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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자동차 구매, 그 이후

by 피터K 2022. 1. 30.

자동차를 사는 것은 앞선 포스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마트에서 물건 골라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예약 후 몇달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보통 하루, 빠른 경우 오전에 방문해서 점심 때쯤 차를 몰고 나올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일까? 아니다, 몇가지 그 이후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임시등록증

 

모든 자동차는 당연히 등록을 해야 한다. OTD 항목에 이 자동차 등록에 대한 항목이 들어가 있는데 자동차 등록을 dealer가 대행해 준다. 모든 자동차 등록은 각 주의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를 통해서 하게 된다. Disney 영화 중에 Zootopia 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DMV에 방문했더니 거기에서 근무하는 동물은 나무 늘보였고 일처리는 정말 정말 느릿느릿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냥 느리게 일하는 것을 보고 한국 관객들은 그냥 웃었겠지만 미국 관객이라면 정말 그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했을 것이다. 정말로 DMV를 찾아 가면 일처리 하는 것이 영화 속의 나무 늘보처럼 그렇게 느릴 수가 없다.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자동차를 사는 경우 직접 DMV를 방문해서 등록해야 하는데 예약을 잡고 가더라도 그냥 하루는 종일 DMV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Dealer의 경우 정말 직접 방문해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dealer에서 차를 사면 임시 등록증을 프린트 해서 자동차에 붙여 준다. 

 

CA 임시 자동차 등록증

CA에서는 손바닥만한 종이 사이즈로 앞 유리창 왼쪽 아래에 붙여 준다. 번호판은 물론 아직 없다. 그래서 길에서 번호판 없는 차들을 보면 앞 유리창 앞에 정말 손바닥 만한 종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TX 임시 자동차 등록증 (출처: Houston Chronicles)

TX에서는 종이로 된 임시 번호판 같은 것을 만들어 준다. 이것을 앞 뒤 번호판 위치에 달게 되는데 거기에는 유효 날짜가 적혀 있다.

 

이 임시등록증을 차에 붙이고 나서 차를 집으로 몰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3-4주 정도가 지나면 정식 등록증이 우편을 통해 집으로 배달이 된다.

 

 

자동차 보험

 

자동차 보험에 들어 있지 않으면 그 차량은 자동차 등록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자동차 등록 서류 중에 하나가 자동차 보험에 들어 있다는 증명서, 즉 보험 증서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에 자동차 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 구매한 자동차를 등재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보험 회사에 연락해 자동차의 차대 번호, 즉 VIN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를 알려 주면 된다. VIN만 알면 어느 메이커의 어느 모델인지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만일 기존의 차를 팔거나 혹은 trade-in을 해서 dealer에게 넘겼다면 보험사에 연락할 때 팔아 버린 차의 VIN, 혹은 어느 메이커의 어느 모델인지 알려 주고 그 차를 보험에서 빼 달라고 하면 된다.

 

오래된 차를 팔고 새차를 샀다면 당연히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물론 새로 산 차가 아주 소형이라면 내려갈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이든지 자동차 보험으로 커버하는 차의 종류가 바뀌면 바뀐 날짜를 기준으로 보험사에서는 새 보험료를 계산하고 만일 새 보험료가 기존에 냈던 보험료보다 싸지면 그만큼의 금액을 체크로 보내 주거나, 비싸지면 더 내라고 청구서를 보내게 된다. 만일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경우라면 다음달 보험료부터 변경된 금액으로 청구가 된다.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자동차 변경 내용, 특히 새 차에 대한 정보를 보험사에 업데이트 해야 하지만 보통 7일에서 10일까지는 기존의 보험으로 새 차가 커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정이 있어 바로 바로 보험사에 연락하지 못하는 경우에 어느 정도 여유를 주는 것이다. 오후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 아침에 연락해 업데이트 해도 그 사이 사고가 난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기존 보험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차를 처음 사는 경우, 그래서 기존에 보험이 없는 경우 먼저 보험을 들고 와야 dealer에서 차를 가지고 나올 수 있다. VIN만 알면 어떤 메이커, 어떤 모델인지 그리고 언제 생산된 건지 전부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보험사에 VIN을 알려 주고 무료 견적을 받을 수 있다. 그 중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을 들고 dealer에게 보여 보험을 들었다는 증명을 보여 주면 차를 가지고 나올 수가 있다.

