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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아이들 학교 - 여섯

by 피터K 2023. 1. 30.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건 80년대 후반이라 벌써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요즈음 한국에서의 중고등학교는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중고등학교 모습은 어떤지 서로 비교하는 건 불가능 한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아이들이 미국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을 보면 저 정도면 학교 다니는게 즐겁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작년 이맘 때쯤 쓴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중고등학교, 특히 고등학교의 추억이라는 건 딱 하나, 선생님께 맨날 맞으면서 다녔다는 것 뿐이다. 좋게 포장하자면 교권이 제대로 서 있었고 교련이라는 준군사훈련까지 있어 어렴풋이 총검술까지 기억이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면 몽둥이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추억 뿐이라 그 고등학교 3년이 즐거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 후, 그리고 대학을 다 마치고 취업을 해서 그 졸업한 고등학교 바로 옆에서 살면서도 한번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의 중고등학교 생활 모습을 보면 부러울 뿐이다. 

나도 저런 환경이었으면 좀 더 좋은 추억이 있지 않았을까.

 

 

School Bus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아무리 멀어도 걷거나 버스, 혹은 지하철 한정거장을 타고 다녔다. San Jose/CA에 있을 때에는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대부분 아이들을 차에 태워 drop off zone에 내려 주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아이들이 노란색 school bus를 타고 다니는 걸 많이 볼 수 있지만 San Jose/CA에서는 이 school bus를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다 field trip을 가는 경우 school district에서 한 두대가 오긴 했지만 그 이외에는 한번도 못 봤다. 

반면에 Austin/TX에 오니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어진 이유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school bus가 보였다. 그리고 이건 신청만 하면 무료로 언제든지 탈 수 있다. 한동안은 school bus가 익숙하지 않아 아침마다 학교에 차로 데려다 주었지만 노란색 school bus를 꼭 타고 싶어했던 둘째를 시작으로 이제는 막내까지 아침마다 school bus를 타고 학교에 간다.

 

다행이 학교 school bus가 서는 곳이 바로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멀리 나갈 필요는 없었는데 처음 몇번은 아이가 school bus에 타는 것이 걱정되어 타는 곳까지 같이 나갔었지만 지금은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하고 아이들이 혼자 집을 나서 school bus를 타러 나간다.

 

둘째가 처음 중학교 school bus를 탔던 2019년에는 막 school bus tag 시스템이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school bus를 타겠다고 신청을 하면 신분증 뱃지 같은 tag를 발급해 준다. 그리고 school bus를 탈 때마다 이 tag를 찍게 되어 있는데 school district에 등록을 하면 아이가 tag를 찍을 때마다 문자 메세지를 받아 볼 수 있다. 

 

School bus를 탄다고 신청을 하고 나서 school bus를 타지 않는 경우에는 따로 연락이 오지는 않는다. 종종 늦어서 버스를 놓치거나 다른 이유로 안 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School bus 운전자는 각 stop 마다 누가 타야 하는지 다 기억도 못할 뿐더러 여전히 school bus service는 선택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탔을 때 tag를 통해 탄 것만 확인하는 것이다. 

 

어쩌다 한번쯤 아이가 늦게 나가 school bus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차로 데려다 주어야 한다. 학교가 끝나고 하교 할 때도 school bus를 탈지 아니면 부모가 데리러 갈지도 선택 사항이라 막내의 경우 바로 다른 곳에서  after school activity가 있어 매일 데리러 가고, 둘째는 집에 올 때도 school bus를 타고 온다. 오늘처럼 수업 다 끝나고 친구와 프로젝트 이야기 하느라 혹은 다른 이유로 늦어서 school bus를 놓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데리러 가야 하지만.

 

등교할 때 school bus를 타는 건 비교적 쉽다. 정해진 stop에서 기다리다가 정해진 시간에 school bus가 오면 타고 종점은 학교이니까 말이다. 반면에 하교할 때는 학교에서 출발해 집 근처 stop에서 내려야 하는데 school bus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다니긴 하지만 구불구불한 동네길을 다니다 보니 막내의 경우 어디서 내려야 할지 잘 못 찾겠다고 했다. 언젠가 종종 하교 할 때 school bus를 탔던 둘째에게 물어 봤더니 등교할 때 같이 타는 친구들을 눈치껏 보고 있다가 그 친구들이 내릴 때 같이 내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좀 길치이긴 한가 보다.

