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특히 미국 밖으로 나가는 해외 여행은 준비할 것이 더 많다. 일단 항공편, 숙소는 해결 되었으니 그 다음 것들을 하나씩 챙겨 보아야 한다.
여권 준비/재발급
해외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여권.
가족들 모두 시민권자라서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어 이탈리아에 입국하거나 영국을 경유하는데 비자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의 여권의 유효일이 2024년 4월까지였다. 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도 일반적으로 유효일이 6개월 이상 남은 여권을 요구하기 때문에 둘째의 여권을 갱신해야만 했다.
둘째의 나이는 만 16세. 18세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가 모두 동반해서 여권 신청을 해야 한다. 여권 신청은 보통 가까운 우체국에서 하게 된다. 우체국에서 직원이 모든 신청 서류와 내용을 확인하고 Department of State, 즉 국무부로 보내 여권을 발급 받게 된다. 18세 이하의 경우 renewal, 즉 갱신은 되지 않고 새 여권을 신청해야 하고 5년짜리 여권이 발급된다. 문제는 아무 우체국이나 아무 시간에 가서 신청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우체국 홈페이지에 가서 여권 신청을 받는 우체국을 찾아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1달 이내에 가능한 곳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또한 아이가 동반해서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학교 쉬는 날을 찾거나 토요일 오전 시간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시간은 또 예약이 금방 차기 마련이다. 그래서 겨우 찾은 시간이 6월 말. 학년이 끝나고 여름 방학이 시작한 한참 후에나 겨우 빈 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여권 신청서는 Department of State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서를 다운로드 받거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입력하면 입력이 다 끝난 PDF를 출력할 수 있다. 그 이외에 출생 증명서, 부모의 신분증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이전 여권이 있으면 그걸로 출생 증명서를 대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본 이외에 각 서류의 사본도 준비해 가야 한다. 물론 새로운 여권 사진은 2장 따로 준비해야 한다. Costco, 혹은 Walgreen/CVS 같은 drug store에 있는 photo center에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 포토프린터로 출력해 준다.
모든 서류 준비가 끝나고 약속된 시간에 우체국에 가면 직원이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부모 양쪽에 이 서류와 내용이 모두 맞는지 구두로 물어 본다. "Yes"라고 대답하고 나면 체크 두장을 받는데, 하나는 서류와 함께 보내는 여권 발급 수수료로 Payable to는 Department of State가 되고, 두번째 체크는 우체국에서 받는 수수료로 Payable to가 USPS가 된다. 서류를 받으면서 직원이 6주에서 8주 걸릴거라고 했는데 정말로 접수 한지 8주가 지난 두달 후에 집으로 배송되었다.
크레딧 카드 해외 사용 준비
두번째 준비해야 할 것은 크레딧 카드의 travel notification이다. 종종 해외 사이트에서 크레딧 카드 결제하는 경우 결제 승인이 나지 않거나 승인이 나더라도 등록해 둔 핸드폰 번호로 확인 문제가 오는 경우가 있다. 크레딧 카드 시스템에서 조금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사용 내역이 있으면 카드 자체를 일단 정지 시키기도 하는데 5년 전 한국 방문 했을 때 AMEX 카드를 쓸 때 그런 일이 생겨 customer center에 전화를 걸어 해결해야 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이 잡혀 있는 경우 미리 크레딧 카드 회사에 여행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면 카드가 정지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사용하고 있는 크레딧 카드 전부에 대해서 그렇게 할 필요없이 가서 사용할 메인 크레딧 카드와 혹시라도 모를 보조 카드에 대해서 미리 customer center에 전화해 일정과 방문지에 대해서 알려 주고 정보를 update 했다. 보조/백업용으로 사용할 카드사에 전화 했더니 예전과는 달리 자기네가 좀 더 최신 시스템으로 모니터링 하기 때문에 미리 알려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만일을 위해 어카운트에 노트를 남겨 놓겠다고 했다. 미리 알려 주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이 카드를 유럽 어딘가에서 사용했을 때 이게 진짜 본인이 사용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크레딧 카드와는 달리 debit card도 미리 등록시켜 놓으라는 조언들이 있었다. 일단 Rome에 가서 식당이나 어디서나 대부분의 계산은 크레딧 카드로 할 수 있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현금을 써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얼마나 필요할지 예상이 잘 안 되는데다가 혹시라도 남게 되면 재환전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과 유튜브로 검색을 해 보니 대부분의 VISA/MASTER 로고가 있는 debit card의 경우 현지 ATM에서 바로 꺼내 쓸 수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일정 부분 수수료가 붙을 수 있지만 필요한 만큼만 꺼낼 수 있으니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환전할 필요는 없었다.