 

 

번호판 (License plate)

 

예전에는 미국이 왜 영어로 United States인지 잘 몰랐는데 CA에서 살다가 TX로 이사오고 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국은 자체도 엄청나게 큰 영토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주(State)도 왠만한 아시아/유럽의 한 나라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마치 서로 다른 나라가 다른 법률과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 주는 서로 다른 문명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San Jose/CA에서 Austin/TX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데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면 대만쯤 된다. 그 정도 거리이면 서로 다른 나라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각 주(State)는 스스로의 주의회/주대법원/주행정부를 가지고 있서 미국 헌법에 나와 있듯이 군사와 외교에 대한 것만 연방 정부에 위임한 상태이지 나머지는 각 주마다 서로 다른 법률과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같은 미국이라도 각 주마다 서로 다른 번호판을 사용하고 운용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각 주별 서로 다른 형식의 번호판. 50개주 전부 다 다르다. (source: Carfax.com)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일단 자동차를 dealer에서 사서 나오면 임시 등록증을 붙여 주고 dealer에서 DMV에 차량 등록을 마치면 새 번호판을 받게 된다. 이것도 CA와 TX가 달랐는데 CA에서는 자동차가 등록된 주소, 즉 내 집으로 우편으로 배달 된다. 반면에 TX에서는 새 번호판이 dealer에게 배달되어서 dealer에게 전화로 도착했다고 연락이 오면 가서 달아야 한다. 내 경우에는 가서 달지 않고 집으로 다시 우편으로 보내 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전달 받았다.

 

2004년 12월에 첫차를 구매했는데 다음해 2월에 사진처럼 집으로 이렇게 번호판이 우편으로 왔다. 이만하면 왜 영화에서 DMV 내의 동물을 나무늘보로 묘사했는지 알 수 있다.

CA에서 TX로 이사 왔을 때 차도 함께 가지고 왔는데 TX로 이사 오고 나서 자동차 등록을 새로 해야 했다. TX에서는 우선 자동차 검사를 받고 그 검사지를 들고 주소지 해당 카운티 tax-accessor collector office로 가야 한다. 구지 번역하자면 카운티 세금징수사무소인데 거기에 타주 차량 등록증, 자동차 보험증, 검사지를 제출하고 등록비를 내고 나면 등록이 끝난다. 재미 있었던 건 등록이 끝나고 새로운 번호판을 우편으로 보내 주는 것이 아니라 번호판이 쌓여 있는 옆 박스에서 한 세트를 집어 들더니 그 자리에서 새 번호판을 주었다. 그리고 예전 CA 번호판은 반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도 집에 옛날 CA 번호판을 보관하고 있다 (반면에 우편으로 반납해야 하는 주도 있다).

 

 

자동차 검사 및 등록

 

이제 임시 면허증도 떼고 정식 번호판도 붙이고 나면 이제 일년에 한번씩 자동차 등록을 등록비와 함께 납부하여야 한다. 일년에 한번 등록하는 것은 CA와 TX가 같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CA에서는 2년마다 한번씩 smog check라는 것을 해야 한다. 자동차 경정비하는 곳이거나 혹은 이 smog check만 해 주는 곳이 있는데 자동차 등록 우편이 오면 그 우편을 들고 검사소에 간다. 거기서는 이 차가 공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오는지를 검사해서 등록 우편물에 찍혀 있는 바코드를 이용해 DMV로 정보를 전송한다. 보통 반나절 정도 기다려 인터넷으로 자동차 등록을 하면 기록이 같이 뜨고 정상적으로 재등록 (renewal)을 할 수 있다. 2년마다 한번씩 하기 때문에 검사가 필요없는 해면 바로 재등록을 할 수 있다. 재등록 (renewal)을 하고 나면 3-4주 후에 (역시 나무늘보) 집으로 새등록증이 날아 오는데 거기에 연도표시가 된 스티커가 같이 온다. 위의 사진에 보면 번호판 중 하나에 스티커가 양 옆에 붙어 있는데 왼쪽은 처음 등록한 달, 오른쪽은 등록한 연도를 나타낸다. 재등록할 때마다 다음해까지 숫자가 적힌 스티커가 오고 매년 그 스티커를 예전 연도 스티커 위에 계속 덛붙여나가게 된다. 그럼 자동적으로 이 차의 등록 유효기간이 언제인지 알수가 있다. 즉, 위 사진에서는 이 차는 2005년 12월까지 등록이 유효한 차라는 뜻이다. 10월쯤 재등록 (renewal)을 위한 우편이 오는데 자동차 등록비를 납부하고 나면 집으로 "2006" 스티커가 새로운 등록증과 함께 집으로 온다. 스티커가 붙은 번호판을 반드시 자동차의 뒤에 붙여야 한다. 재미 있는 건 이 연도 스티커가 연도마다 색상이 다르다. 그래서 색상만으로도 유효기간이 언제인지 금방 알 수가 있다.

