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4년에서 97년 사이에 KIDS라는 BBS에 썼던 글입니다. *!*
너무나 갑자기 키즈 모임을 가게 되었다. 전혀 계획두 안 하였고,
또 그래서 만나서 신년회 가느냐고 물어 보는 사람마다 저 일이
있어서 못 가요.. 라고 말을 했었는데.. 정말이지 일요일날
오후에 약속도 있고 해서...
그치만 챗방에 있다가 여러 사람이 오라고 유혹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바로 비행장으로 가서 어렵게 대기표 받아서
신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술 한잔을 기울이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이른 아침 비행기로 돌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다시 포항으로 가려고 공항으로 가는 동안,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너무나 아쉬웠다.. 서울에 간다는 거,
그리 쉽게 생기는 기회도 아니고해서, 또 이렇게 어렵게 왔는데
금방 간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비행기 표를 오후 것으로 바꾸었다.
수첩을 들추어 보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중에 전화번호가 하나
눈에 띄었다. 키즈에서 만난 친구이지만, 어제 오지 않았던 친구...
그래서 그 친구가 사는 동네에 갔다.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너무 이르지
않게 시간을 기달려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인지
전화가 통화중이었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고 전화를 다시 걸어 보고..
그래도 통화중... 다시 한번... 역시 통화중...
그렇게 하루 종일 그 친구네는 통화중이었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에는 벌써 미루어 놓은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보고 싶던 친구를 못 만나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학교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너무 오기가 났다. 그렇게
힘들여, 잠을 못 자서.. 꼬박 새었으니까.. , 서울서 만나려 했는데
못 보고 온 것이 나를 자극했나 보다.. 아니 차라리 객기 였을까?
아마도 오기라는 보담은 객기였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으니까.. 후후..
결국 오늘 오후에 챗방에서 그렇게 봐야겠다고 오기를 나게 만들었던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그 친구에게 조금은
흥분한 채로 이야기를 했다. 나, 너 볼려고 서울서 오후까지 있었어..
그 친구도, 그래? 하면서 반가워했지만, 곧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묻혀 나와의 대화가 금방 멀어 졌다. ... 사실 그렇게 대화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워낙 그 친구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친하고
붙임성이 좋으니까.. 나도 그런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난 너무나
어렵게 만나서 굉장히 반갑고 기뻤는데, 막상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느라고
나의 말에 댓구도 자꾸 지나치게 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후 나의 이상한 태도에 무슨 낌새를 챘는지
속말로 내게 물었다. 왜? 화났니?
그때 나는 모라고 이야기 해야 할지 잘 몰랐다. 화가 났는데도
난 그래, 화났어.. 하고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고 있다가, 그냥 기분이 안 좋아 하면서 나와 버렸다.
키즈도 접속을 끊고... 윈도우를 끄고...
화를 낸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스워서
웃는 일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낸다는 거..
참 자연스러운 일인데...
하지만 살아 가면서 때때로 느끼고는 한다. 그렇게 화를 참아야 한다는
것을... 남한테 자신의 화난 모습을 숨겨야 한다는 것...
그것이 미덕처럼 보이고, 군자처럼 보이게 하니까..
하지만,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는 화가 나도 참고 꿍하게 있는 다는 것은
오히려 사이를 더 어색하게 만드는 일인것 같다. 친구이고 이해해
줄 수 있으니까, 화가 날때 화를 내고 오해를 풀고.. 하는 것이
더 우정이란 것을 돈독히 해주는 것이 아니련지..
내가 나의 화를 품에 안고 견딘다는 것.. 그것은 나를 너욱 비참하게
만들고 오히려 친구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아까 나의
좋은 친구를 어렵게 만든 것처럼...
나라는 애를 나도 잘 모르겠어.. 라는 나의 말에 , 나도 나를 잘 몰라 :)
라고 이야기 해주던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챗방에서 가만히 있을때, 내가 말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조차도 신경 써 주던 친구에게.. 난 너무 큰 투정을 부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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