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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집 구매 하는 방법 - 하나

by 피터K 2023. 7. 29.

의식주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살아 가다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거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히 아시아쪽 사람들이 더 신경 쓰는 것이 "주", 즉 집이다. 워낙 rent 라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아파트든지 아니면 단독 주택이든지 rent 해서 사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은데 한국 사람들, 중국 사람들, 인도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집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집을 소유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San Jose/CA에 살 때는 워낙 높은 집값때문에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라서 그런지 아저씨들끼리 모이면 거의 집에 관한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Mortgage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일정 비율, 보통 20%의 down payment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어 너무 핫한 동네만 아니라면 몇년 정도 돈을 모아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Austin/TX으로 이사 오던 2018년만 하더라도 이 동네에서 $300,000 - $400,000 만 되어도 지은지 5년도 안 된 2,500sf 이상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을 소유하는 것은 매달 mortgage를 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매번 관리해야 하는 것들부터,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의 재산세 (property tax)도 내야 해서 이래저래 따져 보면 rent해서 사는 것보다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예전에 누가 계산해 놓은 것에 따르면 매년 집값이 2-4%씩 올라야 rent 사는 것보다 더 이득이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자기 집을 가지는 것이 모두의 꿈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짐이 되기도 한다.

 

 

미국으로 나오기 전에 한국에서 작은 아파트 하나를 구입해 본 적이 있는데 워낙 오래 되었고 당시에는 안사람이 모든 걸 다 처리 했기 때문에 그냥 부동산에 가서 이야기 듣고 도장 찍은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그 이후 미국에 와서는 San Jose/CA에서 한번, Austin/TX에서 한번 집을 사 보았고 그 과정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이 있어 미국에서의 집 구매하는 방법을 정리해 볼까 한다. 

 

 

 

집 구매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한국에 있을 때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알아 보는 아파트 단지 내에 부동산 사무실에 가면 그 단지 내에서 매물로 나와 있는 집들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한국을 떠 나오기 전 20년 전에는 그랬었다. 

미국에서도 일단 집을 알아 보려면 어떤 집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2007년 San Jose/CA에서 처음 집을 살 때는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라는 것이 없었고 신문에 매매 리스팅이 올라 왔다. 거기서 집 주소와 위치, 그리고 크기 등을 알 수가 있었다. 몇 년 후 Zillow라는 사이트가 처음 생겨 각 집에 대한 매매 정보, 언제 팔렸는지, 크기, 방/화장실의 갯수 등을 Google Map과 연동해서 볼 수가 있었고, 몇 년 전에는 Redfin이라는 경쟁 회사가 생겨 비슷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각 집이 현재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 볼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전부 찾아 볼 수가 있지만 예전에는, 처음 집을 사려고 했던 2007년에는, 이런 작업을 realtor, 즉 부동산 중계인을 통해서 해결해야만 했다. 집이 새로 매물로 나오는 경우 최근에는 빠르면 한달, 아니면 늦어도 1-2주 전에 집 앞에 "Coming soon" 이란 푯말이 세워지는데 내가 매일 그 동네를 돌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집이 매물로 나올지 혼자 알아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realtor 들은 자기네 네트워크가 있어서 매물로 나올 집들에 대한 정보가 미리 공유되었었다. 곧 매물로 나올 집은 목요일쯤 realtor들의 네트워크에 올라 오고 realtor들만을 위해 미리 preview open house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내 realtor가 미리 집들을 보고 와서 주말에 어떤 어떤 집들을 보러 갈 것인지 전화로 알려 주었다. Realtor들은 일반인들과는 별도의 정보를 얻어 볼 수 있는데다가 한 지역에서 오래 일을 한 경우 서류에 나오는 정보 이외의 것들을 더 알 수 있다. 이렇게 집을 구매하는 과정 하나 하나에 realtor들이 관여를 하게 되므로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내 편에 서 줄 buyer realtor를 구하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사무실의 중계인이 파는 쪽, 사는 쪽 양쪽에서 사실 상 중재/연계해 주는 역할이었다면 미국에서는 파는 쪽 realtor (seller realtor), 그리고 사는 쪽 realtor (buyer realtor)가 따로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파트 단지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집을 찾는 범위는 꽤나 클 수 밖에 없고 내 buyer realtor가 나를 위해서 매물로 나올/나온 집들에 대한 정보, 문제는 없는지 기타 등등을 알아 봐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매매시 중계인에게 사는 쪽, 파는 쪽 각각 일정 금액의 복비, 중계수수료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20년 전일이라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에서 realtor 수수료는 전적으로 파는 쪽에서 전부 다 부담한다. 일반적인 realtor 수수료는 seller realtor에게 집값의 3%, buyer realtor에게 역시 3%이다. 따라서 집을 사는 경우 realtor에게 따로 내야 하는 수수료가 없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의외로 buyer realtor를 선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어떠한 점들에 중요한지는 밑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겠다.

