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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집 구매하는 방법 - 둘

by 피터K 2023. 8. 15.

매매로 나와 있는 집 찾기

 

Down payment, pre-approval letter, 사고자 하는 지역, 그리고 그 지역에 대해서 잘 아는 buyer realtor 까지 정해졌으면 이제 준비는 다 된 것이고 그 다음 단계는 집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이런 정보가 올라 오기 전까지는 보통 신문 광고를 통해서 이번 주에 새로 나오는 집들, open house 정보들을 알 수 있었고, realtor가 자기네 네트워크를 통해서 매매로 올라오는 집들의 리스트를 추릴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매주말,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realtor를 만나면 오늘 볼 집들의 리스트와 간단한 정보 (방, 화장실, 크기, 그리고 언제 지어졌는지)를 받아 보고 그 집들을 하나씩 방문해 본다.

지금은 앞서 말한 Zillow / Redfin 같은 사이트를 통해 어떤 집들이 매매로 올라와 있는지, 그리고 사진, 혹은 3D 이미지에 virtual tour 까지 가능해서 예전보다는 좀 더 많은 정보를 미리 알아 볼 수 있다. 그렇게 맘에 드는 집이 나오게 되면 realtor와 같이 방문하게 되는데 새로 나오는 집은 보통 그 주말에 open house, 즉 누구나 방문해서 집을 둘러 볼 수 있게 열어 주는 것을 하며 이 때 시간에 맞추어 realtor와 방문 하면 된다. Open house를 하지 않는 경우, 보통 매매로 나온지 조금 된 집들은 realtor에게 이야기 해 두면 realtor가 seller realtor에게 연락해서 방문 날짜와 시간을 잡게 된다. 

 

San Jose/CA에서는 그 주에 집이 나오면 바로 그 주말에 open house를,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주면 multiple offer가 들어와 바로 바로 팔리지만, Austin/TX에 왔을 때는 보통 2-3주, 혹은 3-4개월 정도 매매로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바로 offer가 들어 오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통 집 주인은 평소에 계속 집에서 살고 있다가 buyer realtor가 방문 약속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추어서 집을 비워 주게 된다. 

 

이렇게 매매로 나와 있는 집은 보통 현관 입구에 아래 보이는 사진처럼 lock box가 달려 있는데 seller realtor에게 미리 lock box의 비밀 번호를 받아 이 안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꺼낼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여는 경우도 있다.

 

Lock box for realtor; 저 박스 안에 집 문 열쇠가 들어 있다.

 

보통 집 주인은 나갈 때 집에 등을 전부 켜 놓고 나가는데 집 안에 보다 환하게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매번 누가 집을 보러 올 때마다 이렇게 한 두시간씩 집을 비워주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seller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긴 하지만 집을 팔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불필요한 것들은 미리 storage에 옮겨 놓거나 garage에 옮겨 놓고 집 안을 간소하게 만들어 놓기도 한다. 아무래도 집이 잘 꾸며져 있으면 보기에도 좋고 인상도 좋은 것처럼 일부에서는 이런 open house용 staging을 하기도 하는데 Austin/TX에서는 매매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별로 보지는 못했고 San Jose/CA에서는 내 짐을 거의 다 빼고 모델 하우스처럼 멋져 보이는 가구를 빌려다가 staging을 했다.

 

Austin/TX에서 집을 볼 때 평일 오후에만 시간이 된다고 해서 저녁 6시쯤 방문 한 적이 있었는데 급하게 나가느라 그랬는지 층계참에 벗어둔 잠옷이며, 어떤 방 바닥에서는 남자 속옷까지도 굴러다는 것을 보았다. 이런 집이라면 아무리 잘 꾸며져 있고 floor plan들이 맘에 들어도 집에 대한 인상이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정리가 안 되어 있다는 말은 집도 그렇게 잘 관리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집은 집에 대한 inspection report를 보았을 때 누수가 있는 부분들, 망가져서 수리가 필요한 부분들이 여러 군데가 지적되어 있었다. 

