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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새 수필

똑똑해 보이는 방법

by 피터K 2023. 1. 17.

딱히 운동으로 무얼해야 할지 몰라 가급적 아침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면 집 근처 한바퀴 돌기를 하고 있다. 큰 운동은 아니지만 제법 언덕길도 있어 40분쯤 걷고 나면 흠뻑까지는 아니지만 땀에 젖곤 한다. 뛰거나 뭔가 드는 운동, 아니면 여러 홈트레이닝 기구보다는 그래도 아침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게 그나마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40분동안 아무 것도 안하면서 걷는 건 너무 심심해서 처음엔 음악을 듣기도 했지만 음악도 너무 반복되는 것 같아서 뭔가 좋은게 없을까 찾아 보다가 한국 라디오 방송이 "보는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생방(생방송), 혹은 녹방(녹음 방송)이 녹화되어 유튜브에 올라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찾게 된 것이 "배성재의 텐". 그리고 그 코너들 중에 최근 가장 열심히 찾아 보는 "골 때리는 그녀들"에 나오는 윤태진 아나운서의 코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윤태진 아나운서가 맨처음 "골 때리는 그녀들"에 나왔을 때 "누구지?"라고 할 정도로 낯선 아나운서였는데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어 좀 인상적이다라고 생각을 했고, "배성재의 텐" 시작할 때부터 벌써 6년 넘게 코너들을 진행한 아나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미 "나미춘", 즉 "나 미스 춘향이야"의 준말로 인기있는 코너 진행자라는 것도 알았다.

 

보는 라디오라서 사실 상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아야 하지만 일단 기본이 라디오라 해당 에피소드를 유튜브로 틀어 놓고 주머니에 넣은 후 그냥 헤드폰으로 들으며 걷다 보면 그냥 라디오 듣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계속 듣다 보면 반복되는 음악과는 달리 "배성재의 텐"은 계속 다른 에피소드가 라디오로 진행되는거라 아침 걷기 운동 중에 듣기에 정말 딱 안성마춤이었다.

 

그렇게 매일 하나씩 오래된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어 가던 중 2020년 9월 8일자, "나미춘의 리빙포인트" 에피소드를 듣고 있었는데 그 날이 주제는 "어떻게 하면 똑똑하게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질문에 대해서 정말 별의별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뿔테 안경을 쓰고 스마트워치를 차고 2:8 가르마를 하고 다니면 유식해 보인다"

"말을 안 하는게 좋다. 말을 안 하면 신비주의자로 보이기 때문에 똑똑해 보일 것이다"

"길을 걸을 때 영어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면 된다"

"일상 생활 중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쓰면 멋져 보인다"

"어떤 어떤 모습으로 화장을 하면 지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전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정말 사람들이 별의별 의견과 사연들을 쏟아 내었다. 정말 어떤 것들은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엉뚱한 것이어서 사연을 소개할 때마다 배성재와 윤태진 두 사람 다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쭉 듣다가 문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똑똑하게 보이고 싶으면 똑똑해지면 되지 않을까"

 

 

 

똑똑해진다는 것이 수학을 잘한다거나 좋은 대학에 간다거나, 아니면 좋은 직장에서 좋은 연봉을 받고 일하는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즉흥적이나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줄 알고 행동한다면 그게 똑똑한 모습이 아닐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면서 그런 척할 때가 더 우스워지는 때가 있다. 부족한 것이 있을 때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자체가 사실 똑똑한 것임에도 말이다. 

 

결국 수많은 사연들에 배성재과 윤태진 두 사람이 웃을 수 밖에 없어도, 그리고 웃자고 만든 코너의 웃자고 보낸 사연들에 너무 진지해 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게 웃자고 만든 사연에 어떤 엉뚱한 대답을 던져 본다. 

 

잘하는게 똑똑한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게 똑똑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그러면 어떠한 수고가 없어도 똑똑해 보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