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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나침반

by 피터K 2021. 4. 18.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톡톡 두들겨 보아도 웬일인지 이 녀석은 자꾸 맴돌기만 한다.

이 녀석의 역할이 내게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가르켜주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며칠전부터 자신도 헤매도 있는 것이다.



먼 항해를 떠나는 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나침반은 배를 모는 선장에게

지시를 해 주고 있는셈이다.

아마 사람 사는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혹은

스스로가 세운 목표에 따라 사람은 살아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야할 방향을 자기 마음속의 나침반이 가르켜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 오늘은 조금 피곤하니까 저기로 좀 돌아가지... "

"아니야.. 할 일이 밀렸으니까 오늘은 곧장 나아가야해..."


하고 우리들 마음속에 이 녀석은 계속 부르짓고 있다.


나침반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 올바른 방향만 가르켜 준다면

그 길로 매진하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방향이 계속 주어질때 

나역시 가장 기운차게 살아왔다. 프로젝트가 주어지거나 아니면 

숙제가 주어지던가... 혹은 내가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서 라켓도

사고 공도 사고할 때... 나는 그런 내안의 나침반이 가르키는

대로 살아왔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내게 이 나침반이 가장 굳은 길을 제시해 주었던 때는 고등학교 3학년때라고

생각된다. 그때에 오직 목표는 대학진학이었고 또 2학년때부터 포항공대를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 나의 나침반은 줄곧 한 방향만 가르킬 수 

밖에..  지금 생각하면 공부하는 책상앞에 우리학교 전경이 나온 사진을

붙여 놓을 만큼 정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녀석이 흔들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꺼다.


하지만 요즈음은 좀 다르다. 이상하게도 며칠전부터 이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고만 있는거다. 톡톡 두들겨 보아도, 가끔 그래 네 멋대로

해봐라하는 식으로 덮어 두어도 다시 보면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거다.

이걸 다 나침반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내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바다 한 복판에서 튼튼한 배도 있고(사실 요즈음

이 배가 새기 시작했지만..) 거뜬한 노도 있는데 나침반이 돌고만 있어

어디로도 저어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곧 폭풍이 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아직도 나는 대학원생이 덜 되었는지 내 스스로 자신을 다스려 나가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기면

아마 내 마음 속의 나침반도 올바르게 그 방향을 가르켜 주겠지...


자, 이젠 나에게 용감해져야할 때가 왔나 보다..



PS: 오늘 여러분들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르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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