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달을 집에서만 일하다가 올해 들어 화/목 두번 사무실에 나가게 되었다. 일단 서로 가까이 있으니 그동안 conference call로만 해결하던 것들을 직접 얼굴 보면서,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그려 가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시간 걸리던 설명이 딱 15분만에 끝났다. 그것도 보다 정확하게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밀렸던 미팅/논의를 몰아서 하다 보니 지난 목요일에는 회사에서 머물렀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미팅과 설명 하고 듣는데 소비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람 진을 빼는 일이다. 목요일날 집에 와서 저녁 먹고는 너무 피곤해 8시쯤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기절해서 다음 날 6시까지 못 일어났다. 씻지도, 옷을 제대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
고등학교 과정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주소지에 따라 진학하는 학교가 정해져 있다. 대부분 주변의 2-3개의 중학교가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는데 종종 하나의 중학교에서도 주소지에 따라 반은 이 고등학교로, 나머지 반은 다른 고등학교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은 집 주소였는데도 나는 A 중학교/B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일년 차이나는 내 남동생은 C 중학교/D 고등학교가 간 경우였는데 그 땐 어떤 기준이었는지 문뜩 궁금해진다.
대체로 좋은 학군이라고 이야기 할 때는 초등/중학교도 중요하지만 이 고등학교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어느 학군에 해당하는지를 묻고 대답할 때는 어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지를 묻고 대답하는 경우가 된다.
미국에서 집을 산다고 할 때 조언을 구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위치"이다. 그래서 누군가 첫번째도 위치, 두번째도 위치, 세번째도 위치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 위치가 가르키는 건 결국 학군이다. 집의 일부가 낡았거나 수리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정말 어떤 경우에는 방을 하나 늘리거나 증축을 하는 경우라도 이건 돈만 있으면 다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결코 할 수 없는 것이 이 집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위치, 즉 어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군이냐에 따라 집값이 상당이 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초등/중학교와는 달리 훨씬 큰 범위를 커버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한 고등학교에 비교적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와 조금은 성적이 낮은 중학교에서 각각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을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의외로 아시안 부모들 뿐만이 아니라 백인들도 이런 학군을 은근히 따진다.
학교가 좋은지 그 성적이 우수한지를 구별하는 건 한국에서는 상당히 두리뭉실하게 강남에 속하느냐, 아니면 부촌에 속하느냐 아니냐, 서울대 몇명 보내느냐로 판단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학교의 등급이 정확히 구별된다. 이걸 차별이라고 보지 않고 차이라고 보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greatshools.org 라는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도시 이름, 혹은 zip code를 넣으면 그 동네의 학교들과 각 학교의 점수가 매겨져 있다.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가 있으며 물론 10점 만점이다.
학교의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주로 주 단위로 보는 전체 시험 (Texas의 경우 STAAR, State of Texas of Assessments of Academic Readiness) 의 학생들 평균 성적, 대학 진학율, AP 과목 수와 듣는 학생들의 수, 그리고 그 성취도 등의 정보를 모아 점수로 계산한다. 여기서 재미 있는 것은 재학생들의 인종 분포에 각 인종별 학업 성취 정도도 구별해 놓고 있다.
