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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직장 생활 이야기

신입사원 뽑기 / New Hiring 과정

by 피터K 2022. 6. 19.

앞선 페이지에서는 구직자의 입장에서 이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 보았다면 이번 페이지에서는 구인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뽑는 과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workingus.com란 사이트가 있다. 여기에 흔히 올라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어느 어느 회사랑 인터뷰를 보았는데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을까요, 혹은 이렇게 이렇게 보았는데 잘 되었을까요 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답이 하나 밖에 없다. 내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이것이 정답이다. 회사의 규모 혹은 그 안에서의 진행 상황,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있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외부 사정만 가지고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그럼 지원자가 그렇게 애 태우는 동안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보자.

 

 

한국에서는 대규모 공채라는 과정이 있어서 졸업 시즌 때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일단 신입 사원을 뽑고 각 팀에 배치를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채는 따로 없고 팀에 따라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사람을 뽑는다. 뽑고 싶다고 무작정 뽑을 수 있는게 아니라 먼저 매니저가 그 상위 매니저에게 더 뽑을 수 있는지 문의하면 그 팀이 속한 그룹장까지 요청이 올라가 현재 예산에서 사람을 더 뽑을 수 있는지 결정한다. 아무리 일손이 모자라도 예산이 뒷바침되지 않는다면 더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다. 게다가 직급에 따라 연봉 내역이 다르므로 어느 직급/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을지 정해서 요청해야 하는데 일단 예산이 되어 뽑을 수 있으면 그 이후에 약간의 변경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급 경력자를 뽑기 위해 예산을 잡아 놓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신입 무경력자 밖에 없다면 중급 한명 대신 신입 두명을 뽑도록 변경해 볼 수 있다. 물론 전체 예산 내에서 맞아야 한다. 반대로 중급 경력자를 뽑으려고 했는데 지원자가 더 높은 경력과 실력을 가졌다면 그룹장에게 요청해서 더 많은 예산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자리/예산을 공식적인 단어로 job requisition이라고 하는데 흔히 줄여서 req 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I have one open req" 이라고 말하면 지금 내가 한 사람 뽑을 수 있는 승인과 예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모든게 부서장/그룹장에게 예산 승인을 받아야 새로운 req이 열리지만 퇴사자가 생기는 경우 replacement req이라고 해서 퇴사자의 직급과 연봉을 기준으로 새 사람을 뽑을 수 있다. 물론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인원을 감축하는 중이라면 퇴사자가 생기더라도 replacement req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open req이 생기면 이제부터 지원자 추리기에 들어간다. 새로운 req을 열기도 어렵지만 의외로 지원자를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보통 학부/대학원을 막 졸업한 refresh graduate 보다는 같은 분야에 있는 경력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잘 하는 사람을 뽑아서 가르쳐 가면서 쓴다라는 것보다는 이미 잘 아는 사람을 뽑아 바로 일에 투입시킨다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job opening을 공지(posting) 할 때 비교적 자세한 job description을 작성하게 된다. 

 

지원자를 찾는 과정은 크게 세가지인데 첫번째는 회사 홈페이지나 LinkedIn/Indeed 같은 사이트에 정식 job description과 함께 job opening을 공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정말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replacement req이 생겨 HR과 함께 job opening을 공지하고 HR이 지원자들의 resume를 모아 보내 주었는데 분명 개발자 직군, 특히나 반도체 설계에 관련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의 resume가 95% 이상이었다. 그래서 이 경우 경험자를 찾기 보다는 refresh graduate, 즉 막 졸업하는 사람들을 찾을 때 주로 사용한다.

 

두번째 과정은 보다 흔한 방법으로 주변으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resume를 건네 받는 방법이다. 이 경우 전혀 관련 없는 resume를 전해주지 않기 때문에 같은 분야 경력자를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딱 맞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람을 찾고 있지만 주변에 아무리 수소문해 봐도 이 분야에서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다.  

 

마지막 과정은 첫번째의 조금 변경된 과정인데 Google이나 Facebook 처럼 이전 경력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똑똑한 사람을 일단 찾고 그 다음에 팀 매칭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하고 일을 하고 싶은 팀과 매칭 시키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공채 과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다른 점은 이 과정을 일년 내내 진행한다는 것이다. 

