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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로마 여행 2023년 12월

이탈리아 여행기 - 첫째날 로마에 도착하기까지

by 피터K 2024. 1. 31.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지 않던 그 날이 되었다.

 

 

Austin에서 Philadelphia 까지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푹 자고 나니 토요일. 바로 다음날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 드디어 찾아 왔다. 흥분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짐 싸며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막 방학이 시작되었던 아이들의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오후 내내까지 아이들 약속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저녁 먹고 나서야 비로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국에 다녀 오면서 2주 넘게 다녀온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엔 순전히 호텔에서만 10일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이것 저것 챙기면서 이게 필요한지 아닌지 고민 고민하게 되었다. 미국 국내 여행이라 필요한게 있다면 그냥 근처 Target 같은 곳에 찾아가면 되지만 낯선 곳 여행이라 필요한 걸 가서 구할 수 있을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평소 여행 준비보다 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렇게 자정이 다 되어서야 겨우 짐을 꾸릴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은 일요일 아침 7시 비행기. Austin 공항은 새벽 출발편이 많기 때문에 일찍 가야 해서 늦어도 새벽 3시 30분에는 일어나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잔듯 안 잔듯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마무리 짐을 싸고 나니 거의 4시쯤이 되었고 아직 캄캄한 어둠을 뚫고 공항으로 향했다. 몇시간 잠을 못 잤음에도 여행간다는 들뜸에 피곤한지도 몰랐다. 이런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비지니스석을 예약한 경우 체크인 카운터도 Priority boarding 카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첫 비행편이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몰려 있다보니 그 새벽인데도 공항은 북적였지만 여유있게 Priority 카운터에서 하나씩 짐을 부치고 있는데 캐리어 하나가 무게를 초과한단다. 내내 걸어다녀야 할 일이 많아 하나라도 캐리어 수를 줄어 보겠다고 무리를 한게 문제였다. $100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고 해서 일단 캐리어에서 제일 무거운 물건인 CPAP 머신을 꺼내 carry-on으로 들고 타야겠다고 했는데 막내가 자기 캐리어에 자리 많다고 해서 그쪽으로 옮겨 넣으니 어찌어찌 들어 갔다.

OK. $100 아꼈다.

 

일일이 여권 확인하고 캐리어 체크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길고 긴 security check point를 지나 탑승 구역으로 들어 오니 오전 5시 45분쯤 되었다. 보딩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이럴 때 비싼 돈 주고 마련한 비지니스석 티켓이 빛을 발하게 된다. 당당하게 American Airlines의 라운지인 Admiral lounge를 찾아갔고 거기서 편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한켠에 마련된 간단한 먹을 거리들은 보너스. 평소같으면 지루했을 기다림이었을텐데 비교적 편한 곳에서 간단히 아침거리도 먹으면서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이른 아침의 피곤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었다.

 

Philadelphia로 가는 국내선은 첫 출발편이라 정시에 출발했고 3시간의 비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Philadelphia 공항은 처음 와 봤는데 지도에서 찾아 보던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제 여기서 거진 7시간을 보내야 했다.

 

도착 전 난기류로 인해서 멀미 증세를 보였던 와이프가 조금 진정을 한 후 남은 7시간의 보금자리가 될 Admiral lounge를 찾아 갔다. Austin 공항의 라운지는 아무래도 공항 자체의 규모가 작다보니 아담했는데 Philadelphia 공항은 American Airlines의 허브 공항인지라 그 곳의 Admiral lounge는 규모도 훨씬 컸고 다른 터미널에 두 군데가 더 있었다. 문제는 규모가 큰데도 허브 공항이다 보니 사용자도 많다는 것이었다. 벌써 2/3 정도의 자리는 다 찼고 저끝쪽에 우리 다섯 가족이 앉을 자리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먹을 거리 있는 코너도 살펴 보았는데 Austin 공항 라운지보다는 좀 더 종류가 많았지만 대부분 간단한 간식 수준이라 점심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이 없었다. 다행이 라운지 바로 아래가 food court여서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food court로 내려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점심으로 챙겨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았는데도 아직 시간은 오후 2시. 적어도 4시간은 더 있어야 보딩이 시작될 참이었다. 

