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정말 2년만에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청소부가 늘 청소는 했기 때문에 책상 위에 먼지가 있지는 않았지만...
2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마우스의 휠 고무 부분은 끈적끈적하게 변해 있었고, 책상위 온갖 비타민은 유통기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으며, 집에서 일하는 동안 고해상도 모니터를 쓰다가 일반 1920x1080 모니터를 보다 보니 구석에 숨어 버린 윈도우 메뉴를 찾느라 헤매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
분명 이 자리에서 3년 가까이 일했던 아주 아주 익숙한 자리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낯설고 묘한 기분인지.
그 날은 부서장이 San Jose에서 출장을 와서 Austin 팀원 모두가 함께 점심 회식을 하느라 하루 사무실에 간 것이었고 아직은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 6월말까지는 사무실에 오고 싶은 사람들만 오고 7월부터는 일단 전면 오픈이긴 한데 Hybrid mode로, 즉 일주일에 2-3번만 사무실로 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식으로 갈거라고 HR에서 한번 전체 공지가 온 적이 있었다.
어떤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밤 미팅이 많아진 내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다를게 없을 것 같은 느낌이고 오히려 두집 살림만 하게 생겼다. 사무실에서 쓸 물건들 한 세트,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들 또 한 세트.
왠지 워라벨, 일하는 것과 일상 생활이 점점 섞여갈 것 같은 느낌이다. 2020년은 정말 미래와 같은 연도였지만 판데믹과 WFH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런 미래를 바란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몇년 후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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