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anksgiving holiday가 끝나자마자 바로 독감에 걸려 일주일 내내 출근도 못하고 집에서 끙끙 앓아 누웠더랬다. 다시 한번 미국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게 된 기회가 되었다. 뭔가 중증이 있거나 출산 같이 계획된 것이라면 비용이 비싸서 문제지 "서비스" 자체는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이처럼 흔하게 걸릴 수 있는 감기/독감 같은 경우에는 의사 만나서 처방 받고 치료 받기가 정말 어렵다. 아픈데 예약을 해야만 의사를 볼 수 있고 그나마 전화/인터넷 예약하려면 당일 진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열이 나고 아픈데도 말이다. *!*
초등학교 과정
초등학교 과정 (K-5) 중에는 한 반에 20-25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부족했던 해에는 일시적으로 30명까지도 된 적이 있는데 지난 시간 동안 큰 애부터 막내까지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억을 더듬이 보면 옛날, 즉 큰 아이가 초등학교 다녔을 때가 제일 풍족, 즉 한반의 학생 수도 제일 적었고 또 보조 교사도 있었던 반면,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열악해지는 것을 느낀다. 한 반의 학생 수도 늘 25명 정도는 되는 것 같고 그나마도 판데믹을 지나는 동안 그만 둔 선생님들이 너무 많아서 올해 새 학년 2022-2023 학년 시작될 때에는 개학이 내일 모레인데도 아직 담임 선생님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선생님 부족이 심각해진 이유 중에 한가지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선생님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San Jose/CA 지역의 초등학교 선생님 연봉을 찾아 보면 median $77,000 정도라고 한다. 물론 선생님의 경우 연금(pension)이 좋다고는 하지만 San Jose/CA 지역에서는 확실히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방 두개 아파트 월세가 쉽게 $3,000이 넘어가는 동네에서는 말이다.
San Jose/CA에 있을 때 조금 특이했던 경험을 했었다. Multi-grade 교실이라는 것이었는데 한 교실에 두 학년을 반반쯤 섞어서 한 학급을 편성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협동과 사회성 개발의 기회를 더 가질 수 있고 고학년이 저학년을 도와 줌으로서 리더쉽을 기르고, 저학년는 고학년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히 선생님의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이게 선택이나 지원이 아니라 새 학년이 편성될 때 처음부터 그렇게 편성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큰 애가 이런 교실로 배정 받았는데 별로 내키지가 않아 교장에게 몇번을 어필해서 일반 학년 교실로 옮겼던 기억이 난다.
미국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우열반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 내용만 보자면 조금 이해가 늦은 아이에게는 차근차근 하게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조금 이해가 빠른 아이에게는 그 속도에 맞는 과정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나누는 것이 맞긴 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혹은 동양계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우수반에 들지 못하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이가 뒷쳐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선행 학습을 시키든 따로 과외를 하든, 우수반으로 올라 갈 수 있도록 엄청 노력하고는 한다. San Jose/CA에서는 이런 학원/tutor가 정말 숱하게 많았고, Austin/TX에서도 숫자는 적지만 어느 정도 이런 학원들을 찾을 수 있다.
Austin/TX의 교육 과정에는 소위 TAG (Talented And Gifted) 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엄청나게 거창해 보이는 우수반인데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아이가 좀 똑똑하다고 느껴진다면 부모가 혹은 선생님이 이 TAG 프로그램에 신청해 볼 수가 있다. 그러면 따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일정 점수가 넘으면 그 다음 학년부터 TAG 프로그램 혹은 TAG 반으로 편성되어 조금 더 심화된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사실 아이가 그만큼의 실력이 되어야 그 심화 과정을 소화하고 따라 갈 수 있지만 부모의 바램이란 것이 그렇지 않아서 과외/학원/tutoring을 통해 가능하면 TAG 과정에 넣으려고 노력한다. 한국에서든지 미국에서든지 아이들에 대한 학구열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년에 선생님을 면담할 기회는 보통 두번이 있다.
