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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의료 기관 방문 하기 - 하나

by 피터K 2023. 4. 10.

"속이 조금 매스껍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며 종종 어께가 욱씬욱씬 쑤십니다."

병원에 갔을 때 이렇게 의사에게 이야기 하고 싶지만 파란 눈동자의 백인 의사를 보고 있노라면 먼저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20년차 미국 생활에서 다른 건 다 익숙해지고 편한데 병원 가는 건 여전히 불편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엉망 그 차체인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다. 몸이 아파서, 혹은 감기에 걸려서 의사를 보러 가려면 "예약"이란 건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떨 때는 그 예약이 2-3일 후에나 잡힐 수 있다. 그 사이 감기약 사 먹으면 다 나을 시간이다. 말하자면 그런 간단한 것들은 의사 볼 필요가 없다는 뜻과 같다. 아마 그래서 소위 CVS, Walgreen 같은 drug store가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 감기 같은 거라면 간단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기인 줄 알았는데 항생제가 필요한 다른 질병인 경우, 아니면 이게 심해서 폐렴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예약을 하고 의사를 찾아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미국 의료계의 현실이다.

 

 

여기서 구구절절이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봐야 불평불만만 쌓일 것 같으니 이런 불만들은 나중에 에피소드 형식으로 토로하기로 하고 그래도 미국에서 살려면 피해 갈 수 없으니 이해나 제대로 해 보자. 하지만 지금 정리하는 내용은 그동안 살면서 경험적으로 쌓은 것들이라 혹시라도 100%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먼저 밝혀 둔다. 

 

우선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면 의료 보험부터 이해해야 한다.

 

 

미국 의료 보험

 

국가가 관리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보험"이다. 자동차 보험, 생명 보험, 화재 보험등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다가 사건, 사고가 났을 경우 그 문제를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험의 역할이다. 미국에서의 의료 "보험"은 바로 그런 "보험"이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간단한 기스나 찌그러진 것은 종종 보험을 통하지 않거나 자기 부담금 내에서 해결하고 사람이 다치거나 크게 파손 되었을 때 도움을 받는 것처럼 가볍게 아파서 진료를 받는 경우는 내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정말 중병에 걸렸을 경우 의료보험에서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보험/생명 보험/화재 보험 등 기타 다른 보험들이 여러 상품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처럼 의료 보험도 여러 상품으로 갈라지는데 크게 다음의 세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HMO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쉽게 생각하자면 주치의를 정하고 그 사람을 우선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가정의학과나 내과 의사를 정하게 되는데 외상이 있는 경우라도 우선 이 의사를 먼저 만나 referral을 받아야 외상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대신 여러 의료보험 중에 내가 부담하는 비용이 가장 낮았던 걸로 기억한다. 

 

PPO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주치의를 정해서 먼저 만나야 하는 HMO와는 달리 아무 전문의나 찾아가 만날 수 있다. 대신 내가 부담하는 비용이 조금 있는데 한번 방문 할 때마다 $20 정도의 copay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전문의를 찾아 가는데 제한 조건이 없으니 HMO와 PPO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대체로 PPO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HSA (Health Saving Account)

위의 두 보험 형태는 2010년 전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었다. 2010년 정도부터는 의료비가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보험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high deductable HSA (Health Saving Account)였다.

방식은 PPO와 비슷했지만 high deductable이란 문구가 들어가는 것처럼 내가 부담하는 비용 (deductable)이 상당히 높은 반면 전체 의료보험 비용은 낮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가급적 HSA 보험으로 옮겨 가기를 바랬는데 이는 회사도 부담하는 의료보험 비용이 HMO나 PPO를 지원하는 것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HSA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의료 보험에 관련던 용어들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 

 

그 이외에 종합병원처럼 병원 그룹이 있는데 그 병원 그룹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도 있다. 이 경우 그 병원, 그 병원 소속 의사만 만나야 하는 제약이 있기도 하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종류 중 하나가 CA에 거주할 때만 선택할 수 있는 Kaiser Permanente 라는 것이 있다. San Jose 지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큰 병원인데 이 병원 그룹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다.

