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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아파트

by 피터K 2022. 1. 3.

사람이 살아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라는 말이 있다. 이 중에 먹는거 입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것들이 많지만 주거에 해당하는 것은 비슷하기도 하지만 너무 생소하기도 한 점이 많다. 한국에는 거의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계소에 가서 나와 있는 아파트를 알아 보면 되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부동산 중계소라는 것이 아파트 주변에 있지도 않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미국의 아파트들은 일반적으로 전체 단지를 관리하는 회사가 있고 단지 내에 leasing office라는 상주 사무실이 있다. 어느 아파트를 찾아가든지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 이 곳 leasing office이고 이 leasing office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 주는 푯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이게 된다.

 

미국에서 살면서 처음 San Jose/CA로 왔을 때 아파트에서 3년, 그리고 Austin/TX로 이주해 왔을 때 4개월 아파트 생활을 했었는데 이 두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아파트와는 어떤 점들이 다른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파트 외부

 

한국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당연해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 2-3층이 많다. 3층보다 높으면 관련 법상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고층 아파트가 아애 없지는 않지만 내가 살았던 San Jose/CA과 Austin/TX의 일반 주거지역 내에서는 아파트는 2층이 일반적이었다. 아파트의 한 가정을 unit이라고 부르는데 한 건물에 작게는 4 unit에서부터 많게는 20여개의 unit이 달려 있다. 미국 주소는 "지번 길이름, 도시이름, 주이름, ZIP 코드" 순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 한 건물에 이 주소가 할당되고 그 건물 unit에는 각각 unit number 혹은 알파벳이 부여된다. 그래서 미국 처음 왔을 때 집주소가 "20030 Rodrigues Ave, Unit L, Cupertino, CA, 95014"였다. 같은 길이름을 가지는 건물에 Unit A부터 Unit L까지 12 unit이 있었던 셈이다. 

 

Unit 수가 아주 작은, 그래서 보통 개인 소유의 아파트들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어느 정도 대단지로 회사가 운영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보통 수영장과 헬스장이 마련되어 있다. 수영장은 야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출입문 열쇠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헬스장의 경우 기구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에 입주할 때 헬스장 열쇠도 받기도 한다. 일종의 아파트 공동 편의 시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미국 살면서 차가 없다면 정말 정말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에 주차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한 건물에 여러 unit이 함께 있다보니 각 unit에 바로 연결된 garage는 거의 없는 편이고 detached garage, 즉 unit과 떨어져 있는 garage가 있거나 혹은 그나마도 없이 covered parking lot, 즉 위에 천막 지붕만 있는 주차장도 있다. 

생각보다 아파트 unit 내에 수납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detached garage가 있는 경우 그 안의 일부를 창고처럼 쓸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Covered parking lot으로만 된 곳은 사방이 다 뚫려 있기 때문에 창고처럼 쓸 수는 없고 다만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한다거나 우박 같은 것으로부터 간단한 보호는 받을 수 있다.

Detached garage같은 경우에는 비용을 더 내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살았던 그 Cupertino 아파트는 각 unit 당 지정된 detached garage가 하나씩 다 있었다. 반면에 Austin/TX으로 이사 왔을 때 머물렀던 아파트는 garage가 없고 covered parking lot만 있었는데 각 자리는 지정번호가 있었고 이용하려면 월 이용료를 따로 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노상 주차장에 지정번호 없는 자리에 세워야 했다. 그래서 저녁에 늦게 들어오거나 하면 내 unit과 한참 떨어진 곳에 주차할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 내부

 

한국의 아파트는 같은 단지 내에서의 거의 모든 가구가 같은 floorplan을 가지고 있다. 이건 같은 단지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 아파트는 기본 floorplan은 다 같은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찾아 가는 집에서도 대강 화장실이 어딘지, 안방이 어딘지 등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대체로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이 각 구석에 위치하고 가족들이 그 거실와 그 옆의 부엌에 보이도록 배치가 되어 있다.

반면에 미국 아파트는 floorplan이 참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거실과 부엌이 나란히 있다는 것과 그 옆에 작은 dinning room이 있다는 것은 대체적인 기본이고 방들은 긴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배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floorplan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 집에 방문하면 일단 화장실이 어딘지는 꼭 한번씩 묻게 된다.