 

 

Fresh graduate인 완전 신입이든 혹은 딱 분야에 맞는 경력자이든 일단 지원자를 찾고 나면 그 다음 과정은 전화 인터뷰이다. 보통 HR이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정말 이직의 마음이 있는지 혹은 이직을 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없는지, 일할 수 있는 신분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아니면 바로 hiring manager, 즉 실제 뽑으려고 하는 팀의 팀장/매니저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약 30분 정도의 대화를 나눈다. Resume의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경력 사항 확인, 왜 이직하려고 하는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간단한 technical question 등을 이야기 한다. 30분 정도로 무얼 확인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막장 hiring manager가 되어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적어도 이 사람은 더 진행을 해도 되겠다, 아니면 resume 내용은 훌륭하지만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communication skill이 중요하다. 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는 걸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팀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서로 연관되어 일을 하기 때문에 대화, 그리고 그걸 서로 잘 풀어 가는 과정이다.

 

 

Hiring manager가 이 사람은 on-site interview를 진행해도 되겠다 싶으면 일단 인터뷰 해 줄 사람들을 추린다. 보통 3-5명 정도를 추리게 되는데 지원자보다 경력이 많은 시니어들을 기준으로 추린다. 인터뷰 해 줄 사람이 부족하다거나 혹은 팀원으로써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서 지금 팀 내에서 한명을 뽑기도 하는데 시니어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팀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으로, 주니어라도 포함시키기도 한다.

 

보통 인터뷰 스케줄은 인터뷰 해 줄 사람들의 시간을 잘 확인하고 정리한 다음 가급적 하루 내에 다 끝낼 수 있도록 조정한다. 큰 일이 있는게 아니면 전화 인터뷰 후 일주일 내에 시간을 잡을 수 있지만 만일 시간 조정이 잘 안 되면 2주 정도 걸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정보를 HR에게 알려 주면 HR이 지원자에게 날짜, 시간 등을 지원자에게 알려 주었는데 COVID 이후 거의 대부분의 on-site interview라는 것이 화상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hirning manager가 직접 약속을 setup 하고 화상 회의, Zoom 이나 MS Teams 같은 것을 통해 약속을 잡는다. 

 

On-site interview라는 말 그대로 COVID 전에는 직접 지원자를 회사로 오라고 해서 미리 잡아둔 회의실에서 인터뷰 해 줄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직접 얼굴을 보고 화이트 보드를 이용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화상 인터뷰가 더 주류가 되었고 어쩌면 이 COVID가 다 끝나 일상으로 되돌아 가더라도 여전히 화상 인터뷰가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San Jose/CA 같은 경우 워낙 지원자들이 그 동네에 많기 때문에 하루 휴가 내고 오기도 하지만 fresh graduate를 뽑는 경우 워낙 미국 내 각각 대학에서 인터뷰를 위해 직접 on-site를 진행하는 곳까지 날아 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일이 된다. 

 

 

Hiring manager는 인터뷰 스케줄을 잡으면서 하나의 미팅 스케줄을 더 잡아야 한다. 소위 Round-table이라고 불리우는 미팅인데 인터뷰 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각자 어떤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어떤 식으로 대답을 들었고, 그래서 이 지원자를 뽑을만한지 아닌지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미팅이다. 결국 이 round-table 미팅의 결과가 이 지원자에 대한 합격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Round-table 미팅은 가급적 하루 이틀 내에 잡게 되는데 금요일날 인터뷰가 있었으면 월요일날 잡게 되기도 하고 만일 모두가 다 모일 수가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시간으로 미팅을 잡고 참석 못하는 사람은 따로 hiring manager가 의견을 미리 혹은 나중에 듣고 판단을 한다.

 

 

여러 번 round-table 미팅을 참석해 보면 아주 아주 애매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가/부가 한쪽으로 모이게 마련이다. 네 사람이 인터뷰 했는데 세사람은 positive to hire 인데 한사람만 negative to hire라고 말하는 경우는 본 경우가 없는 것같다. 세 사람이 positive to hire면 적어도 한 사람은 neutral to hire 정도로 의견이 모아진다. 반면에 아니다 싶으면 아닌 것으로 의견이 다 모이는데 모두가 다 아니라고 한다고 이 지원자가 무조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먼저 hirning manager가 그래도 뽑아서 일을 시켜 보자 하는 경우다. 일할 사람이 너무 모자라는 경우 생각한 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기회를 주자고 의견을 내면 모두가 negative to hire라도 hiring manager가 자신의 책임하에 뽑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상당히 모험을 하는 것이고 이렇게 뽑아서 잘 살아 남은 경우는 열명에 한명 정도만 본 것 같다. 그래서 round-table에서 다들 부정적이면 hiring manager가 맘이 들어도 포기하게 된다.