 

TX에서는 번호판에 등록기록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운전석쪽 앞유리창 왼쪽 아래에 스티커를 붙이게 된다. 그리고 state inspection, 결국 같은 smog check인데 이건 매년 해야 한다. 다만 새 차를 구매 했을 경우 첫 해는 하지 않아도 된다. 등록 스티커에는 월과 연도가 같이 찍혀 있으며 매년 옛날 것을 떼고 새 것을 같은 위치에 붙여 주어야 한다.

 

TX 자동차 등록 스트커. 2018년 4월까지 유효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Source: CommunityImpact.com)

 

 

자동차 소유증서 (Certificate of title) + 할부

 

집문서처럼 자동차의 소유주가 누군지를 나타내는 자동차문서, 즉 certificate of title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이걸 pink slip이라고 말하는데 주마다 형식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핑크색 바탕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서에는 차량 VIN, 메이커, 모델, 그리고 소유주가 적혀 있다. 

자동차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이 certificate of title이 필요하다. 매매를 하는 경우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거기에 사인을 하고 파는 사람은 certificate of title의 매매 항목을 증거로 가져 온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DMV에 더 이상 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신고를 해야 한다. 보통 사는 사람이 그 title을 가지고 DMV에 새로 등록을 하면 자동적으로 소유가 말소되기도 한다는데 만일 개인 간의 매매의 경우 사는 사람이 등록을 미루면 서류 상으로 그 차는 계속 판 사람 소유로 되어 있어 신호 위반 범칙금, 사고 시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서류 상의 소유자인 판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종종 차를 팔았는데 자기 한테 불법 주차 범칙금이 날아 왔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 오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간의 거래의 경우 매매 당사자 둘이 바로 DMV에 가서 이전/등록까지 마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DMV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신 차를 dealer에게 팔 수도 있는데 새 차를 구매 하면서 기존의 타고 있던 차를 trade-in으로 팔고 그 가격만큼을 새 차 가격에 반영할 수도 있다. Trade-in으로 거래할 경우 개인에게 파는 것보다 $1000에서 $3000 정도 낮은 가격으로 매매 가격이 정해진다. 반면에 title 이전 같은 절차에 있어서는 아주 깨끗한 거래를 할 수 있다. 차를 파는 것에 대한 것만 title에 사인하고 나면 나머지는 dealer가 다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만일 차를 할부로 샀다면 자동차의 소유주는 나이지만 해당 title은 저당이 잡혀 (lien) 융자 회사에 보관이 된다. 그리고 title에도 어떤 어떤 융자 회사에 저당(lien)이 잡혀 있다고 적혀 있게 된다. 따라서 아직 할부 융자가 끝나지 않은 차는 내 손에 title이 없기 때문에 팔 수가 없다. 할부가 모두 끝나 융자금을 다 갚게 되면 융자 회사에서 title을 집으로 보내 주고 DMV에 저당을 풀었다고 신고한다. 문제는 융자 회사에서 받은 title에는 아직 저당(lien) 문구가 적혀 있는데 DMV에 lien 문구가 빠진 새 title을 요청할 수 있다. 

 

만일 할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를 하고 싶은 경우에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먼저 융자금을 모두 갚고 새 title을 받은 다음에서야 거래를 할 수 있고 dealer와의 거래에서는 거의 모든 절차를 dealer가 대행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trade-in 하거나 dealer에게 직접 팔 때 개인 간의 거래에서보다 차 가격을 더 낮게 받을 수 밖에 없지만 이런 모든 행정적인 절차가 편해서 dealer와의 거래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차를 사는 것부터 사고 나서 관리하고 매년 등록하고 하는 절차들이 복잡하고 귀찮지만 미국에 살면서 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항목이라 이런 모든 것들은 어쩔 수 없는 미국 일상 중에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때론 귀찮은 건 귀찮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