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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은행 계좌 만들기 / 송금

by 피터K 2022. 2. 18.

이사한다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 중에 하나이다. 옆동네로 이사 가는 것도 그럴진데 태평양 건너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건 정말 귀찮은 일 태산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귀찮은 일 중에 하나가 많은 것들을 새로 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하나 하나는 돈이 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주/이민을 위해 소위 말하는 정착금이라는 것을 준비해 와야 한다.

 

한국에서는 돈을 보내려면 그냥 간단한 계좌 송금을 이용하지만 미국으로 처음 이주/이민을 해 오는 경우 송금할 미국의 계좌라는 것이 있을리 없다. 그래서 출국할 때 현금을 일부 가져 와야 하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몇가지 있다.

 

한국에서 출국할 때 일인당 만불이 넘으면 출국 때 세관신고를 해야 한다. 세관신고라고 해서 괜시리 세금을 더 낸다거나 걱정하기 쉬운데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신고만 하면 된다. 일인당 만불이므로 신고가 귀찮거나 신경 쓰이면 일인당 $9,999 씩 가지고 나오면 되긴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신고"이지 벌금이나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미국으로 입국 할 때는 "가족"당 만불이 넘으면 신고해야 한다. 이건 한국에서 출국할 때보다 더 중요한데 반드시, 아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미국 입국 때 비행기 안에서 입국 신고서와 함께 CBP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declaration form, 흔히 세관신고서 (Customs form) 이라는 것을 작성하게 된다. 여기 항목 중에 하나가 만불 이상 소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다. 이 세관신고서는 가족 당 한장을 쓰게 되므로 가족 전체가 만불 이상 소지하고 입국하면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도 이건 단순히 신고이다. 

이 항목에 체크를 하고 나면 입국 심사 후 세관 검사하는 곳으로 가서 현금은 얼마, 체크는 얼마 등등 총 얼마의 금액을 어느 만큼 소지하고 있는지 종이에 적어내게 된다. 물론 여기에 부과되는 세금이나 벌금은 없다. 신고만 하면.

 

위 항목 중 13번. 해당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만불 이상 소지 했는데 신고하지 않았을 때다. 이 때는 문제가 아주 아주 심각해진다. 의외로 미국은 돈에 관련된 일에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가족당 만불이라고 가족이 따로 따로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더 큰일이 난다. 누가 봐도 가족인거 뻔하게 보이는데 이러다 걸리면 실수가 아닌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려고 작정한 셈이 되니 더 큰일이 난다.

 

신고하지 않고 들어 오려다 걸리게 되면 일단 전체 금액을 몰수 당할 수 있고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 아주 최악의 경우는 입국 거부가 되고 바로 돌아와야 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음에 미국 입국 할 때마다 문제가 된다거나 비자가 거절 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벌금도 없고 단순히 총 얼마를 어떻게 가지고 들어 오는지 적어 내기만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고 신고하기 바란다.

 

 

처음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괘나 큰 금액이 들게 되기 때문에 일단 첫 입국 때는 어느 정도 현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 이 경우 보통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한국의 은행에서 여행자 수표 (traveler's check)를 만들어 오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당장 필요한만큼만 들고 들어 오고 미국에서 계좌를 만들자마자 바로 한국에서 송금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후자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2004년의 일이라 간단히 여행자 수표로 4만불 정도를 첫 정착금으로 들고 들어 왔던 걸로 기억한다.

 

현금을 계속 들고 다니거나 큰 액수의 여행자 수표를 사용하기 힘드니 미국에 도착하면 은행 계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거의 전국 은행 시스템이지만 미국은 워낙 국토가 넓다보니 흔히 들어본 은행도 어느 지역에 가면 지점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San Jose/CA에서 Austin/TX로 이사 오면서 그런 일이 생겼는데 San Jose/CA에는 주변에 Citi 은행이 많아서 Citi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했었다. 그런데 Austin/TX로 이주하게 되었을 때 Austin/TX에는, 그리고 그 주변 도시 어디에도 Citi 은행 대리점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주하기 전에 주거래 은행을 Austin/TX에 비교적 많은 Chase 은행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그랬던 것 같은데 debit 카드/현금 카드로 계좌에서 돈을 찾을 때 같은 은행 ATM이 아니면 수수료가 엄청나게 붙는다. 그래서 가급적 주변에 많은 은행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에는 여권만 가지고 은행 계좌를 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SSN이나 ITIN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계좌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경우 은행에서는 IRS에 보고 해야 하기 때문에 계좌 소유주의 SSN이나 ITIN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여러가지 계좌 종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반 계좌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계좌를 이용한다.

 

첫번째 계좌 종류는 checking account이다. 이게 기본인데 이 계좌를 이용해 개인수표 (personal check)를 사용할 수 있고 개인수표는 정말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가장 기본적인 입금/출금/개인수표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부 혹은 파트너 사이인 경우 이 계좌를 joint account, 즉 공동명의의 계좌로 만들 수 있다. 

 

두번째 계좌 종류는 saving account이다. 이름 그대로 저축을 위한 계좌인데 과거에는 이 saving account의 이자가 훨씬 높았고 개인수표로 바로 꺼낼 수는 없다. 말하자면 checking account는 늘 입금/출금이 이루어지는 계좌이지만 saving account는 그런 입금/출금이 자주 이루어지는 않으므로 은행 입장에서는 좀 더 예측가능한 자금 운용을 할 수 있어 이자를 좀 더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은 거의 금리가 0%에 가까워 saving account라는 것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checking account는 기본으로 열고, saving account는 자금을 분산해서 관리하거나 할 때 만들어 사용한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수수료에 대해서 많이 민감해졌는데 위의 기본 두 계좌, checking & saving account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관리 수수료가 있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하는데 checking account의 경우 월급이 자동으로 입금되는 경우라든가 일정 금액 이상의 balance가 남아 있다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saving account의 경우에도 월 $500 이상의 balance를 유지하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예외 조건은 은행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일 수수료 예외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아주 칼같이 매달 수수료를 바로 account에서 빼간다.

 

부모님께서 아직 한국에 계시기 때문에 생일이나 명절 때 송금하기 위해서 아직 신한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트에 연결할 때마다 별의별 security program을 설치하라고 한다. 그리고 송금 할 때도 OTP 혹은 secure card에 적힌 난수들을 이용해 모든 정보를 입력해야 그제서야 송금이 이루어진다. 많은 경우 송금 수수료도 없고 송금 자체는 편한것 같은데 과정 자체는 많이 복잡한 것 같다.

 

미국에서 처음 account를 열고 인터넷 뱅킹을 했을 때 아무런 security program도 없고 OTP 같은 것도 없고 그냥 일반 인터넷 사이트 로그인 하는 것처럼 로그인하고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을 때 이거 너무 간단한 것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한국 사이트는 그렇게 복잡한데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security가 강화되어 핸드폰으로 인증 번호를 받아서 로그인이나 송금 같은 중요한 일들을 2중 보안을 하는 추세이다. 

 

송금 혹은 계좌 이체도 한국처럼 쉽거나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경우 송금/계좌 이체 (wire transfer)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생각보다 수수료가 꽤나 비싸다. 이런 경우 개인 체크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 Zelle/Venmo 같은 송금 서비스가 사용되기 시작해서 은행이 제공하는 wire transfer가 아닌 이 Zelle/Venmo 서비스를 많이 사용한다. 수수료도 따로 없고 비교적 빨리 송금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