 

살고 있으면서 집을 파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집 주인이 벌써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갔거나 혹은 rent를 주고 있던 집에 tenant가 이사를 나가고 파는 경우도 있어 집을 방문해 보면 정말 싹 비워진 빈집인 경우도 있다. 이게 느낌 상으로 참 다른데 텅 빈 집보다는 가구가 있는 집이 훨씬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진다. 같은 크기의 방이라도 의외로 가구가 있는 방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크기의 느낌을 상대적으로 느껴 크기를 비교할 대상이 있는 것이 더 큰 공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달이 지평선 가까지 떠 있을 때 훨씬 크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한데 지평선 가까이 있을 경우 주변에 건물들이 있어서 그 크기가 가늠되지만 밤하늘 한복판에 떠 있으면 크기를 비교할 것이 주변에 없어 작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미 이사를 나가거나 혹은 rent 주던 집이 매물로 나왔을 경우, 이렇게 텅 빈 상태의 집을 보게 된다. (Captured from Redfin site)
아직 살고 있는 상태에서 집을 내어 놓은 경우 살던 모습 그대로를 보게 되거나 혹은 San Jose/CA에서는 일부러 staging을 해서 모델하우스처럼 좀 더 멋지게 만들어 둔다. (Captured from Redfin site)

 

소위 사진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걸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게 이 사이트에서 보는 사진과 직접 가서 보았을 때이다.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는 정말 크고 멋진 모습이었지만 막상 가서 보면 생각보다 작은데다가 어두운 집들도 참 많았다. 그래서 사진으로 볼 때 너무 너무 끌렸던 집이었지만 막상 가서 둘러 보니 실망한 집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사진을 찍으면,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좀 더 길이가 길게 보이는 렌즈를 써서 여기서 저기까지의 길이가 상당이 길어 보이는데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찍은 같은 장소 사진을 보면 그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직접 사진으로 보는데도 상상력과 현실 인식을 잘 해야 한다. 

 

사진을 찍으면 보통 좌우는 짧게 앞뒤로는 길게 보이도록 찍는다. 그래서 훨씬 커 보인다. (Captured from Redfin site)
그런데 똑같은 장소를 다른 앵글로 찍으면 실제 크기를 좀 더 잘 가늠할 수 있다. 위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island 가 윗 사진 보다는 작게 보여 지고 그 뒷편 dining room까지의 거리가 윗 사진보다는 가깝게 보인다. (Captured from Redfin site)

 

 

 

선호하는 집들

 

사람들마다 선호도가 있기 마련이라 좋아하는 집이 다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집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역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는데 햇살이 좋은 CA에서는 햇살이 잘 드는 쪽이 선호되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운 TX에서는 햇살이 잘 드는게 아니라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잘 드리워지는 집이 선호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지역마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지역에서, 특히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와서 집을 보는 경우 realtor와 가급적 여러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 지역에는 어떤 집들이 많은지 각 집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realtor는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거나 첫 집을 알아 보는 사람의 경우 먼저 집을 사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한달 정도는 매주 나와 있는 집들만 보러 다니면서 감을 익히게 하고 각 집들의 장단점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그 지역 집에 익숙해지도록 도와 준다. 

 

San Jose/CA에서 처음 집을 보러 다닐 때 조금은 낡은 집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부엌에서 안사람과 이런 저런 부분들을 고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기왕 할 거면 조금은 좋은 것으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realtor가 조언하기를 내부를 고치는 것도 집 가치에 따라 정해야 한다며 집 자체의 가치와 이 동네 대부분의 집들이 1M 정도 되는데 부엌에만 그 가치 이상의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 봐야 나중에 이 집을 사려는 사람은 그 정도가 가치에 맞는 것을 찾게 되지 더 비싼 돈을 들여 좋은 것이 있어봐야 그만큼 가치를 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게 맞는 말이다.

 

항상 미국에서는 "보통/일반적" 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여기서도 "보통/일반적으로" 이런 집들이 좋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는 힘들고 게다가 집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개인적이라 더더욱 그렇지만 그래도 몇가지를 언급해 보자면;

 

골목집 : 흔히 길 이름이 court / cove / place로 되어 있으면 이런 집들은 cul-de-sac 이라고 해서 다른 곳으로 연결되지 않고 한쪽만 다른 길로 연결된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집들이 된다. 이런 집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 골목에는 다른 차는 다니지 않고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만 다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그 골목은 그 골목 위의 집들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좀 더 private하고 안전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큰 길에서 떨어진 집 : 한국에서는 역세권이라고 해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지하철 역이 있는 곳이 선호되는데 이건 순전히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편해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중 교통이란 것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보니 거의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역세권이란 말은 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이 큰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은데 이건 누구나 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소음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만일 backyard가 큰 길에 접해 있는 경우라면 backyard에 나가자마자 거의 하루 종일 차 다니는 소음에 시달릴 수 있다. 게다가 큰 길에 가까울 수록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그 앞길을 다 사용하기 때문에 집 앞으로 다는 차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주하는 집의 경우 큰 길에서 먼 안쪽집이 나은 편이다.

