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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새 수필

이민자 가정

by 피터K 2023. 3. 23.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유튜브의 여러 영상들 중 역사에 관한 내용/방송 프로그램을 즐겨 보게 된다. 그러던 중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tvN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고 그 시리즈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서 종종 찾아 보게 되는데 오늘 어쩌다가 "JFK",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그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알고리듬을 통해 추천 리스트에 올라왔다.

 

 

 

지난 한달 동안 한국에서 장인, 장모님께서 방문하셨는데 두 분 다 연세가 80에 가까우신데다가 요즈음 국내선이란게 믿을 수가 없는지라 일단 직항이 있는 DFW(Dallas-Fort Worth)/TX로 오시라고 했고 직접 올라가 Austin까지 두 분을 모시고 내려 왔다. 가는 날도 역시 DFW에서 출발하시는데 토요일 12시 30분 출발편이라 당일 아침에 올라가기엔 너무 힘이 들고 해서 전날인 금요일에 Dallas로 올라가 하루 Dallas 구경하고 하루 호텔에서 잔 다음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TX로 이사오고 나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정말 볼 거리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딱히 끌리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한번은 Dallas에서 방문해 볼만한 곳이 Reunion Tower와 거기서 5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JFK가 암살 당한 장소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Dallas 올라 갔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거기까지 찾아가 보았다. 이전에 갔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가 보고 알게 된 사실은 그 도로 위 두 군데에 X 마크가 있었고 그 곳이 JFK가 총을 맞은 장소라고 한다. 

 

JFK가 암살된 곳. 대통령 리무진이 지금 차들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내려 가고 있었고 우측 건물 6층, 맨 오른쪽 창문에서 오스왈드가 저격을 했다. 길가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부근에서 첫번째 총알이 JFK의 목을 관통했다. (출처: Google Map Street View)

 

 

그렇게 며칠 전에 그 장소를 다녀 와서 그런지 JFK 그리고 그 집안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유튜브 알고리듬에 떴을 때 조금은 신기한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대강 JFK의 가족 이야기, JFK 본인 뿐만이 아니라 비행기 사고로 죽은 첫째, 그리고 JFK가 대통령일 때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동생 로버트 케네디, 그리고 그의 암살. 상원 의원을 지내던 막내의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자동차 사고와 동승했던 불륜이 의심되는 비서의 죽음 등, 생각해 보면 이미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김봉중 교수님의 재치 있는 설명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과 패널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바로 이민자 가정의 신화, 아메리카 드림의 본보기"

"아 진짜요"

(자막에 "이민자 가정이었어?")

"케네디 가문의 시작은 미국이 아닙니다. 바로 아일랜드 입니다."

"오~ 이민자 가정이에요?"

 

이걸 듣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 미국에 사는 사람 중에 이민자 가정이 아닌 집이 어디 있긴 한걸까?

무지일까 아니면 당연히 미국은 백인의 나라라는 선입관 때문일까?

중학교 수업 숙제 중에 자기 조상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곳은 무엇으로 유명한지 알아 오는 숙제가 있는데도 말이다.

 

 

 

언젠가 둘째의 친구들이 동네 파크에 모여 놀게 된 날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나왔던 다른 부모들을 만나게 되었고 벤치에 앉아 아이들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은 모두 백인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엄마가 자기 어머니가 브라질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Houston에 사는 자기 엄마 집에 가면 브라질에서 가져온 여러가지 장식물들이 있고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브라질도 방문해 보았다고 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 엄마가 브라질 ancestor가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해 봤고, 외형으로만 보았을 때는 전형적인 백인이라 역시 유럽쪽 계통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물어 봤다, 어디서 왔냐고 누가 물으면 브라질에서 왔다고 말하냐고. 당연이 그 엄마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CA에서 왔다고 하면 꼭 열명에 두세명은 그럼 그 전에는 아시아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본다고. 다같은 이민자의 자손이면서 외모가 아시아계라서 그런 사람들이 꼭 있더라라고 이야기를 해 주니, 그 엄마가 오~ 그렇겠네, 그건 생각 못해 봤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부모님과 함께 Dallas에 올라 갔을 때 Reunion Tower 전망대에서 거기 직원이 나와 부모님을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난 Austin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니 원래 어디서 왔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그래서 조금은 짜증이 나서 한번 더 Austin에서 왔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같은 질문으로 묻길래 그래 나 한국에서 왔다라고 대답했더니 대뜸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는 씨익 웃었다.

 

"안녕하세요"

 

유창하거나 100% 정확하지는 않았어도 비슷하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Bye, have a good day 그리고 멀리 사라졌다. 그 사람은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로 인사를 하고 싶어서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집요하게 물었던 것이고 그리고 친근함의 표시로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이미 이민 2-3세대여서 한국말을 전혀 사용하지도, 알아 듣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계속해서 원래 어디서 왔냐고 물었으면 그래도 한국에서 왔다고 말해야 할까? 둘째 친구의 엄마도 이런 질문에 브라질이라고 대답을 할까? 아니면 아애 그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을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예전에는 무덤덤했는데 최근 들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이민온 1세대 이민자이지만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한국은 그냥 놀러 가 본 엄마, 아빠의 고향일 뿐인데 여전히 이방인 같은 이민자로 취급 당할까 조금은 염려 되기 때문이다. JFK도 누가 그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메사추세츠라고 대답하지 아일랜드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한국계인 것이 부끄럽거나 한국 사람이라는게 창피한 것은 아니다. 아니 종종 자랑스럽다. 불과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어릴 때 끼니를 걱정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인정을 해 주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백인들은 모두 미국인이라고 칭하면서 한국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처럼 아시안은 외모로 이렇게 구분 짓는 것이 차별이나 선입관으로 어지지 않기를 바래 본다. 

 

 

"바로 이민자 가정의 신화, 아메리카 드림의 본보기"

"그렇죠 다들 이민가 가정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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