 

Philadephia 공항은 A/B/C/D/E/F로 나뉘어진 터미널들이 있는데 탑승 구역 내에서는 당연이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 우리가 머무른 가장 큰 Admiral lounge는 터미널 B/C 사이 2층에 있었는데 우리를 로마까지 데려다 줄 비행기는 A West 터미널에서 출발했다. 어짜피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탑승구가 어딘지를 한번 찾아 보기 위해 A West 터미널 탑승구까지 걸어가 보았다. 그제서야 이 공항이 얼마나 큰지, 정말 예정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고 오후 5시에 도착했으면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걷는게 아니라 뛰어야 했을 것 같은 거리였다. 이 때 정말 아침 7시 비행기로 옮긴게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긴 거리를 왕복하고 나서 다시 라운지로 돌아와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처음 와보는 장소,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기 저기 둘러 보며 시간 가는지 몰랐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꼼짝없이 라운지에서 소위 말해 죽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후 3시쯤이 되자 정말 라운지는 꽉 차서 가족들이 여기 저기 빈 자리 찾아 흩어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남은 3시간 정도는 라운지 안에서 딱히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아이들은 내내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했다. 나도 혹시나 해서 가져온 책과 Netflix document 다운로드 받아 온 걸 번갈아 보면서도 그 시간이 너무 지겨웠다. 그래도 마음 졸이면 시간에 쫓겨 뛰지 않아도 되는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정말 그랬다면 끔찍했지 싶다.

 

Philadephia 공항의 American Airlines의 라운지인 Admiral Lounge. 점심 먹으러 잠깐 나가 공항 여기 저기를 구경하고나서는 내내 여기서 5시간 이상 보냈나보다. 지겨웠지만 그래도 푹식한 의자에 간식거리/음료가 있어 견딜만 했다. 탑승구 앞이나 공항 다른 곳에서 그 긴 시간동안 지내라고 했으면 정말 그것도 고충이었지싶다.

 

 

 

생애 첫 비지니스석

 

드디어 그 긴 기다림이 끝나고 6시부터 보딩을 하기 때문에 5시 40분쯤 라운지를 나섰다. 그 긴 터미널 연결 복도를 지나 A West 탑승구에 오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과 보딩패스를 준비해 조금 기다리니 비지니스석부터 보딩이 시작되었다. 특이하게 카메라로 안면인식을 했는데 그 정보가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로마 입국 할 때 다시 안면인식을 했는데 이 정보가 그 쪽으로 가는 걸까?

 

아직 일반석 보딩이 시작되기 전이라 비지니스석 승객들만 먼저 긴 보딩 브리지를 건너 비행기 안으로 들어 섰다. 로마까지 가는 비행기는 B787-8 기종이었고 비지니스석은 20석 밖에 되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알아 봤을 때에는 좌석이 모두 앞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 건너 하나씩 뒤를 바라보는 좌석(rear-facing seat)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가기 전에 정말 별의별걸 다 찾아보고 알아 봤나 보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에 타 보니 모든 좌석이 앞을 바라 보고 있는 형태였다. 이 좌석 형태가 더 최신식이고 좀 더 넓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다. 

 

로마로 가는 비행기가 어떤 것인지 미리 알아 보고 또 좌석 선택을 할 때만 하더라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짝수열 좌석은 비행기 뒤쪽을 바라보는 rear-facing 좌석이었다. 그런데 막상 비행기에 타 보니 모든 좌석이 앞을 바라보는 더 최신 좌석이었다.

 

비지니스석 좌석은 일반석보다는 당연히 훨씬 넓고 포근했다. 그리고 약간 새 제품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도 났다. 비지니스석의 최대 장점은 full flat seat, 의자가 완전히 평평하게 펴져서 침대처럼 누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석에서 제공되는 blanket과는 다르게 누비 이불 스타일의 blanket이 제공되었다. 저녁 식사 후 조금 쉬다가 침대처럼 만들어서 잠을 청했는데 그 누비 이불 스타일 blanket은 정말 따뜻했다. 

 

항공편을 예매한 때가 8월이니 그 때만 하더라도 고를 수 있는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비행기 왼편 창가 자리인 A1/A2/A3/A4/A5 좌석을 선택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식구 5명이 나란히 한편에 앉게 되었다. 아이들 좌석을 봐 주고 그동안 유튜브에서 본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서 (정말 이런 것도 많이 찾아 봤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하나씩 알려 주고 내 자리로 돌아오니 승무원이 welcome drink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지만 이번 만큼은 샴페인을 주문했고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까지 느긋하게 이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비지니스 석이 비행기 주 출입구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 계속 타고 있는 일반석 승객들과 마주칠 일도 없고 또 각자 독립된 자리라 옆사람이 앉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일도 필요도 없는 그런 여유가 있었다.

 

잠시 후 승무원이 다시 와서 저녁 메뉴를 확인했는데 우리 가족은 미리 출발 전에 메뉴를 주문해 두었었다. 비지니스석 저녁은 서너가지 종류 중에 골라 먹을 수가 있지만 앞에서 이미 인기 메뉴를 다 선택해 버리고 나면 내 순서에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 정말 ~ 카더라 이야기 많이도 찾아 봤나 보다...) American Airlines의 경우 출발 한달 전부터 비지니스석의 메뉴를 선택, 지정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가족들 모아 놓고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 고르라고 해서 신청해 놓았었다.