 

아이들이 school bus를 타고 등하교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아침에 일이 하나 줄었다. 사실 아침마다 학교 데려다 주고 돌아 오는 것도 일인데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말 별의별 일들이 school bus에서 일어나곤 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단다. 아이들에게 학교 가는 동안 school bus에서 친구들도 만들거나 만나냐고 물었더니 차에 타자마다 다들 자기네들 핸드폰만 쳐다 본단다. 시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등교하는 둘째. 고등학생들 덩치만 보면 그냥 대학생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막내 중학교 첫 등교날. 처음 중학교 가는 날이라 그런지 중학교 처음 보내는 부모들이 전부 나와 첫 등교하는 아이들 사진도 찍어 주고 했다. 물론 지금은 아침 등교할 때보면 부모는 아무도 없고 애들만 있다. 모양, 색깔이 전부 똑같은 school bus는 bus에 쓰인 숫자로 구별한다. 사진에 보이는 1955번 bus를 타고 학교에 가고 학교에서 같은 번호 bus를 타면 집까지 온다.

  

 

Cafeteria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고등학생들이 점심 시간에 학교 cafeteria에서 정말 근사한 점심을 먹는다. 요즈음 한국의 급식도 만만하지 않게 잘 나오는 걸로 알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트레이에 먹고 싶은 것 하나씩 골라 먹는 것을 보고 이 정도면 정말 일반 부페 못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사실 드라마와 영화가 현실을 다 망쳐 놓고 있는거다.

 

큰 아이 때부터 그랬지만 고등학생 둘째, 중학생 막내는 매일 점심을 집에서 싸 가지고 간다. 물론 학교에 cafeteria가 있긴 하다. 그런데 아이들 이야기 들어 보면 대부분 피자나 파스타가 주를 이루고 있고 골라 먹기 보다는 그날 식단을 그냥 먹는다고 한다. 제공 되는 방식도 약간 기내식 같이 외부에서 다 만들어 온 다음에 학교 cafeteria에서 데운 후 제공하는 형태로 알고 있다. 게다가 워낙 많은 아이들이 학교 cafeteria에서 점심을 먹다 보니 줄 서서 기다려 점심을 받아 오면 남은 점심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애들이 학교 점심보다는 엄마가 싸 주는 도시락이 훨씬 더 맛있고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점심 시간이 여유있다고 한다.

 

큰 아이는 고등학생 때 주로 학교 cafeteria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건 순전히 그 새벽부터 세 아이의 도시락 싸는게 너무나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거의 매일 피자 한조각을 먹었다는데 San Jose/CA에 있을 때는 아이들 다 챙기느라 일일이 cafeteria 메뉴를 찾아 보지는 않았다.

 

Austin/TX 오고 나서 여기는 어떨까 싶어 학교 cafeteria 메뉴를 찾아 보기도 했고 몇번은 아이들에게 cafeteria 메뉴를 먹으라고 해 보기도 했다. chool district 홈페이지에 가면 학교 별로 매일 어떤 것들이 제공되는지 찾아 볼 수 있다. (Austin/TX, 지금 사는 동네 Round Rock ISD cafeteria 메뉴 페이지: https://roundrockisd.nutrislice.com/menu/)

 

메뉴 종류가 다양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nugget/sandwitch 등이 반복되고 제공되고 피자는 거의 메일 제공되는 것 같다. 이 전부를 다 먹는 것이 아니라 각 카테고리 별로 하나씩 골라 먹는 것이다. 

 

학교에서 점심을 사 먹기 위해서는 미리 지정된 홈페이지에 가서 어카운트를 만들고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몇학년인지 등의 정보로 아이를 등록한 필요한 만큼의 fund를 그 아이 앞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렇게 fund가 적립된 어카운트를 만들고 나면 학교 cafeteria를 이용할 수 있다.