첫 기회는 Back To School Night 이라는 건데 맨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난 이게 동창회 모임인 줄 알았다. 뭐 어떻게 해석하자면 Back To School Night 이라는 것이 동창회와 같은 해석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건 새 학기를 시작하고 다들 학교로 되돌아 왔으니 새 선생님은 누구인지 학급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설명해 주는 설명회의 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보통 저녁 6시나 7시에 시작하는데 초등학교 교실로 찾아 가면 선생님이 자기 소개, 학급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등 20-30분 정도에 걸쳐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그러고 나면 Q&A 시간을 가지고 교실을 둘러 보고 아이의 자리가 어딘지 그 며칠 동안 애들이 한 school work들이 있으면 둘러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선생님에게 가서 개인적으로 인사도 나누고 간단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두번째 기회는 두어달 정도가 지난 후 Parent-Teacher Conference 라고 1:1 면담 시간이 주어진다. 보통 이틀 정도에 걸쳐 각 학생 당 15분에서 20분 정도 면담이 이루어지는데 아이와 함께 가도 되고 아니면 부모만 가도 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선생님이 그동안 아이가 한 과제 등을 보여 주며 어느 정도 해 나가고 있는지 설명해 준다. 그리고 아이가 이번 학년 동안 가져야 할 goal 같은 것을 설정하고 form에 선생님과 부모가 함께 사인한 다음에 끝난다. 길어야 20분이고 반 이상은 아이가 교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선생님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설명을 듣고 나중에 간단한 질문 정도 하는 걸로 끝난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선생님과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학년동안 딱 두번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일 따로 이야기 해야 할 것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 면담 약속을 잡으면 된다. San Jose/CA에 있을 때 한번은 둘째가 교실에서 조금 왕따 같은 것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이 너무 strict 해서 아이가 선생님 한마디 한마디에 위축되곤 해서 면담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모든 수업이 다 끝난 후 면담이 잡혔는데 아이가 느끼는 바를 선생님에게 바로 전달 했고 선생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 있지 않았는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이 그 면담 후 선생님도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쓰고 부드럽게 대해 주어서 잘 넘겼던 기억이 있다.
Austin/TX로 이사 온 후에 둘째가 5학년 일 때 한번은 선생님에게서 이메일이 온 적이 있었다. 아이가 작문 숙제 같은 걸 했는데 너무 비관적으로, 그리고 일부는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한 문장들이 있어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앉아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민이 있는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행이 아이는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이었다고 말을 해 주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수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담임 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가르키고 Art나 PE 같은 과목, 혹은 Technology, Spanish 같은 특별 수업은 따로 선생님이 있다. 아무래도 CA나 TX나 멕시코 쪽과 가깝기 때문에 그리고 원래 옛날에는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에 Spanish가 제 2의 공용어, 외국어가 아닌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공문서, 혹은 안내서는 거의 대부분 영어와 Spanish로 된 서류를 제공하며 customer service에 전화 걸면 제일 먼저 나오는 안내 문구가 영어로 할 건지 아니면 Spanish로 할 건지 묻는 항목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Spanish를 많아 가르키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정규 교과 과목으로 제공된다.
한 학년에 적으면 1개반 혹은 2개반, 많은 경우였던 San Jose/CA와는 달리, Austin/TX에서는 5-6반 정도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Kindergarten 과정에서 같이 시작하고 5학년까지 함께 마치고 나면 왠만해서는 한번쯤은 같은 반에 있어 봤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된다. 게대가 2-3년쯤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다 보면 office에 있는 분들도 이 사람이 누구 부모인지 대강 아는 수준도 된다. 아마 Austin/TX에서는 동양계 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랬던 이유도 있겠지만 office에 찾아 가면 내가 누구 누구 아빠라는 걸 금방 알아 보기도 했다.
학교 성적은 A/B/C 혹은 점수제로 나오지 않고 각 과목 당 세부 분야가 있어, 예를 들어 English 같은 경우에는 읽기/쓰기/이해도 같은 세부 항목으로, Math의 경우 단순 연산/문제 풀이 능력 등의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각각 항목에 대해서 E (Exceptional) / S (Satisfactory) 같은 평점으로 성적을 매기게 된다. 보통 전체 학년에 걸쳐 세번에 나누어 성적을 매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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