크레딧 카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은행에 미리 여행 정보를 알려 주었고 환전을 위해서 $200만 따로 챙겼다.
인터넷 / 전화 사용을 위한 로밍
그 다음은 현대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넷 사용.
이것도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 검색 하면서 알아 보았는데 처음에는 eSim을 이용한 방법들이 많이 검색되었다. 그런데 이 방법엔 두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unlock된 전화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금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화는 모두 AT&T에서 할부로 구입해 매달 할부금을 함께 내고 있는 상황이라 unlock 되어 있지 않은 걸로 안다. 두번째는 eSim을 사용하면 새로운 번호를 받아 사용하게 되는데 혹시라도 기존 미국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아야 될 경우가 있어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이렇게 eSim에 대해서 제약이 있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AT&T의 international pass를 찾게 되었는데 하루 $10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플랜 그대로, 즉 미국 내에서 unlimited data plan을 쓰고 있으니 가서도 unlimited plan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max limit $100이 있어 열흘 이상 사용해도 최대 $100까지만 청구한다고 한다. 더불어 다른 번호를 추가 하는 경우에는 추가 라인에 대해서는 $5만 부과한다고 한다. 다섯 식구가 10일 일정이니 총 ( $10 + $5 * 4 ) * 10 = $300의 예산이 들어 간다. eSim의 경우 하나당 싼 건 $10-$20 선이라 훨씬 비싸게 들어가긴 하지만 unlimited data plan으로 기존 번호 그대로 사용하므로 혹시라도 미국/한국에서 연락 오면 그 연락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이걸 선택하기로 했다. 핑게를 대자면 business class 비행기 표값에 비하면 총 $300 예산은 껌이라고 보면 된다. 아, 이렇게 티끌이 모이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결론은 이 unlimited data plan 덕분에 Google Map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예약, 특히 기차 예약 할 때 정말 마음 편하니 충분히 쓰고 와서 아깝다는 생각을 들지 않았다.
우편 / 배송 hold
긴 여행을 갈 때 준비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mail hold인데 이번엔 왜 그랬는지 따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가기전 해야 할 To-Do list에 있었지만 특별히 올 우편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 갔다. 대신 Amazon subscription 때문에 정기적으로 배달 될 것들에 대해서는 미리 여행 후 도착하게 변경하거나 취소를 해서 여행 가 있는 동안 현관문 앞에 박스가 쌓여 있지 않도록 했다. 우리 동네는 비교적 없는 편이지만 최근에 이런 Amazon 배달 박스 도둑들이 길 건너 동네에는 많이 나타났다고 하니 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기타 잡다한 준비들
짐은 가급적 적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닌 직접 끌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짐이 많을수록 고생길이라는 것이 훤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랩탑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가기 전에 미리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찾아 보았고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바깥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더더욱 랩탑이 필요 없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AT&T의 international pass가 더 유용했는지도. 그래도 미리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크레딧 카드, 유틸리티 등의 payment를 미리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American Airline으로 일정을 짰기 때문에 마일리지를 위해 가족들 멤버쉽 가입을 해서 멤버쉽 번호를 얻어 티켓과 연동해 마일리지 적립을 했다. 이번 여행으로 쌓을 수 있는 마일리지는 16,700 마일이고 이 마일리지면 일반석을 사고 비지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만큼의 마일리지이다.
해외에 나가면 나를 증명해 줄 것은 여권 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여행기를 보더라도 여권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다닐 때마다 여권을 들고 다녀야 하는지 아닌지 논쟁이 많다. 원칙은 신분증으로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이고 경찰 검문에 신분증 제시를 요구 받으면 제시한 공식 신분증은 여권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여행 다니면서 경찰 검문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찾아 보면 여권을 복사해 복사본을 가지고 다니고 여권은 호텔 방 내부에 있는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사본을 만들고 따로 보관하고 스캔한 것은 Google Docs에 올려 놓았다. 언제라도 필요하면 꺼내 볼 수 있도록. 만에 하나 여권을 잃어 버리는 경우에도 영사관을 방문할 때 복사본이 있다면 유용하다는 팁도 많았다.
