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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새 수필

잘 나가는 두 회사의 양말 신기

by 피터K 2023. 2. 18.

San Jose/CA에 살 때 주변 지인들 중에 Google/Facebook/LinkedIn에 다니던 분들이 있어 종종 그 회사에 점심 먹으러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워낙 그 회사들이 직원들 점심을 풍성하게 그리고 무료로 주기로 유명했고 이렇게 외부에서 친구를 초대해 같이 점심을 먹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점심 뿐만이 아니라 저녁도 무료로 준다.

 

회사에 미끄럼틀이 있다거나 휴게실에 당구대/탁구대, 혹은 오락기 시설이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던 적이 있었고 워낙 경직된 한국 회사 문화와는 정말 달라서 뉴스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소개 되기도 했다. 8시간, 아니 야근을 해야 하는게 일반적인 분위기이고, 자리에 없다는 건 곧 일 안 하고 농땡이 친다고 생각하는 한국 회사 문화에서는 풍성한 점심 식사와 함께 일과 시간에 상관없이 가서 게임하고 놀아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낯설고 충격적이게 받아 들여 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개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우와 미국 회사는 뭔가 다르다고 멋져 보인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왜"라고 물어 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왜 점심을 회사에서 무료로 주는거지?", "왜 일과 시간에 휴게실에서 당구/탁구, 콘솔 게임을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거지?"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걸까, 아니면 미국 회사는 뭔가 달라 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워낙 튀는게 유행이었던 당시 실리콘벨리 분위기에 휩쓸려서인지 조금 더 튀려고한 다음의 두 회사도 있었다. 

 

Gusto : San Francisco headquarter; living room furniture; off shoes at entrance

 

Inside Notion's secret San Francisco office, where the startup hides from VCs that were literally knocking at the door and employees take their shoes off before entering

 

정장이 아닌 케주얼 복장이 보편화 되어 있는 실리콘벨리에서 이제는 거기에 덧붙여 회사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거나 슬리퍼, 아니면 아애 맨발로 다닌다는 거다. 기사 내용을 보면 집처럼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건 직원들뿐만이 아니라 방문자들도 그래야 한단다. 기사 내용의 골자는 이런게 쿨하다는 거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드는 생각은 "왜?"였다.

이게 "모든" 직원들이, 그리고 방문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그리고 집처럼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라면 그냥 아무런 조건도 달지 말고 각자 하고 싶은대로 놔두는게 제일 좋은게 아닐까. 신발 신고 싶은 사람은 그냥 신으라고 하고, 벗고 싶은 사람은 양말만 신든지, 슬리퍼를 쓰든지, 아니면 맨발로 지내든지, 아무런 간섭 안 하는 것이 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전부 신발 벗고 양말로 지내라는 건 쿨한게 아니라 쿨하게 포장된 간섭과 강요일뿐이다.

 

때론 뭔가 멋져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해야지 하고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게 있는 것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멋진 PPL 셔츠를 입고 나오면 너도 나도 유행처럼 따라 사 입는 것. 그 옷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옷만 빛날 뿐이지 그 옷을 입은 내가 빛나지 않는 것처럼.

 

"야, 그 옷 정말 멋진데"

 

이 말보다는 

 

"그 옷 입은 네가 참 멋져 보이는데"

 

라는 말을 듣는게 더 나은 것처럼.

 

 

신발을 벗고 양말 차림으로 다녀야 집처럼 편한 분위기가 나온다고 믿는 회사가 아니라 신발을 벗든지 맨발로 다니든지 아무런 간섭 안 하고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정말 그 두 회사는 쿨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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