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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새 수필

미국에서 산다는 것

by 피터K 2022. 8. 7.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아니면 화장실을 간다거나 아주 간단한 일을 한다거나 할 때면 유튜브를 틀어 놓고 보는 것이 어느새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아이들도 공부/숙제 중간에 휴식 시간을 가질 때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을 보며 너무 그런 것만 보는 거 아니야 싶다가도 나도 그러고 있는 모습에 어쩔 수 없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튜브는 일단 내가 관심있는 분야부터 찾아보기 시작하고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나 예능의 소위 짤, 에피소드 등을 찾아 보다가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구독하기도, 좋아하는 테크 리뷰, 역사 이야기등의 채널도 구독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유튜브는 구독하는 내용 뿐만이 아니라 소위 알고리듬을 통해 연관된 것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마도 내가 이 영상을 보게 된 것도 한동안 한국 방문, 한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상 내용은 한국에 사는 어느 흑인 가족의 이야기였다. 최근에 한참 인기를 얻고 있는 조나단/파트리샤 남매처럼 부모님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 출신이지만 아이들은 어릴 때 한국에 왔거나 혹은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그 중에 영상의 주인공인 딸은 고등학생으로 아주 어릴 때 한국에 와서 벌써 한국 산지 16년쯤 된 상황이었다. 시장에 갔는데 시장 아주머니께서 어디서 왔냐고, 혹시 고향 생각나지 않느냐고, 고향 잊어 버렸네라며 한국말 너무 잘한다고 기특, 아니 신기해 하던 모습이 비추어졌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그냥 당연한 반응이었을텐데 순간 왜 저렇게 말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은 그 정반대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은 백인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 인구로만 보면 백인의 비율 57% 정도 되고 18%는 히스패닉 계열, 12%는 흑인, 아시아계는 6% 정도가 되기 때문에 완전히 백인의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미국 드라마, 영화를 보면 일단 백인이 주인공이고 미국의 모든 것은 백인 위주로 돌아 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데 살던 곳이 아닌 곳을 벗어나 조금만 다른 동네/도시 혹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일단 외모가 아시아계로 보이면 한번씩 물어 보는 말이 어디서 왔냐는 것이다. 

 

30살이 넘어서 미국으로 취업, 그리고 이제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어째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여전히 한국이 그리운 사람이라 그런 질문에는 South Korea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Korea라고 단순히 말하지 않고 South Korea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의외로 Korea라고 말하면 South or North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일부는 정말로 몰라서 묻는다. 미국 사람들 중에 해외 여행을 평생 한번도 가지 않는 사람의 비율도 높고, 중부 어디쯤 살면 평생 바다도 못 본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의 중화사상처럼 미국인들도 자기네들 일 이외의 외국의 일, 그 나라가 어디 있는지 관심 조차 없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냥 미국만 잘 되고 최고면 되고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러다 어느날 문뜩 그 질문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인 신분으로만 말하자면 나도 이제 미국인인데 외모가 동양인이라고 분명 다른 곳에서 왔을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어떤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같은 백인계열인 유럽에서 온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Austin/TX로 이사오고 나서 누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면 San Jose/CA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 거기서 아, 그래라고 끝내는 사람이 있지만 여전히 열명 중에 한두사람은 그래서 중국인인지, 한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물어 본다.

 

나야 이민 1세대이니 그래도 그 질문에 그래 원래는 한국에서 왔어라고 말하지만 내 아이들은 거기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큰 애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4살 때 미국에 오고, 둘째, 셋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아이들에게 한국은 부모님의 고향이고 자기네들은 평생 한국에 길어봐야 두어달 놀러 다녀온, 그냥 부모님의 고향,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는 곳일 뿐이다. 마치 난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님이 경상도분이면 내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서울이 아니라 경상도라고 대답해야 정답인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민 2세대, 3세대들은 종종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난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자꾸만 남들은 나를 한국사람이라고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 유튜브에서 본 흑인 학생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가 않았다. 그 학생은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태어났지만 그 곳 기억은 거의 없고 한국에서만 16년 이상을 살면서 한국말로만 대화하고 한국 학교를 다니고 한국 친구들만 있는데 한국말하고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사는게 너무나 기특하다고 말을 듣는 것이 편하고 칭찬으로 들렸을까.

 

우리도 그냥 우리와 외모가 다르다고 당연히 다를거라고, 아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이번에 새로 프랑스 장관된 사람이 "한국계"라니, 이번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어느 선수가 "한국계"라고 전하는 신문/방송 뉴스를 보면서 정작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국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누가 나에게 넌 정말 자랑스러운 전라도 어느 지방의 자랑스러운 인재야라고 말하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 단지 내 친가/외가 할아버지, 할머니 중에 한분의 고향이 거기라는 이유로. 난 한번도 거기에 가 본적도 없는데 말이다.

 

 

미국에서 산다는 건 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다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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