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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운전 면허증

by 피터K 2022. 2. 2.

한국에서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을 이야기 하지만 미국에서 신분증이라고 하면 보통 운전면허증을 의미한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 security check point를 통과한다거나, 종종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Photo ID"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면 된다. 따라서 운전을 위한 목적 뿐만이 아닌 신분증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유학/취업 등을 통해 왔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TX 기준으로 하면 만 16세가 되면 provisional license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이 면허증은 몇가지 제약이 있는데 가족이 아닌 21세 이하의 동승자를 태울 수 없으며,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면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는 운전 할 수 없다. 그리고 만 18세가 되면 시험을 통해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다.

 

Provisional 혹은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전에 연습 면허(Learner's license)를 발급 받을 수 있는데 이건 성인이 동반해서 시험보기 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면허이다.

 

신분증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인수표를 발행하는 경우 종종 개인수표에 운전면허증 번호를 함께 적어 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분증이 필요한 경우 State ID라는 것을 발급 받을 수도 있다. 같은 Photo ID 역할을 하지만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차이만 있다.

 

 

운전면허증 발급 받기

 

이것도 주마다 다른데 CA에서는 DMV에서 신청하고 시험을 보았지만 TX에서는 Department of Public Safety (DPS)라는 곳에 가서 신청하고 시험을 본다. 사실 상 평생 운전면허시험은 한번 보고 계속 갱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의 내용은 설명이라기 보다는 2004년에 CA에서 운전면허를 발급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CA에서 운전면허를 발급 받기 위해서는 우선 필기시험을 치루어야 한다. 일단 DMV에 가서 필기시험 신청을 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는다. 한국에서는 증명 사진을 제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그날 찍은 그 사진을 이용해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이 사실을 몰랐던 나와 와이프는 얼떨결에 정리도 되지 않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서 운전면허증 사진이 정말 엉망이었다.

 

필기시험은 주변에서 필기 시험지를 구해 알아서 공부를 하면 된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상식에 속하는 것들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다. 다른 주는 모르겠지만 CA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여러가지 다른 언어로도 시험을 볼 수가 있다. 게다가 한국어도 포함이 되어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다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시험을 보게 되면 20문제 정도 되는 도로표지판에 관한 시험 문제를 추가로 더 풀어야 했었다.

 

시험문제는 문제은행식이여서 모두 몇가지 유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 한 유형의 문제집을 골라서 시험 보게 된다. 당시 2004년에는 DMV에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신청해 방문하면 그 자리에서 담당자가 여러 유형의 문제집 중 하나를 임의로 골라서 전해 주고 DMV 구석에 마련된 시험장소, 그냥 칸막이가 둘러쳐 있는 장소에 가서 시간 내로 답안지를 작성해서 가져다 주면 된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채점을 해서 합격 여부를 알려 준다. 합격하면 바로 실기 시험을 예약할 수 있었다.

 

재미 있는 사실은 그렇게 시험을 보고 나면 채점이 끝난 시험지를 그냥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내가 먼저 시험을 보고 합격한 후 시험지를 집에 가져 왔는데 와이프가 다음 날 시험보러 갔을 때 같은 유형 시험지가 걸려서 만점으로 합격하고 돌아 왔다.

 

아마 지금은 전자식으로 모두 바뀌었을거라 생각하지만 당시 2004년에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었다.

 

실기 시험을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시험을 보기 위한 차를 가져 가야 한다. 운전하기 위해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으려고 하는 것인데 그 시험을 위해서 차를 운전해 가야 하다는게 약간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대부분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연습먼허를 먼저 발급 받기 때문에 부모가 동승해서 오거나 혹은 부모가 운전해서 실기 시험장으로 가게 된다. 

 

실기 시험을 위해 차를 주차 시켜 놓고 대기하고 있으면 시험 감독관이 와서 우선 자동차의 보험증을 검사한다. 그리고 조수석에 타면 본격적으로 시험이 시작된다. 시험 감독관의 지시에 맞추어서 DMV를 빠져 나가 주변 골목을 돌면서 신호 준수 여부, 사거리에서의 회전, 신호 준수 여부, Stop sign에 대한 준수 여부 등등을 채점해 나간다. 지시대로 여기서 좌회전, 저기서 우회전 하면서 다시 되돌아 오면 시험은 끝나고 그 자리에서 합격 여부를 바로 열려 준다. 

 

합격하는 경우 감독관이 사인한 합격증을 가지고 DMV에 가서 접수하면 역시나 4-6주 사이에 집으로 운전 면허증이 배달되어 온다.  

 

역시나 2004년 12월에 면허시험에 합격했는데 2월이나 되어서야 집으로 운전면허증이 도착했다. 당시 CA 주지사는 Arnold Schwarzenegger. 그래서 뜻하지 않게 터미네이터의 사인이 든 운전면허증 우편물을 받아 쥐었다.