여기까지만 하면 여행 준비는 다 되고 그냥 출발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관광지 입장권 사전 예매
9월 말쯤 둘째의 college tour 때문에 Dallas에 갈 일이 있어 올라 갔다가 시간이 남을 때 서점에 가서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책을 한권 사게 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 보면서 어디 어디를 가 보아야 할지 대충 살펴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 쓰여 있기를 Pompeii, Roman Forum, Collosium 등에 가려면 미리 표를 사 두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어디를 갈지만 정하고 가서 해결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국에서 경복궁이나 박물관 간다고 미리 표를 사지는 않으니까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긴 달랐던거다. 그래서 더 자세한 일정을 짜면서 어느 날은 어디를 가고 하나씩 정해 보고 해당 홈페이지에 가보니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제일 문제가 되었던 건 Vatican City tour였다. 피렌체 올라 갔다가 Rome으로 내려온 다음 날 가면 되겠지 생각만 했는데 예약하러 갔더니 이미 계획했던 그날 자유 입장권은 전부 매진이었다. 아차 싶어서 다른 사이트에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종종 이용하던 Viator 사이트에 가니 그날 2시 30분에 시작하는 guided tour만 예약이 가능했다. Guided tour라 일반 입장권에 비해서는 훨씬 비쌌지만 이런 상황이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방문하려고 했던 다른 곳들도 서둘러 찾아 보았는데 일부는 원하는 시간대를 찾을 수가 없어서 미리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고 미리 예약 할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여행 가이드 책을 미리 사서 읽어 보았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그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도움 받았던 부분들은 그 때 그 때 정리해 보려고 한다.
부랴부랴 나머지 일정을 정하며 어느 날은 어디 가고 거기에 맞추어서 미리 예약해야 할 것들은 예약하면서 이젠 정말 준비가 다 되었다..... 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항공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골치 아픈 미국 국내선 문제
처음 항공편을 예약했을 때는, 연착을 밥 먹듯이 하는 현재 미국 국내선 상황을 고려해서 출발은 Austin에서 오전 10시, Philadelphia 도착은 오후 2시, 그러면 국제선 시간까지 4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딱 맞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1월 초쯤 이 10시 출발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자동으로 오후 1시 출발편으로 변경 되었다. 이렇게 되면 도착 시간이 오후 5시, 1시간의 여유만 있을 뿐이었다. 미국 domestic 출발에 international로의 연결편이기 때문이 짐을 찾고 다시 부치고 security를 다시 통과하는 과정이 필요없다지만 아무래도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1시간은 너무 짧았다. 게다가 며칠 동안 해당 1시 출발편의 상황을 살펴 보았는데 5번 출발편 중에 1편은 늘 20-30분 연착이었다. 이러면 이건 모험이었다. 이런 식으로 연착으로 인해서 연결편을 놓치면 해당 항공사가 당연이 가능한 다음 편을 수소문해서 새로 예약을 해 주지만 이건 국내선도 아닌 국제선인데다가 비지니스석인걸 감안하면 한번 놓지만 큰 일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American Airline에 전화해서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1시 출발편이 아닌 바로 이전 출발편인 아침 7시 항공편으로 옮겨 줄 수 있는지 알아 보았다. 전화 받은 담당자도 Philadelphia 공항에서 1시간 연결 시간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여기 저기 알아 보더니 흔쾌히 아침 7시 출발편으로 바꾸어 주었다. 이러면 11시에 도착해서 무려 7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하지만 비행기를 놓쳐서 여행 일정 전체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정이었다.
자, 이렇게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렇게 항공편까지 변경을 마친 것이 12월 첫째주.
그 사이 유튜브에서 비지니스 타는 여행기, 로마 여행기, 공항 이용기, 라운지 이용기 등등 찾아 보면서 하루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올 초부터 가 볼까 생각해 보고 여름에 결국 항공편을 예약하고 준비하며 일년 내내 보낸 것 같은데 어느새 바로 그 날이 오긴 했다. 묘하게 로마/이탈리아에 간다는 것보다 비지니스석 타 본다는게 기대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긴 준비와 계획으로 결국 언젠가는 꼭 와보고 싶었던 로마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무슨 꿈을 이룬 것처럼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하고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로마로 출발한다.
'여행기 > 로마 여행 2023년 12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 여행기 - 둘째날 Palazzo Vecchio (2) | 2024.02.18 |
---|---|
이탈리아 여행기 - 둘째날 우피치 미술관 (Uffizi Gallery) (2) | 2024.02.12 |
이탈리아 여행기 - 첫째날 로마에서 피렌체까지 (1) | 2024.02.04 |
이탈리아 여행기 - 첫째날 로마에 도착하기까지 (4) | 2024.01.31 |
이탈리아 여행기 - 프롤로그 (5) | 2024.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