 

일단 buyer realtor가 정해지면 그 다음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down payment를 준비하는 것이다. 집값이라는 것이 한두푼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전액 현금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은행으로부터 담보 대출, 즉 mortgage를 하게 된다. 이 때 보통 집값의 20% 정도를 down payment, 즉 내가 부담하고 나머지 80%에 대해서 mortgage를 받게 된다. 20%라는 기준은 때에 따라서 조금씩 변하지만 이보다 낮게 down payment를 하는 경우 mortgage 회사에서는 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거나 아니면 PMI (Private Mortgage Insurance), 대출에 대해서 보험을 따로 들어야 한다. 따로 보험을 드는 것이므로 총 월 대출 상환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 down payment에 쓸 금액도 적어도 내 통장에 3개월 이상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Mortgage 회사에 대출 신청을 할 경우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에 하나가 바로 down payment가 들어 있는 계좌의 지난 3개월의 statement 이다. 이걸 원하는 이유는 이 돈이 진짜 자기 돈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인데 down payment를 위해서 다른 어딘가에서 혹은 누군가에서 잠깐 빌린 돈이라면 이 사람이 진짜 mortgage를 갚을 능력이 되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을 구매할 의향이 있으면 down payment 할 돈을 미리 준비해 계좌에 3개월 정도 넣어 두어야 한다.

 

어떤, 그리고 얼마의 집을 살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얼마의 mortgage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체로 생각하는 범위가 있을 것이다. 내가 한달에 갚을 수 있는 금액을 대강 예측하면 그 금액을 기준으로 mortgage 대출 원금, 이자, 재산세 등을 계산해 보면 얼마까지 빌릴 수 있을지 계산이 되고 거기에 down payment를 더하게 되면 내가 살 수 있는 집 값의 범위가 정해진다. 그래서 이 정보를 가지고 내 주거래 은행이나 mortgage 전문 은행/Credit Union, 대출 전문 회사에 연락해 pre-approval letter를 받을 수 있다. 이 letter에는 mortgage를 얼마까지 대출해 줄 수 있을지가 적혀 있고 이 letter를 집 구매 의향서 (offer)에 포함시켜 내가 살 수 있는 자격/능력이 된다는 걸 증명하게 된다.

 

일단 여기까지 하면 대체로 집을 살 준비는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더해야 한다. 과연 어느 지역에서 집을 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보통 학군을 기준으로 지역을 정하게 되는데 아이가 없는 경우라면 치안에 좋거나 주변 환경 등등 고려해서 지역을 정한 다음에 집을 보기 시작하면 된다. 차를 타고 10분, 15분만 나가도 학군, 환경 등등이 전부 다 달라지기 때문에 일단 관심 있는 지역을 정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이건 옷 한벌을 사는데 백화점부터 동대문 시장까지 전부 다 살펴 보고 사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리얼터와의 관계, 그리고 그 선정의 중요성

 

집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내 편이 되어 줄 buyer realtor의 선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Buyer realtor의 경우 내가 수수료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에 대해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대신 어떠한 경우라도 내 편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realtor를 고를 때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집을 사고자 하는 동네에 대해서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다. 예를 들어 San Jose 북쪽 Milpitas의 경우 일부 지역은 근처 garbage dump 사이트가 있어 바람 방향에 따라 쓰레기 냄새가 넘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것들은 그 곳에 살아 보지 않았으면 잘 모를 수 있는 정보가 된다. 그 지역에 대해서 많은 매매를 해 본 realtor라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정보이고 그렇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가 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 buyer realtor는 내 편에서 나를 대변해 주어야 한다. 요구 사항이 있거나 알아 보아야 할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 부탁하면 그 정보를 찾아봐 주고 상대편과 협상할 때 내 입장에서 일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 집이 가진 문제점을 찾아 주고 그 문제점이 결정적인 경우 추천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는 사람이 좋다. 집 상태가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하자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있어도 어떤 realtor들은 자꾸만 매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Realtor 입장에서는 매매가 이루어져야 자기에게 수수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나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매매를 성사만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realtor는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통 buyer 입장에서 realtor를 구하는 경우 서로 만나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다음 구두로 buyer realtor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6개월 정도를 기한으로 자기와 독점적으로 buyer realtor 계약을 하는 경우인데 이 때는 같이 일을 하다가 서로 안 맞아서 realtor를 바꾸고 싶어도 계약 내용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구두로 선정하는 경우 특별히 계약서 같은 것을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안 맞는 경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지만 buyer 입장에서 피해야 할 것은 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다른 realtor와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상 도의 상 문제라 어떤 구속력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솔직하지 못하면 나도 솔직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한 사람을 선정해 buyer realtor로 함께 일하기로 하고 몇번 집을 같이 보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분명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지금 집을 사는데 도와 주었던 realtor는 나와 잘 맞아서 충분이 많은 집을 함께 보면서 좋은 점 나쁜 점 솔직히 대화하고 seller 쪽과도 이야기를 잘 해 주어서 지금 좋은 집을 잘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건너 건너 그 realtor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말 그렇게 부실하고 자기에게 집중 안 해 준다고 불평하는 내용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나하고 일을 할 때는 나는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realtor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고려 사항 뿐만이 아니라 정말 나하고 잘 맞는지 몇번 만나보고 판단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Redfin 사이트에서 살펴본 San Jose/Cupertino CA 집값들. 팔려고 나와 있는 집들이다. sqft 당 $1300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지도 우측 위에 녹색으로 둥근 원처럼 나오는 부분이 우주선 모양으로 알려진 Apple의 새 campus이다. (출처: Redfin 사이트 capture)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Austin 북쪽, Avery Ranch 지역 집값들. sqft 당 $250 정도니까 같은 sqrt의 집이라면 San Jose/Cupertino 지역보다 1/5 값이라는 계산이 된다. 이것도 지난 판데믹동안 엄청 오른거다. 2018년 처음 이 동네 왔을 때 2400sf 정도하는 첫번째 크기의 집은 $350,000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출처: Redfin 사이트 ca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