 

 

의료 보험 관련 용어들

 

Insurance allowance / Eligible expense 

쉽게 번역하자면 의료수가 정도가 될 것 같다. 의사를 방문하거나 치료를 받게 되면 병원에서 의료비용을 청구하게 되는데 이게 순전히 의사/병원 마음이다. 예를 들어 피검사를 하나는 하고 나서 $300 정도는 우습게 청구하는 것이다. 의료보험 회사는 이렇게 청구하는 그 금액 전부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피검사는 얼마의 비용으로 처리하는지 내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병원이 $300 청구하더라도 보험회사에서는 정해진 금액, 예를 들어 $30 정도만 인정하는 것이다. $300 청구 했는데 $30만 인정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당초 병원에서 엄청나게 부풀린 금액으로 청구하고 보험회사에서 이것 밖에 인정 안하면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얼마를 청구하든지 실제 발생하는 의료비 금액은 이 인정되는 금액, 의료수가 만큼이 실제 의료비가 된다.

 

의사를 만나 검사를 받았을 때 병원에서는 $225를 청구하고 의료보험에서 수가로 $31.93만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청구 내용은 preventive care의 일부여서 보험이 전부 부담했다.

 

 

Deductable

의료수가만큼 반영되어 실제 의료비가 정해지면 이 중에 얼마만큼이 내 부담인지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PPO의 경우 실제 의료비가 얼마이든지 일단 copay로 $30 정도를 내는 걸로 끝났는데 high deductable HSA의 경우 일단 그 금액 전부가 나에게 청구된다. 이렇게 의료비용을 내가 내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료보험이냐고 할 수 있는데 이 deductable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HSA 보험의 경우 family 전체 $3000인데 이 금액은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사를 만나서 의료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3000까지는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 $3000이 넘으면 그 때부터 의료보험이 지급을 시작한다. 이 때부터는 발생하는 의료 비용의 10%만 내가 부담하고 나머지 90%는 보험에서 내 준다. 

 

내 의료보험 어카운트에 들어가 보면 지금까지 얼마만큼 의료비를 썼는지 볼 수 있다.

 

다만 몇가지 예외가 존재하는데 preventive care라고 해서 정기 건강 검진을 받거나, 예방주사들, 50세가 넘어가면 대장 내시경, 유방암 검사, 당뇨가 의심되는 경우 이에 필요한 당뇨 검사 기계 등은 100% 보험에서 지원해 준다.  

 

대장 내시경 후 의료비 청구 내역. 50세가 넘어 preventive care로 검사 받을 수 있어 전체 금액을 보험에서 커버해 주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대장 내시경 비용으로 병원에서 처음에 청구한 금액이 $9225이란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아직 놀랄 일이 아니다.

 

Max out-of-pocket

Deductable 후에 모든 의료 비용에 대해서 10%를 계속 내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큰 검사/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10%라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무척 클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부담해야하는 총액이 정해져 있다. Deductable까지 $3000을 다 사용하고 그 이후에 의사를 만나거나 검사/치료를 받아 10%씩 내야 하는 금액이 누적되어 $6000이 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전액 보험에서 지급한다. 이를 max out-of-pocket, 즉 내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의료비의 최대 금액이라고 한다. 

 

In-network / out-network

어떤 병원/의사를 처음 방문하는 경우 어떤 보험을 가지고 있는지 반드시 물어 본다. 먼저 이 사람이 의료보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미국에서 3천만명 정도가 의료보험이 없으며 전체 인구의 9% 정도라고 한다) 두번째는 자기네가 그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는지 확인 하는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의 의료보험은 일단 기업이 운영하는 사기업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 한국의 자동차 보험과 비교하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보험은 각 보험사마다 보장하는 내용도 범위도, 그리고 납부하는 보험료도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의 의료보험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각 병원은 그 보험 중에 어느 회사 어느 보험을 받을지 가입할 수가 있다. 가입을 하면 그 보험 회사에서 정한 보험수가를 따라야 한다. 이렇게 그 보험을 받으면 in-network, 그렇지 않으면 out-network이라고 한다. 그래서 종종 어떤 병원에 예약을 하려고 연락하면 자기네는 그 보험을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도 생긴다.

In-network은 당연히 그 보험사의 보험 수가를 따르지만 out-network인 경우면 이런 보험 수가를 따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내 보험사가 무조건 이 의료 내역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만일 out-network인 병원/의사를 만난 경우라도 내 보험사에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커버 내용이 in-network 만큼은 아니다. 

앞서 예시로 올려둔 내역을 보면 거기에 "In-Network"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만일 대장 내시경의 경우 in-network이 아닌 곳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내가 받게 될 의료비 청구서는 $9225 전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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