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한국에 있을 때에는 거의 공립학교였고 주변에 사립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특수 학교들, 과학교라든가 외국어 고등학교, 그리고 개인이 법인을 세워 만들어진 학교라 할지라도 이걸 사립학교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립학교가 존재하고 이 경우 학군에 구애받지 않고 부모가 보내고 싶은 사립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사립학교라도 해당 주의 교육과정을 충분히 따라야 하고 그 조건을 맞추어야 졸업했을 때 다른 공립학교의 졸업증과 동등한 자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교육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어진 범위 안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는 결정할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크게 두 종류의 극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academic에 중점을 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공부에 올인하는 그런 학교이다. 이런 학교는 학교 진도 나가는 속도도 만만치 않고 숙제의 양도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어디나 학교에서는 일단 공부를 많이 시키고 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님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로 동양계, 인도/중국계 부모/학생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1세대 이민자들은 공부로 성공해야 이민자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자신들이 그렇게 커 왔기 때문에 이런 학교를 선호한다.
두번째는 반대로 academic 보다는 여러 다른 활동/경험, 좋은 말로 포장하자면 인성/경험 교육에 더 중점을 두는 학교이다.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부모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쯤 들어 본 유명 사립학교는 둘 다 놓치지 않으려고, 즉 공부면 공부, 인성/경험이면 인성/경험, 둘 다 중점을 두려다 보니 해야 할 일도 정말 많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그 정도의 학비를 아무렇지 않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게 되는 금수저들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학교 점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맺어질 수 있는 인맥/학연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모든 사립학교가 이 두 극단으로만 이루어진 것을 아니다. 물론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수많은 사립학교들이 존재한다. 이런 중간쯤 어딘가의 사립학교들은 교회나 성당 등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규모가 작은 것은 학년 당 한 학급정도만 운영하는 곳도 있고 수백명의 학생이 있어 일단 공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도 있다. 보통 이런 종교단체들의 사립학교는 종교쪽 과목이 일부 추가 되었을 뿐 일반 공립학교 과정에 약간은 덜 academic 한 쪽으로, 소위 말하는 인성 교육에 더 중점을 두기도 한다.
공립학교는 당연하겠지만 일단 수업료(tuition)가 없다. 하지만 CA 처럼 교육에 대한 주 예산이 빠듯한 경우 학년 시작하자마자 첫날 학교에서 온갖 donation form이 날아 온다. 그리고 거기에 donation funding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 Art/PE 선생님들을 모실 수가 없어 수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문(?)이 써 있다. 이쯤되면 이건 donation이 아니라 거의 수업료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학생당 $100에서 $200 선의 donation이 recommendation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또한 사실상 가이드라인이다. 반면에 주 예산이 어느 정도 감당이 되는 TX에서는 이런 식의 donation form을 받아 보지는 않았다. 다만 PTA (Parent Teacher Association; 즉 학부모회 같은 것) 가입을 독려하고 거기에 donation을 받지만 의외로 학년 당 $10 선 정도이다.
이에 비해 사립 학교는 수업료(tuition)를 내야 한다. 수업료의 범위는 다양한데 고급 사립학교일수록 당연히 수업료가 높고 정말 최고급 사립학교는 대학 수업료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 중에 CA와 TX 두 곳 모두에서 들어본 유명한 사립학교로 Challenger School이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가면 어디 어디에 학교가 있는지 그리고 수업료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다 찾아 볼 수 있다. 중학교 과정, 즉 6학년에서 8학년 과정의 경우 CA에 위치한 학교는 $23,500/year, TX에 위치한 학교는 $15,890/year 이다. 이런 차이는 주에 따른 물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집값이 생활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San Jose/CA에서는 좋은 학군에 위치하는 비싼 집을 사는 것보다 학군은 좀 떨어지더라도 집값은 10-20만불 더 싸면서 좀 더 새집을 사고 대신 사립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공립이 좋은지 사립이 더 좋은지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미국의 특징 중에 하나는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정답이 없다. 그냥 서로 다른 조건들과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다고 선택하는 것의 문제일 뿐이다.
교육 과정의 시작 : Pre-school
공립 학교의 공식 시작은 Kindergarten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K-5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아이들이 3세쯤 되면 pre-school에 보내기 시작한다. Pre-school은 초등학교 공식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pre-school은 대부분 사립학교, 교회, 성당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립학교로 취급되기 때문에 역시나 tuition이 만만치 않다.
