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가의 마을 - 새 수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

by 피터K 2022. 7. 10.

스무살 대학에 처음 들어 갔을 때 마냥 들떠있기만 했지 거기서 학부/석사/박사까지 만 10년을 살게 될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나이로 따지자면 만 19살에 서울 집 떠나 포항으로 내려간 후 만 29살에 떠나 왔으니 정말 나의 20대는 그 학교 캠퍼스에서 다 보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고향이 서울이라기 보다는 포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던 20대 막바지,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늘 외로웠는데 1998년 6월 여름, 서울에 볼 일보러 갔다가 만난 인터넷 친구. 그리고 그해 12월, 그 친구와 결혼을 했다.

 

처음부터 미국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몇년간 미국 취업을 위해서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다가 너무나 기회가 오지 않아 이제 포기하고 있었는데 2004년 여름, 유학가는 처남을 인천 공항에서 떠나 보내고 나서 그래 한번만 더 해 보자해서 resume을 다시 아는 사람들에게 돌렸는데 몇년 동안 소식없던 기회가 그 때 불과 두달만에 찾아와 11월에 미국으로 취업.

 

그렇게 실리콘벨리 입성 후 그냥 그 곳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지금 뭐하고 있나 돌이켜 보니 어쩌다가 갑자기 텍사스 한복판. 그렇게 새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몇년 보내고 나니 50살이 훌쩍 넘었고 이제는 환갑이 10년도 안 남았다.

 

서울에서 포항으로, 그리고 결혼, 미국, 실리콘벨리, 텍사스 오스틴까지. 몇가지는 계획하고 노력했던 일들도 있었지만 어떤 일들은 정말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어버린 그런 일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생각하곤 한다. 이제 정말 10년쯤 후, 나는 어떤 또 어떤 모습일까.

 

 

인터넷 웹툰을 늘 보는 것은 아니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매일 매일 꼭 챙겨 보던 웹툰이 하나 있었다. 제목은 "가우스 전자". 작가 이름이 곽백수라서 필명이 아닐까 싶었는데 본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모든 시즌이 끝나서 마무리가 되었는데 매일 연재되던 10컷 정도의 만화라 부담없이, 아침에 일어나 일단 한번 훑어 보고 씨익 웃음 짓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웹툰이었다. 

 

내용은 가우스 전자라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안에서 직장 생활의 애환도, 학연/지연에 따른 문제도, 그리고 사내 연애 이야기도 찾아 볼 수 있다. 아마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서 더 정감이 갔던 웹툰이었다. 그런데 이 웹툰 작가, 곽백수라는 분이 종종 사람 멍때리게 만드는 명언들을 이야기 속에 만들어 넣곤 했다.

 

아프거나 다치지 말라는 부적을 지닌 사람에게 "차와와" 과장이 자기도 회사에서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부적이 있다며 품안에서 꺼내는 가족 사진 같은 것들.

 

그 많은 에피소들 중에 아직도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는 이야기가 하나있다. 새해가 시작되면 어떤 한 해가 될지 기대도 있고 걱정과 불안도 있듯이 한사람씩 사주/운세를 보는데 누구는 올해 돈이 들어온다는 좋은 이야기, 혹은 좋은 인연, 사랑을 만날 거라는 달콤한 이야기까지 풀어내게 된다. 그 때 옆에 지나가던, 신분을 속이고 있던 금수저 재벌 아들, "백마탄"에게 올해 사주/운세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

 

"사주보다 당신의 미래를 정확히 있는건 지금 당신의 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중국 식당에 가면 하나씩 나누어 주는 fortune cookie. 거기에 적힌 좋은 문장을 보면서 정말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되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미래는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내가 정하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뜻한대로, 혹은 꿈꾼대로 되지 않은 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포항으로 학교를 정해서 내려 갔던 것도, 뭐라고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그래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있어서 한 결혼도, 좀 더 큰 세상에서 일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몇년간 열심히 준비했던 미국 취업까지.

 

그래서 앞으로의 내 미래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금 딱히 정해 놓은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 꿈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는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니까. 토정비결이 내 인생을 결정해 주기 전에 말이다.

 

 

 

 

'작가의 마을 - 새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0) 2022.09.05
미국에서 산다는 것  (0) 2022.08.07
처음이라...  (0) 2022.04.17
불면증  (0) 2022.03.13
만원의 행복  (0)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