 

TX에서는 큰 아이가 운전면허시험을 보았는데 필기는 인터넷으로 본 걸로 기억하고 실기가 조금은 특이했던 걸로 기억한다. 부부 간에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에 운전 연습 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 싸움으로 끝나기 때문에...) 동네 운전면허학원이 있어서 거기서 연습하고 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실기 시험을 보려고 하니 이 운전면허학원에서 그 연습했던 학원차로 실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DPS를 방문하지 않고도 학원차로 시험을 봤고 합격을 했다. 요즈음은 그런 식으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TX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운전면허증 갱신 및 변경

 

특이하게 운전면허증의 만료일은 발급날짜와는 상관없이 본인의 생일까지이다. TX 기준으로 만 18세 이전에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았다면 만 18세가 되는 날까지가 유효기간이고 그 때 한번 갱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18세 이후에 발급 받았다면 기존에는 6년, 2020년 6월부터는 8년짜리 새 면허증이 발급된다. 만료일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으면 갱신 할 수 있지만 2년이 지났다면 갱신이 안 되고 처음부터 다시 운전면허증을 따야 한다. 만일 85세가 넘었다면 2년마다 직접 DPS (Department of Public Safety)에 방문해서 갱신하여야 한다. 

 

보통 만료일이 되기 2-3개월 전에 등록된 주소지로 갱신에 대한 우편물을 받게 되는데 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갱신은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79세가 넘었다면 인터넷으로는 안 되고 DPS를 방문해 vision test를 받은 후 갱신 할 수 있다. 수수료를 내고 나면 다시 4-6주 내에 집으로 새 면허증이 배달된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갱신할 수 있는 조건은 지난 번 발급/갱신 때 DPS에 방문해 받았을 경우라고 나와 있는데 그 말은 한번은 인터넷으로 갱신되지만 그 다음 번엔 DPS를 방문해야 하는 걸로 이해가 된다. 2025년이 만료일이니 그 때 어떻게 되는지 한번 기다려 봐야겠다. 

 

반면에 CA에서 살 때는 두번 정도 갱신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번 다 그냥 인터넷으로 갱신했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때 찍은 그 사진 그대로 내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운전면허증에는 사진과 생일, 그리고 집 주소까지 적혀 있기 때문에 이사를 하는 경우 집 주소를 업데이트 해야 할 필요가 있다. CA에 있을 때에는 DMV의 너무 많은 업무량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느린 행정처리 때문인지...) 인터넷으로 집 주소는 업데이트 할 수 있지만 새로운 면허증을 발급해 주지는 않고 뒷면에 새 주소를 적고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다.

 

반면에 TX에서는 이사 하고 나서 새 주소로 업데이트 후 새로운 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면허증에 제대로된 주소가 적힌 면허증이 있는 것이 훨씬 편하긴 하다.

  

9/11, 즉 뉴욕 무역센터 테러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Real ID 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신분증처럼 사용되던 운전면허증을 누구나 취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다 못해 관광 비자로 와서 미국 운전면허증을 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가장 security가 강화된 곳이 공항이고 비행기 탈 때 security check에 photo ID로 운전면허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면허증이 정식으로 신분이 확인된 사람에게 발급되었는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그게 바로 Real ID이다. 원래 2021년 10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2023년 3월로 시행이 미루어졌다.

 

Real ID가 적용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정식 법적 이름
  • 생년월일
  • 사회보장번호 (Social Security Number)
  • 2가지 종류의 거주지 증명 (보통 자기 이름이 들어간 전기세, 세금, 은행 고지서 등을 이용한다)
  • 법적 체류 증명 (시민권자, 영주권자, 혹은 다른 비자 종류)

위의 내용이 확인되고 나면 면허증이 발급될 때 아래와 같은 마크가 면허증에 포함된다. 정식으로 시행되는 2023년 3월 이후에는 이 Real ID 마크가 없는 운전면허증으로는 비행기를 탈 수가 없고, 정부기관이라든가 기타 정식 Photo ID가 요청되는 곳에서는 반드시 Real ID 마크가 있는 면허증을 사용해야 한다.

Real ID mark (source: DHS homepage)
Read ID mark가 들어간 운전면허증 샘플 (source: DHS homepage)

 

타주 운전면허증 변경

 

위 면허증 샘플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각 주마다 운전면허증의 모양과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운전면허증이 신분증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주에서 발급된 서로 다른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는 것은 불법이다. 즉, 운전면허증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의 단 하나만을 소지할 수 있다. 

 

따라서 CA에서 TX로 이사오면 이 운전면허증부터 변경해야 하는데 DPS 사무실에 찾아가 집 주소, 즉 거주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CA에서 발급받은 면허증을 제시하면 그 자리에서 사진 새로 찍고 종이로된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 주고 실제 면허증은 다시 4-6주 안에 집으로 배송되어 온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CA 면허증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주의 서로 다른 면허증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으로 이건 TX DPS에서 CA DMV로 보내서 처리한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바로 면허증만 교환해 주는 주가 대부분이지만 New York 주는 vision test는 새로 통과하여야 하며, Oregon 주는 아애 처음부터 새로 따야 한다고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