 

남향 혹은 서향 : 이건 선호라기 보다는 비선호에 가까운데 한국식 생각으로 다들 햇살이 잘 드는 남향집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남향이라는 것이 한국 아파트를 기준으로는 거실이 바라 보는 방향인데 미국의 집은 그런 기준을 찾기가 어렵다. 많은 경우 현관이 있는 곳 바로 옆에 일반 거실이 있게 마련이고 그 옆에 부엌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family room이라고 해서 안쪽에 또 다른 거실이 있는데 이건 앞선 일반적인 거실과는 반대 방향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주로 생활하는 쪽은 family room이 되는데 이 때도 CA에서는 남향이 좋을수도 있지만 의외로 오후에 들면 햇살이 서쪽에서 든다. 그러다 보니 남향이라도 햇살이 적게 들수도 있다. 반면에 오후 햇살이 길면 여름 오후에는 내내 햇살이 들어 집이 엄청 더워지기도 한다. San Jose/CA에 살 때 거실과 부엌이 서향이었는데 front yard에  꽤 큰 나무가 있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살아 보니 이 나무 때문에 거실, 부엌에 오후 그늘이 생기고 그게 집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어 주었다. 

 

T자형 골목에 자리한 집 : 풍수라는 것이 미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게 아니지만 동양인, 그것도 중국계 인구가 엄청난 San Jose/CA 특히 Cupertino 지역의 경우 이 풍수를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T자형 골목에 자리 잡은 집인데 이 경우 집 앞으로 쭉 뻗은 길을 통해서 기가 빠져 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집은 동양인들만 피하는게 아니라 서양인들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보다 현실적인데 집 앞 뻗은 길에서 밤에 차가 오는 경우 헤드라이트 불빛이 정면으로 집 안으로 들어 오기도 하고 garage에서 차를 뺄 때에도 세 방향에서 오는 차를 모두 살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데 이런 집은 다른 집에 비해서 조금 싼 편이다. 

 

집안 구조가 특이한 집 : 한국 아파트의 경우 평수에 따라 거의 대부분 layout이 정해져 있어 집의 특징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브랜드, 즉 어느 건설사가 지었는지 그리고 그 건설사에서 만든 아파트 브랜드 이름이 중요해졌다고 Youtube에서 어느 건축한 교수님이 설명하기도 했다. 내부가 똑같으니 뭔가 남들과 달랐으면 하는데 그게 브랜드 이름이라는 거다. 그런데 미국에서 집을 보다 보면 단독 주택 지역의 경우 같은 layout을 가진 집이 흔하지 않고 layout이 같아도 뭔가 조금씩 다른 점들이 있다. 그래도 일단 집은 사각형 모양을 지니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방, 거실, family room 들의 위치가 정해진다. 그런데 정말 어쩌다가 골목 코너에 집이 들어 온다거나 아니면 cul-de-sac의 끝부분에서 짜투리 땅에 집을 지은 것 같은 모양의 경우 집이 사각형이 아니라 묘하게 각이 진 layout이 나오는데 이러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때 복도가 꾸불꾸불해지기도 한다. 다른 특이한 집은 in-law floorplan이라고 한 집에 마치 두 집을 넣은 것 같은 집이 있다. 말 그대로 처가/친가 식구가 함께 사는 구조를 가진 것인데 일반 집 구조 한편에 따로 안방과 작은 거실, 부엌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어떤 경우는 옆으로 출입구가 따로 있기도 하다. 다만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문이 하나 따로 있어 왕래가 가능하긴 하다. 이럴 때는 그 쪽에 세를 주기도 한다. 이런 저런 집들을 보러 다니면서 이런 구조의 집을 두채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정말 이런 상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구조이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필요한 구조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집을 팔 때도 쉽게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하게 된다. 

 

 

이렇게 집들을 알아 보고 돌아 보면서 맘에 드는 집이 생기면 이제 이 집을 구매하겠다는 구매 의향서(offer)를 제출하는 과정으로 넘어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