 

일반석 승객들도 모두 탑승 했는지 곧 출입문 닫치는 소리가 들렸고 기장의 안내 방송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되었다. 나머지 식구들의 자리와는 달리 맨 뒷편 내 A5 자리에는 창이 없었다. 내 바로 뒤가 비행기 탑승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른 식구들이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국제선은 보통 제 시간에 출발한다. 출발 시간이 되자 서서히 활주로로 미끌어져 들어갔고 가볍게 하늘로 날아 올랐다. 기체가 순항 고도에 오르자 바로 저녁 식사 서빙이 시작되었다. 넓직한 자리와 일인석에 가까운 cocoon 구조로 프라이버시가 있다는 것 다음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이 비지니스석 식사였다. 마치 일반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제공 받는 것처럼 appetizer, main entree, dessert 순으로 하나씩 개별 접시에 서빙이 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비지니스석 체험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상당히 기대했던 것이 이 코스 요리 식사였다. 

 

Appetizer. 간단한 샐러드와 새우, 그리고 골라서 먹을 수 있는 빵이 제공되었다. 커다란 모니터로 영화를 감상하면 먹을 수 있는 행복이었다.

 

Main Entree.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큰 아이가 찍은 사진인데 나도 같은 Short lib beef를 선택했었다. 처음엔 스테이크 종류라고 생각하고 고른건데 실제는 갈비살,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갈비찜에 가까웠다. 그래서 스테이크처럼 썰어 먹는 것이 아니라 포크로 찌르면 결결히 찟어지는 그런 갈비찜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약간은 실망. 하늘 위 레스토랑에서 칼로 써는 스테이크를 기대했었는데.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Dessert.

 

 

Dessert 사진은 큰 아이가 고른 걸 자기가 찍어 둔 사진이다. 나는 많은 유튜버들이 추천한 Ice cream sundae를 선택했더랬다. American Airlines의 이 Ice cream sundae가 유명하다고 해서 (아... 이놈의 유튜브.....)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나면 이제 자는 일 밖에는 없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보던 영화를 마저 보고 나서 드디어 의자를 완전 flat bed로 만들어 눕고는 그 누비 이불처럼 생긴 blanket을 덮었다. 노곤함과 배부름, 그리고 누비 이불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에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비지니스석을 한번 타면 다시는 일반석에 타지 못하는 이유 중 85%는 이 쫙 펴지는 좌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앉아 있다시피 하면서 고개를 잘 가눌 수 없어 꾸벅꾸벅 졸 수 밖에 없는 일반석에 비하면 그냥 편하게 누워서, 아니 뒤척이면서 옆으로 돌려 누울 수도 있어 집 침대에서 자는 것과 같으니 피로도와 편안함면에서 일반석과는 절대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새벽부터 설치며 출발했는데도 그리고 로마에 도착하면 완전 낮밤이 뒤바뀌는 시차인데도 푹 자고 나니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행복함과 이젠 앞으로 일반석은 어떻게 타지라는 근심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로마까지 약 1시간 정도의 비행을 더 남겨 두고 나서 아침 식사가 서빙되었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침 메뉴도 두 종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제일 무난한 건 이 american breakfast.

 

로마에 거의 다 도착해 로마 공항(Leonardo da Vinci / Fiumicino Int'l Airport)에 착륙을 준비하려 선회할 때 곧 첫발을 대딛게 될 이탈리아/로마의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 자리에서는 창문이 없어 볼 수가 없었다. 꼭 눈에 담아 두고 싶던 장면이었는데 말이다. 나의 첫 로마 여행.

 

비행기는 사뿐히 활주로에 착륙하고 터미널로 이동해 갔다. 그렇게 8시간 15분에 걸친 비지니스석 여행은 일단 하나가 마무리 되었다. 솔직히 좀 더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8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정말 후딱 지나가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일반석에 탔더라면 도대체 언제나 도착할까 하며 비행 안내 스크린을 띄워놓고 얼마나 남았는지 내내 찾아 보았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아직 돌아 갈 때 10시간 30분짜리 더 비지니스 여행이 한번 더 남아 있다는 걸 위안 삼기로 했다.

 

 

이탈리아/로마 입국 절차

 

관광 대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래서 매년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로마를 방문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로마 공항(Leonardo da Vinci / Fiumicino Int'l Airport)은 상당한 규모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국제선은 Terminal 3에 대부분 도착하게 되는데 본 건물과 더불어 한켠에 떨어져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터미널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우리는 그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오전 9시. 하루의 시작을 로마 공항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었다. 이 동떨어진 터미널과 메인 터미널 사이에는 모노레일이 서로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정말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보통 비행기에서 내려 arrival 표지판을 따라가게 되면 넓은 하나의 통로를 통해 직관적으로 쭉 이어진 복도를 따라 입국 심사장까지 가게 되지만 로마 공항은 여전히 무언가 공사중인지 아니면 그렇게 디자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구불구불 동선으로 이어져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도 몇번을 타야만 했다. 