 

COVID 이전에는 학생들마다 pin number가 있어서 cafeteria에 가서 number pad 기계에 자신의 pin number를 치면 화면에 아이 얼굴이 뜨고 조리사가 아이의 사진를 확인하고 음식을 내어 주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들마다 회사 출입증처럼 생긴  student card가 발급되었고 이걸 이용해 school bus도 타지만 cafeteria를 이용할 수 있는 걸로 안다. 아마 pin number는 아직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이기 때문에 점심 값은 제공되는 양에 비해서는 상당히 싼 편이다. 위 메뉴등 중에 메인 메뉴, 과일, 그리고 야채 등을 포함해 3-5개 정도의 plate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끼에 중고등학생은 $3.05, 초등학생은 $2.80이다. 그나마도 저소득층의 경우 신청서를 제출하면 reduced price된 가격인 $0.40로 먹을 수 있다. 

 

점심 식사 내용을 생각하면 저 가격에 도저히 제공될 수 없는 것이니까 아마도 school district fund가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교 cafeteria에서 점심을 사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수가 상당한 것 같다. COVID 때문에 갑자기 online class로 바뀌었을 때 가장 먼저 온 안내 중에 하나가 점심 식사는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맞벌이가 많은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되면 점심을 굶을 수 있기 때문인데 모든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거점 학교를 정해 두고 아침 언제까지 오면 그날 점심 식사를 받아 갈 수 있었다. 2021년 가을학기부터 학교로 아이들이 되돌아 가기 시작했을 때도 한동안 무료 점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없는 걸로 안다.

 

 

거대한 학교

 

학교 캠퍼스는 교실들이 있는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 체육관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San Jose/CA에 있을 때는 거의 대부분 단층 건물에 건물들이 띄엄띄엄 있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Austin/TX에 오니 모든 것들이 한 건물이 있다보니 학교 건물이 정말 거대하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처음 Austin/TX으로 이사와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았던 때, 집을 보러 다니 길가에 거대한 건물이 있는 것을 보고 저건 대체 무슨 건물일까 궁금해 했었다. 더군다가 그 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서로 나란히 붙은 곳이라 더 더욱 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미식 축구가 가능한 운동장을 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복도가 서로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고, 특히 막내가 다니는 중학교의 경우 비탈길에 건물이 있어 종종 층과 층이 어긋나 있기도 하다. 막내가 첫날 학교 내에서 길을 잃었다는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좌측 아래는 초등학교, 우측 위는 중학교, 그리고 우측엔 고등학교. 각 학교가 여러 건물처럼 보이지만 다 하나의 건물로 되어 있다. 가운데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보인다. 경기장 주변 회색 부분은 전부 다 주차장. 위쪽 개인 주택들이 함께 보이니 어느 정도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Source: Captured in Google Map)

 

 

전학 과정

 

20년 가까이 미국에 살면서 이사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학할 기회는 그동안 딱 두번 있었다. 

한번은 San Jose/CA에 살 때 아파트 살다가 집을 처음 사서 옮겨 갈 때 초등학교 학군이 바뀌어서 전학을 한 적이 있었다. 과정은 간단했다. 새로 옮기는 집이 내가 사는 집이라는 증명 (집 타이틀 등등) 서류를 가지고 새로 옮겨 가는 학교 사무실에 가서 전학 신청을 하면 된다. 그리고 전에 다니던 학교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 주면 학교 사무실에서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해 준다. 

두번째는 San Jose/CA에서 Austin/TX로 옮겨 올 때는 전혀 다른 주로 옮겨가는 것이라 더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간단했다. 새로 옮겨가는 학교에 가서 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군 주소지에 산다는 증명 서류들과 이전 학교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 주면 자기네들이 이전 학교에 연락해서 모든 필요한 서류를 받는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성적, 출석 현황 등등의 정보를 받아 온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전학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한국에서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교무실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만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각 교실에 선생님들이 책상이 있고 교무실이라는 것은 따로 없었다. 중고등학교에는 각 과목 담당 선생님들이 한 교실에 할당이 되어 있으니 그 교실이 그 선생님의 사무실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 사무실을 찾아 가면 사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만 몇분 계시고 그 뒤쪽으로 교장/교감 선생님, 혹은 상담 선생님 들의 자리만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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