이 사이트는 종종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그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를 때 그리고 아이들 때문에 어느 학교로 보낼지 알아 볼 때 많이 사용된다. 특히 인종별 구성도 볼 수 있어, 너무 백인들만 있는 학교는 아닌지, 아니면 너무 아시안 계열만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도 있다. San Jose/CA의 강남 8학군이라고 알려진 Cupertino 학군의 한 고등학교 구성을 보면 아시안 계열 이민자가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이 학군에 얼마나 많은 아시안 계열이 학생들이 많은지 알 수 있다. 누군가 Cupertino 학군 학교에 가보면 어디 상하이나 뉴델리에 있는 학교 어디쯤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건 여러 중학교에서 모이므로 조금 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다는 것이외에 중학교에서 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매 수업시간 마다 교실을 옮겨 다녀야 하고 기본 과목들은 필수로 들어야 하지만 그 이외에 선택 과목들이 있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과목 선택에 있어서 조금 더 대학처럼 학점제 같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의 credit, 그리고 선택과목에 따라 선행 과목들이 생겨 난다는 점, 그리고 선택 과목들이 정말 다양해진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아이가 San Jose/CA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Drama 과목 등 한국의 고등학교에서라면 찾을 수 없는 선택 과목들이 있었는데 Austin/TX에서는 그 때보다 정말 더 다양한 선택 과목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digital media (캠코더로 광고, 캠페인 촬영, 편집, 자막, 특수 효과 입히기 등등; 이 교실을 Back-to-School night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편집을 위한 24인치 iMac이 20대 정도, 그리고 특수 효과를 위한 블루스크린 룸도 갖추고 있었다), Drone, Journalism 등등의 선택 과목이 있었다. 언젠가 아이와 고등학교 투어를 갔을 때 이러한 다양한 과목들을 보고, 정말 나도 다시 고등학생으로 되돌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생 한명당 제공되는 school fund의 금액을 보면 TX는 $33,000, CA는 $34,580으로 CA에 훨씬 높은데도 왜 그렇게 CA에서는 학교들이 늘 부족에 시달렸는지 잘 모르겠다. 위 금액이 얼마나 절대적인 지원 여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TX에서의 학교가 훨씬 여유롭고 다양한 것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학군에 따라 진학하는 학교가 정해지고 그러다 보니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해당 주소 지역에 위치한 집으로 이사하기를 원하니 집값이 고등학교 학군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민등록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서류에 집주소를 적어 내거나 하면 학교가 그 집 주소가 실제 거주 주소가 맞는지 확인 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San Jose/CA에 있을 때에 입학 할 때 한번, 그리고 11학년으로 진학 할 때 한번, 두번 주소지 증명 과정이 있었다. 주소지 증명은 해당 집 주소의 렌트 계약서, 혹은 재산세 고지서, 유틸리티 (전기, 전화, 혹은 기타 비용에 관한) 고지서, 운전면허증 등등을 준비해서 정해진 날짜, 그리고 이름 순으로 정해진 시간 대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이 모든 증빙 서류를 제출했어야 했다. 그러면 거기서 그 서류들을 다 복사해 보관하고 돌려 준다. 위장 전입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ustin/TX에서는 비교적 좋은 학군에 있지만 이사 와서 맨 처음 등록할 때 말고는 학년 중에 이런 증빙 서류를 제출하거나 요구 받은 적이 없다.
16세가 되면 provisional driver license라고 해서 혼자 운전할 수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주차장에 가면 학생 주차장이 따로 있다. 고등학생이 무슨 차,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자기 차를 몰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꽤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등학생들이 차를 몰고 친구들과 등교, 하교, 그리고 놀러 가는 걸 종종 볼 수 있는데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제한이 있어 가족이 아닌 21세 미만 동승자가 한명 이상이면 안된다든가 자정부터 오전 5시 사이에는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긴 하다.
이런 경우 집에 오래된 차가 있다거나 혹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쓰던 차를 넘겨 주고 본인들은 새 차를 마련한다든가 아니면 아애 처음부터 중고차를 사 주는 경우가 있는데 San Jose/CA에서 학생 주차장에 가 보면 의외로 BMW/Benz/Lexus 등의 고급 차들도 꽤 볼 수 있었다. 실리콘벨리 고액 연봉자 집의 남는 차가 저런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San Jose/CA에서는 그런 안내가 없어서 필요한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Austin/TX에서는 student parking permit을 따로 구입을 해야 한다. $25의 수수료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직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졸업식이 성대할지 궁금하긴 하지만 큰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정말 성대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전부 다 대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어떤 이들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교육 과정일 수도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 졸업식이 어땠는지는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그 때 찍은 사진들로 대신하러 한다. 다른 설명이 없으면 그냥 어느 대학 졸업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미국 생활 > 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 기관 방문 하기 - 하나 (0) | 2023.04.10 |
---|---|
아이들 학교 - 여섯 (0) | 2023.01.30 |
아이들 학교 - 넷 (2) | 2023.01.07 |
아이들 학교 - 셋 (0) | 2022.12.17 |
아이들 학교 - 둘 (0) | 202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