Kindergarten은 TX 기준 9월 1일 이전에 5살이 되는 아이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3-4살 아이들이 pre-school에 가게 된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가서 무언가를 배운다기 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socializing, 기본 알파벳 쓰고 읽기, 간단한 산수 정도 배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나인만큼 위의 표처럼 반나절/종일, 매일/월수금 등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대체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매일 종일반 All-Day (M-F)을 보내게 되는데 이 경우 tuition이 $13,740 이다. 정말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내 경우에는 아이들을 이런 고급 학교까지는 아니었고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던 pre-school에 보냈었다. 10년이 훨씬 지난 일이라 정확한 금액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아이가 pre-school 다닐 동안은 정말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공립 kindergarten 가서 더 이상 pre-school tuition을 내지 않아도 되었을 때 숨통이 틔었던 기억은 남아 있다. 안 보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5살이 될 때까지 아이가 아무 곳도 안 가고 집에만 있는 건 더 힘든 일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그만큼 pre-school은 보내면 부담이지만 안 보내면 더 부담인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정규 교육 과정의 시작 : Kindergarten
언제 kindergarten에 입학할 수 있는지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고 또 시간이 지날 수록 달라지기도 한다. San Jose/CA에 있을 때 생일 기준이 12월 1일이어서 생일이 11월인 큰 아이가 kindergarten에 처음 갔을 때 우리 아이가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반면에 Austin/TX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9월 1일 기준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5살일 때 반드시 가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 1년 정도 늦출 수가 있다. 즉 9월 1일 기준으로 5살 이상이면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주민등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언제 취학연령인지 알 수가 있어 동사무소에서 취학통지서가 오지만 미국에서는 주민등록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될 때 이 연령 기준에 맞으면 부모가 알아서 입학 등록을 해야 한다. 사립의 경우는 시기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공립학교의 경우 해당 학군 홈페이지에 가면 언제 등록을 시작하는지 알 수가 있다. CA에 있을 때 아이들 세명 모두 2월 중순쯤 등록을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RRISD 홈페이지를 찾아 보니 다음 학년도인 2023-2024 학년도는 7월, 그리고 내년 3월에 등록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서류가 필요하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 주소지 증명 : RRISD 학군 내에 거주한다는 증명, 집 계약서, 집 렌트 계약서, 재산세 서류, 유틸리티 청구서. 이 서류 모두를 제출하는게 아니라 이 중에 하나만 내면 된다. (CA에서는 이 중에 두개를 제출했던 걸로 기억한다)
- 아이의 공식적인 출생 증명서 : 출생 증명서를 가지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권도 가능하다. 여기서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아이의 정확한 생년월일이다.
- 아이의 예방접종 증명서 : 미국에서도 반드시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 목록이 있다. 보통 한 소아과를 계속 다니면 그 기록이 남아 있고 노란색의 immunication card를 만들어 준다.
- 아이의 사회보장번호 카드 (Social Security Card) : 보통 이 사회보장번호(SSN)이 주민등록번호처럼 사용되는데 영주권자 이상만 발급 받을 수 있다. SSN이 있어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영주권자의 경우, 즉 학생비자로온 사람의 자녀의 경우는 SSN이 없기 때문에 괄호 안 설명처럼 제출하면 좋지만 제출 안 한다고 입학 못하지는 않는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불체자이든지 혹은 단기 방문자도 사실상 학교에 입학할 수는 있다. 체류 신분보다는 아이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등록 기간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등록을 마치고 나면 8월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반배정을 받게 된다. San Jose/CA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녔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 들어 오기 직전에는 거의 한 학년 당 학급이 하나 밖에 없어 반배정이라는 것이 필요없었지만 큰 아이가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학년 당 2-3개의 학급, 그리고 Austin/TX에서는 한 학년에 5-6반 정도가 있어 반배정이 필요하다.
San Jose/CA에서는 보통 학교 시작하기 전 1주일 전 쯤에 선생님들이 모여 반배정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반을 학교 게시판에 개학 전날 5시쯤 붙여 놓는다. 그러면 저녁 때쯤 학교에 가서 어느 반으로 배정이 되었는지, 그리고 교실 번호를 찾아 첫날 등교하면 된다. 첫 날이라고 딱히 전교생이 모두 강당에 모이거나 하는 일은 없고 그냥 바로 배정된 반으로 가면 된다.
특별히 다른 학군에서 이사 온 것이 아니라면 매년 같은 학생들이 상급 학년으로 진학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2-3년쯤 지나고 나면 누가 누군지 대강 알게 된다. 반배정 과정에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겠지만 순전히 선생님들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를 자기 반으로 데려온다거나 학부형회(PTA) 임원으로 어느 정도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자리라면 다음 학년도에 어느 잘 가르친다고 알려진 어느 선생님에게 보내 달라고 은근한 청탁(?) 같은 것도 한다고 들었다. 어디나 치맛바람은 있기 마련이다. San Jose/CA 살 때 바로 옆집이 애들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둘째가 그 선생님이 맡고 있는 학년으로 갈 때 자기가 자기 반으로 데려 왔다고 새 학기 시작 전에 집 앞에서 만났을 때 귀뜸해 준 적도 있다.
반면에 Austin/TX로 오고 나니 반배정이 공지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우편엽서가 왔다. 새로 담임이 된 선생님이 각 학생들 집 주소로 "우리 반에 오기 되어서 반갑다. 조만간 만납시다" 이런 식의 내용이 적힌 우편엽서를 보낸 것이었다. 그 때서야 어느 선생님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COVID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나서는 우편엽서가 아니라 이메일로 대신 왔는데 지금은 거의 예전으로 되돌아 간 상태에서 다시 우편엽서를 보내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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