 

그리고 그 긴 동선을 따라 마침내 도착한 입국 심사대. 여기서 국적에 따라 심사 방법이 달라진다. 만 14세 이상이고 아래 보이는 국적의 여권을 가진 경우 간단한 automated border/passport control 시스템을 지나게 된다. 물론 비자도 필요없다. 

 

입국 심사대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두 갈레길이 나온다. 거기에 위에 보이는 표지판이 서 있고 해당 국적의 여권을 가진 사람은 왼편 길로 빠져 보다 신속한 입국 수속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당당히 태극기가 있다는게 자랑스러웠다. Wiki page에 알아 보면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리스트가 있다.

 

이 시스템은 지하철 개찰구 같은 곳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안면인식 카메라를 지나고 나면 심사대에서 여권만 확인하고 바로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입국에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모두 미국 여권이기 때문에 이쪽 줄로 섰지만 막내가 막 통과하려고 할 때 시스템이 패스를 시켜 주지 않았다. 아차, 그때서야 이 시스템은 만 14세 이상만 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막내는 만 13살이었던 것이다. 나도 처음 해 보는 시스템이라 앞서 먼저 해 보느라 이미 통과를 했지만 다행이 와이프가 막내 뒤에 서 있다가 막내는 해당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어 막내와 와이프만 일반 입국 심사대 줄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 다 통과했는데 마지막에 막내만 남아 있었더라면 큰일 날뻔 했다.

 

나와 첫째, 둘째 딸은 이미 입국 심사대를 지나 왔기 때문에 반대쪽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큰 아이에게 $200을 건네 주고 먼저 가서 환전을 하고 짐을 찾아 놓으라고 했다. 환전은 1유로 20장, 나머지는 모두 5유로 바꾸라고 했다. $1 짜리 지폐가 있으니 당연히 1유로짜리 지폐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가 돌아와 설명해 주는데 1유로는 지폐는 없고 동전만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팁을 따로 줄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20년 습관이 무섭다고 어떨 때는 팁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할 때가 있다. 그래서 팁을 위해서 준비하려고 했던 건데 지폐가 아닌 동전으로 팁을 주기엔 조금 망설여졌다. 미국에서 동전 팁은 카페 같은 곳에서 주문하고 거슬러 주는 잔돈을 계산대 옆에 있는 팁을 넣는 통에나 넣지 호텔이나 식당에서 동전으로만 주는 팁은 종종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때 하는 행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의 환전은 환율이 제일 나쁘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 써야 해서 바꾸었고 시내에 나가게 되면 어디서 환전해야 할지 몰라서 공항에서 우선 환전 했는데 막상 다녀 보니 관광지라서 그런지 여기 저기에 환전소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환율도 훨씬 좋았다. $200 환전하니 약 180유로 정도가 되었는데 거의 마지막날 다 쓰게 되어 $20을 추가로 호텔 근처 환전소에서 바꾸었는데 19유로 정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1유로 동전은 화장실 갈 때 필요하다. 잘 알려지다시피 유럽에서 화장실은 유료인 경우가 많다. 이 때 화장실 입구에 돈을 받는 사람이 있다거나 혹은 지하철 자동문처럼 1유로 동전을 넣으면 열리는 형태도 있다. 여행을 다 끝냈을 때 기념 삼아 1유로 동전 하나를 남겨 놓았는데 나중에 살펴 보니 이게 2유로짜리 동전이었다. 그 때서야 비로소 2유로 동전이 있다는 걸 알았다. 1유로 동전이 없어서 비교는 못 했는데 인터넷 검색해 보니 크기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2유로를 1유로라고 생각하고 쓰기 쉬울 것 같았다. 

 

1유로 동전이라고 생각해 기념으로 하나 남겨 두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꺼내 보니 2유로 동전이었다. 이걸 여행 다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주의 사항이 소매치기였다. 공항, 특히 Arrival gate 밖으로 나가기 전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몰라서 막내와 와이프 기다리는 동안 첫째, 둘째에게 가서 짐을 찾아 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입국 심사대부터 baggage claim carousel까지 가는 길이 또 만만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로마 입국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 보면 그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이나 따라가는 영상들을 몇개 볼 수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 인천 국제 공항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손에 꼽히는 명품 공항인지를 금방 알게 된다. 

 

긴 기다림을 마치고 막내와 와이프도 입국 심사를 잘 통과했고 두 아이들이 짐도 미리 찾아 챙겨 놓은터라 이제 arrival gate로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로마로의 첫발을 내딛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