Travel 같은 사이트에서 정보를 넣어보며 대강 어느 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하는지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반석 기준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다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찾아 보고, 그럼 비지니스석은 얼마인거야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보통 비지니스석은 일반석의 4-5배 정도 되는데 이 경우에는 2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어서 훨씬 더 비쌀 줄 알았는데 이건 의외였다. 아이들 학교의 마지막날은 12월 14일 목요일, 바로 출발하는 건 너무 급한 것 같아서 주말 쉬고 월요일인 12월 18일에 출발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번엔 로마와 피렌체만 집중하기로 하고 대충 10일 정도 머무르면 되겠다고 계획했다. 이렇게 계산하니 비지니스석 기준 일인당 왕복 $3,200, 다섯 가족이니 총 항공료는 $16,000. 5년 전 한국 다녀 올 때 일반석으로 다섯명에 $10,000이 들었던 걸 생각하면 비지니스석으로 이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 결혼 25주년 기념 여행인데. 이보다 좋은 핑게거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결재를 하려니 쉽게 클릭이 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 정도 내내 출발 날짜, 도착 날짜, 여러 경유편 중 어떤 게 좋을지, 아침/새벽에 출발하는게 좋은지, 오후에 출발하는게 좋은지, 그러면 가격은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확인하며 보냈던 것 같다. 큰 걸 지르기엔 부들부들하지만 그런 여러 조합들을 만들어 보며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고민해 보는건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긴 했다. 그러다가 7월 중순 갑자기 그 일정 (12월 18일 출발, 28일 도착) 에 해당하는 항공료가 일제히 일인당 $400씩 올라갔다. 그러면 총액은 $2,000 증가, $18,000이 되었다. 왠지 $16,000은 할만 한 것 같은데 막상 $18,000은 부담되는 느낌이었다. 아 맞다, 항공편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걸 깜빡했다. 누군가 표를 사서 자리가 없어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게다가 5명, 게다가 비지니스석은 더 한정된 자리였던 것이다. 정신이 바짝 들어 출발/도착 시간, 경유지 변경 등 조금 더 조정해서 확인해 보았지만 가격은 이미 올랐고 전에 $16,000을 보았던터라 막상 오른 가격 $18,000을 내려니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이거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던 한번 경유하는 일정은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5인이 아닌 1인으로 검색하면 그 경유편이 다시 나오는 걸보니 문제는 좌석 부족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자리 선택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로마로 가는 그 항공편 비지니스 좌석은 20개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고심하고 있던 차에 일정을 바꾸어 12월 17일 (일) 출발, 27일 (수) 도착으로 변경하고나니 $16,000 예산에 맞출 수 있는 경유편이 나왔고 시간도 적절했다. 이렇게 되니 망설임이 없어지고 바로 클릭, 결재를 해 버렸다. 그게 8월 초. 4개월 후 로마로의 여행은 이렇게 확정되었다.

 

확정된 항공편. American Airline이 발권 항공사이고 돌아올 때는 코드쉐어된 British Airways를 타게 된다. 갈 때는 Philadelphia 경유, 올 때는 London 경유. Austin에서 Philadelphia 갈 때만 일반석이지만 전체 일정이 비지니스석이라 비지니스석 대우를 받게 된다.

 

 

 

숙소 알아 보기

 

일단 출발, 도착 날짜가 정해졌으니 어디서 묵을지를 정해야 했다. 출발 도착은 Austin/TX - Rome이지만 첫 3일은 피렌체에서 보내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피렌체와 로마 호텔을 각각 알아 보아야 했다. 아무래도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라 그런지 로마의 호텔을 검색하면 정말 무한정에 가까운 리스트가 뜬다. 아무리 선택지가 많아도 지난 한달동안 이런 저런 검색을 해 본 결과 호텔비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공편을 마무리하자마자 서두르게 되었는데 이 때는 너무 많은 호텔 리스트 때문에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어느 위치에 잡아야 다니기 쉬울지 알아야 하는데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몇가지 조건을 정해서 우선 범위를 줄이기로 했다.

 

첫번째는 아침 식사 제공 여부. 늘 여행을 다니면 제일 신경 쓰이는 일이 아침 식사이다.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아침마다 나가서 식당을 찾아 다니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미국 내 여행을 할 때도 이렇게 불편한데 외국에서는 더 불편할테니 일단 조식 포함 호텔로 한정.

 

비지니스석으로 가게 된 여행이니 기왕이면 좋은 호텔에 머무르기로 선택. 그런데 기준이 가격이 아니라 리뷰가 좋은 곳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리뷰가 5점 만점에 4점 이상인 호텔로 다시 추려 냈는데 이렇게만 하더라도 꽤나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리뷰가 좋은 곳이 항상 더 비싸지는 않다. 가격만으로 추리면 의외로 3점대 리뷰가 있는 곳도 꽤 있었다. 그런 면에서는 일단 좋은 리뷰를 가진 곳이 먼저.

 

식구가 5명이다 보니 호텔 방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suite 형태의 호텔을 찾아 한 방에서 지냈는데 이 경우 보통 퀸 사이즈 침대 두개, 그리고 소파베드라고 불리우는 간이 침대가 있게 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선 아무래도 여자 아이들만 있다보니 한방을 쓰는게 서로 불편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아애 방을 두개 잡기 시작했다. 미국 내 여행에서는 대부분의 퀸 사이즈 두개가 있는 방을 찾기 쉬운데 로마와 피렌체의 경우 워낙 오래 전 구조를 가진 건물로 호텔이 이루어지다 보니 방 사이즈도 작은 편이었고 대부분 퀸 사이즈 한개가 있는 방이 주를 이루었다. 3명이 잘 수 있는 방을 찾아야 했는데 소파베드 형태로 되어 있는 곳은 정말 간이 침대라 2-3일 정도면 어떻게 머무르겠지만 이 긴 일정엔 무리였다. 그래서 적어도 제대로 된 침대가 제공되는 3인용 방을 가진 조건을 추가하니 10여개 내로 추려졌고 거기서 Travelocity 리뷰, 구글 리뷰 등을 찾아 보고 피렌체와 로마에서 머무를 호텔을 선택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 올 때는 아침 7시 40분 출발이라 공항에 5시 정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로마 호텔에서 4시에는 출발해야 하고 그 말은 3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공항에 있는 호텔이 하루 머무르기로 했는데 바로 공항과 주차 빌딩 사이에 HelloSky라는 호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출발 전날 하루 묵기로 정했다. 호텔에서 공항까지는 걸어서 3분 거리였다.

 

그렇게 정해진 숙소는

피렌체 12월 18일 - 20일 : Grand Hotel Minerva (https://grandhotelminerva.com/)

로마 12월 20일 - 26일 : Hotel Artemide (https://www.hotelartemide.it/en/)

로마 공항 12월 26일 - 27일 : HelloSky Hotel (https://hellosky.travel/)

 

이렇게 두번째 단추까지 끼우는데 성공.

일단 큰 밑바탕 그림은 마무리가 되었다.

 

열심히 일해서 결혼 25주년 때 이렇게 가족들 모두 비지니스석에 태워서 여행 갈 수 있다는게 참 뿌듯했다. 이런 날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