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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을 - 옛 수필

아주 오래 기억되는 눈빛

by 피터K 2021. 4. 18.

*!* 이 글은 1994년에서 98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문뜩 문뜩 생각해 볼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어제는 우리 실험실에서 회식이 있었다.

박사과정 형 한분이 이번에 학위를 받으시고 졸업을 하시게 

되어서 그 형이 모든 실험실 사람들에게 한턱을 내시는 자리였다.

그자리에는 이미 졸업을 하고 삼성 종합기술원에 계시는 형도

오셨는데, 그 형은 올초에 장가를 가셨다. 우리학교 동기분이랑.

그 동기분이 아직 여기 박사과정이라서 집은 학교 대학원 기혼자

아파트(우리학교에서는 기혼자 대학원생에게 15평 아파트를 줌)이다.

말하자면 주말부부인 셈인데, 이런 회식의 자리가 생기는 바람에

부부동반(?)으로 같이 오셨다. 복집에 가서 이야기가 돌고 술잔이

오고 가면서 한참이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져 갔다. 마침 이 

졸업한 형 부부는 맨 구석에 앉게 되었는데 한참이나 교수님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이 되는 순간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불꽃튀기는 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다 교수님쪽을

쳐다 보느라 그 장면을 못 보았지만 바로 정면에 앉았던 나와 다른 형은

그 장면을 보고 자연스레 손이 술잔으로 갔다. 음... 이 마음, 술로 

달래야지.. 하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술자리에서는 이성문제로 화제가 옮겨갈때가 많다.

하다못해 교수님이 계셔도..

"대체 10시쯤에 전화 붙잡고 계속 쓰는 사람이 누구야? 이건 원

연락을 할 수가 있어야지.."

교수님의 성화아닌 성화에 범인(?) 세 사람은 서로 눈치만 본다.

난 골고루 돌아가면서 그 사람들을 쏘아 보고... 나는 속으로 참 고소하다

라고 생각을 막 하는 순간...

"그럼 피터는 애인 없나?"

교수님의 일침이 나를 꾸르륵... 침몰시키셨다... 음냐...


다른때는 모르겠지만 때론 나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이 들때가 있다. 시내에서 좋은 영화가 상영중이라든가 혹은

좋은 커피한잔에 취해 있을때라든가...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일회용처럼 그때만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을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 버리는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또한 그런 것은 싫다.

서로를 생각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해 준다. 

회식하는 자리에서 서로를 위해 복매운탕의 간을 맞추어 주고

한잔의 술잔을 자연스럽게 기울여 주는 그 두 사람의 행복한 눈빛이

아주 오래 기억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두사람은 서로 힘들거나, 행복할때나 서로의 안식처로 삼으면서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하게 살것 같이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바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나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그 누군가를 찾기 보담은 그 누군가에게 편안 안식처가

되어 주고 싶다. 나의 푸근한 둥지에 안겨 곤한 잠을 자고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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