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라고 하면 첫인상이 더운, 아니 뜨거운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겨울에 어쩌다 잠깐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7월 8월 내내 화씨 100도 이상이 지속되는 걸로 유명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들과 주정부도 더위에 대한 대책은 있어도 추위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었다.
2년전, 2021년 2월. Texas에 엄청난 한파가 몰려 온 적이 있었다. 엄청난 폭설과 함께 일주일 내내 영하의 날씨, 가장 추웠을 때는 화씨 4도 (섭씨 영하 15도) 까지 내려간 날도 있었다. 물 공급이 되지 않아 단수가 된 지역도 꽤 되었고, 전기가 나가 히터가 돌지 않는 상황이 되니 사람들이 벽난로에 안 쓰는 가구에 나무 펜스까지 떼어다가 불을 피웠다는 뉴스가 나기도 했다. 집에 마실 물이 떨어져도 일단 길이 얼어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데다가 근처 마트에 가더라도 마트에 배송트럭이 들어 오지 못해 생수병은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2023년 2월. 또 다시 강추위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긴장했지만 영하의 날씨는 불과 2-3일 정도 일거라는 소식에 다들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2-3일동안 부슬비가 내내 내렸다. 눈이 왔을 때는 조금 쌓이다가 흩어지거나 윗쪽으로만 쌓이지만 부슬비가 내리며 얼기 시작하니 나무 가지, 잎사귀 전체를 감싸며 얼음덩어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무에 쌓여가는 얼음은 결국 그 무게 때문에 그 큰 나무 가지를 부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러지는 나무들이 바로 옆을 지나고 있는 전기선을 뚝 하고 끊어 먹었다. Austin 전체에, 특히 North Austin 전체에서 지난 주에 일어난 일이다.
앞마당 큰 나무 가지가 부러졌을 때 살펴 보러 잠깐 나갔었는데 그 나가 있는 10분 동안 여기 저기서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왔다.
우리 집도 수요일 밤에 전기가 나갔고 그날 밤은 히터없이 어찌어찌 보냈지만 목요일/금요일에도 전기는 들어 오지 않았고 작은 fire place 만으로는 영하의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 이틀밤을 근처 호텔에 가서 묶었다. 토요일 정오쯤 돌아 오니 다행이 전기는 다시 들어 왔고 연결이 안 되던 인터넷도 오후 5시쯤 복구가 되어 모든 것이 정상이 되었다.
남은 건 앞마당, 뒷마당에 수북히 쌓여 버린 꺾어진 큰 나무가지들.
일단 온라인으로 chain saw를 주문했고 (주변 Lowes, Home Depot에 chain saw는 남아 있지도 않았다) 큰 길가에 쓰러진 것들 잔가지들만 겨우 정리를 했다. 큰 가지들과 뒷마당은 chain saw가 와야지만 정리를 시작할 수 있을 듯.
자연재해는 늘 뉴스에서만 보던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누가 Texas가 더운 곳이라고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