 

두번째는 시니어 포지션을 뽑기로 하고 인터뷰를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시니어는 아닌 것 같고 그보다는 조금 낮은 직급으로는 뽑아서 일을 해 볼만 한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지는 경우이다. 이 때는 공지된 포지션보다 낮은 직급으로 오퍼가 나가게 되는데 이 때는 지원자에게 결정권이 넘어 갔다고 보면 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인터뷰가 다 끝나고 나서 좀 애매한 경우 다른 사람들이 더 인터뷰를 보는 경우도 있다. 

 

지원자가 한사람 이상인 경우 일단 이 지원자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더라도 두번째 지원자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 가급적 같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보게 해서 round-table 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둘 다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으면 가차없이 둘 다 떨어뜨리게 되기도 하고, 반면에 둘 다 괜찮으면 hiring manager가 선택하거나 혹은 부서장/그룹장과 이야기 해서 req을 더 만들 수 있는지 알아 보기도 한다. 

 

 

지원자가 충분한 positive to hire 의견을 받고 hiring manager도 뽑을만하다고 하면 HR에게 알려 준다. 만일 job opening에 이미 직급/타이틀이 공지가 되었다면 그 기준으로 알려 주면 되고 아니면 HR과 이야기 해서 어느 정도의 직급/타이틀로 뽑으면 될 것 같다고 알려 주면 된다. 그러면 HR이 그 직급/타이틀에 해당하는 연봉 수준과 기타 benefit, 즉 sign-on bonus, relocation package라든가 hirning RSU 수준 등을 지원자의 경력을 고려해 hiring manager에게 알려 준다. 

 

Offer에 대한 negotiation은 보통 HR이 직접 담당하는데 지원자가 더 원하는 부분이 있거나 하면 hiring manager에게 알려주고 hiring manager는 부서장/그룹장과 상의해서 그 내용을 조율한다.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 난관에 부닥치고 우리는 이 정도 밖에는 줄 수가 없다고 HR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가급적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데 들어 오는 사람도 기분 좋게 offer 받고 들어와야 일을 잘 하기 때문이다. 들어올 때부터 불만이 있으면 결국 일을 잘 될리가 없다. 반면에 정말 이 사람을 뽑아야 겠다고 하는 경우면 부서장/그룹장과 상의하고 승인을 받아 아애 처음부터 충분한 offer를 제시해 지원자를 확실하게 확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몇번의 negotiation 후 서로가 만족하면 HR이 정식 offer를 만들어 지원자에게 전달하고 지원자가 사인하고 나면 HR이 hiring manager에게 사인 했다고 알려 준다. 이 때부터 지원자가 실제로 입사할 때까지는 거의 대부분 사무적인 절차라 hiring manager가 별로 관여 할 일이 없다. 다만 입사일로부터 1주 혹은 2주 전에 HR/IT 쪽에서 연락이 와서 on-boarding 절차를 밟게 되는데 회사 내에서 사용할 account name, 이메일, 시스템 account 신청, 사용할 laptop 신청, 자리 선정 등을 진행한다. 

 

Hiring manager는 특별한 것이 아니면 인터뷰 끝나고 나서 지원자랑 따로 연락하지는 않는다. 연봉이나 기타 등등은 HR이 지원자랑 다 이야기를 하고 모든 것이 결정되면 사실 입사일이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된다. 

 

 

인터뷰를 보고 일을 같이 할만하다고 해서 뽑긴 했지만 이 사람이 정말 얼마나 잘 할지는 짧게는 서너달, 혹은 6개월 이상을 같이 일을 해 봐야 어떤지 알 수가 있다. 하루 인터뷰로 사실상 그걸 다 파악할 수는 없고 정말 말로만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성과를 내는 사람인지는 같이 일을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사람도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지원자들도 속타는 과정이지만 이 hiring 과정이라는 것은 뽑는 측에서도 모험이고 잘못 선택했다고 무를 수도 없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지난 2021년 2월 중순, 텍사스에 한파가 몰려와 일주일 정도 완전 고립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눈이 한손 길이보다 더 많이 와서 길에는 차가 다닐 수 없었고 정전에 단수까지 최악의 재난이었다.
당시 바깥온도는 화씨 7도, 섭씨로는 영하 14도. 텍사스는 더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추울 수도 있다는 걸 정말 몰랐다. 그래서 텍사스도 한파라는 것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 제설차라는 것이 필요없었으니까. 다행이 가스와 전기가 들어오면 이렇게 가스히터가 돌아 다행이었지만 2-3일 정전된 지역에서는 히터를 돌릴 수 없어 벽난로에 나무 때면서 겨우 겨우 버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