 

빨래는 당연이 집에서 한다는 한국적 사고와는 다르게 예전에는 많은 미국 아파트들이 unit 안에 세탁실이 없고 단지 내에 laundry room이 있거나 혹은 동전 빨래방이라고 하는 주변 상가의 coin laundry를 가야만 했다. 2004년 처음 미국 와서 San Jose/CA 아파트를 알아 보기 위해 주변 아파트 5-6군데를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했었는데 그 중에 절반 정도가 unit 내에 세탁실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세탁실을 포함하는 unit 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를 항상 같이 쓰는데 세탁기는 Washer, 건조기는 Dryer라고 해서 보통 W/D 라고 표기하고 아파트 floorplan에 W/D라고 적힌 공간이 보이면 거기가 세탁기/건조기를 놓을 수 있는 세탁실이다. 작은 아파트 unit에 두 개를 한꺼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아래는 Washer, 위에는 Dryer가 달린 세로형 모델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삼성과 LG에서 옆으로 나란히 두는 것이 아닌 위, 아래로 쌓는 세탁기, 건조기를 광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대체로 그런 형태라고 보면 된다. 구글에 "GE laundry center"라고 검색해 보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파트 floorplan에 D/W 공간이 있더라도 세탁기/건조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혹은 단독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보통 냉장고는 포함되어 있지만 D/W는 공간이 있더라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Cupertino에 있었던 아파트는 다행이 Laundry center 형의 D/W가 unit에 있었는데 Austin/TX에서 머물렀던 아파트는 D/W 공간은 있었지만 설치 자체는 되어 있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D/W를 빌려 주는 회사를 이용할 수 있다. 한달에 약 $40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연락하면 날짜 시간을 정해서 D/W를 가져와 연결해 주고, 아파트 나가는 날 맞추어서 연락하면 다시 와서 가져간다. 

 

예전 사진에 이사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텅 비어 있는 아파트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떤 아파트는 가구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단기로 지내거나 혹은 이사가 잦은 경우 일일이 자기 가구를 사지 않고 소파, 책장, 책상 등이 포함된 아파트 unit을 빌리기도 한다. 이 경우 furnished unit이라고 부른다. 또한 D/W 빌리는 것처럼 소파, 책장 들의 가구도 다달이 빌리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계약

 

앞서 언급했듯이 아파트마다 floorplan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선 봐야 결정을 할 수 있다. 제일 먼저 leasing office를 찾아가 대략적인 소개를 받고 여러가지 floorplan에 대해서 소개를 받은 다음에 보고 싶은 floorplan이 있으면 보여 달라고 하면 된다. 아파트는 대체로 가족 수가 적은 소규모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의 원룸이라고 말할 수 있는 studio, 방 하나 화장실 하나를 의미 하는 1B(bed) 1B(bath), 그리고 커 봐야 2B 2B 정도이고 3 Bed 이상은 잘 찾을 수가 없다. 물론 leasing office에서도 원하는 floorplan에 해당하는 unit이 비어 있어야 보여 줄 수 있고, 지금 당장 빈 unit이 없다고 조만간 이사 나가는 unit이 있으면 언제부터 입주가 가능한지 알려 준다. 누가 이사를 나간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부터 바로 입주는 것은 일반적이 아니고 일주일 정도 점검하고 청소하고 그러고 나서 입주가 가능하다. 

 

볼 수 있는 빈 unit이 있으면 보통 leasing office에서 담당자가 방문할 사람들의 신분증, 즉 운전면허증을 받아 보관하고 해당 unit으로 안내해 준다. 일반적으로는 직접 들어 갈 unit을 보여 준다. 이걸로 위치도 파악해 볼 수 있어 너무 큰 길에 가까운 건 아닌지 등등을 알아 볼 수 있다.

 

구경한 unit이 맘에 들어 입주를 결정했으면 application이라는 신청서를 쓰게 된다. 여기에 입주자 이름 뿐만이 아니라 그 unit에서 살 사람들 이름을 모두 적는다. 보통 시, 카운티, 혹은 아파트 단지마다 해당 unit 사이즈에 따라 살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이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의 background check/credit check를 위해서 application fee라는 것을 받는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계약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이 금액은 돌려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보통 한달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deposit으로 함께 낸다. 말하자면 보증금인데 월세를 제때에 안 낸다거나 혹은 이사 나간 후 unit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 아파트에서 수리 후 그 금액만큼을 차감한 후 돌려 준다. 아파트 경험이 두번 밖에 없고 그 두번 모두 큰 문제 없이 살다가 나왔기 때문에 deposit 금액을 모두 돌려 받았지만 개인 주택을 임대한다거나 아주 골치 아픈 아파트 관리 회사를 만나면 이 deposit 금액을 거의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종종 분쟁으로 간다고도 한다.

 

그렇게 application과 몇장의 다른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일단 아파트 계약은 끝난 셈이 된다.

 

 

아파트 관리 서비스

 

아파트 unit 자체의 주인은 아파트 관리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가 모든 수리, 관리를 한다. 단지 내의 모든 시설물, 수영장, coin laundry 시설, 잔디, 기타 건물에 대한 모든 보수 유지 뿐만이 아니라 unit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아파트 관리 회사가 책임지는데 예를 들어 집 전구가 나갔어도 leasing office에 이야기 하면 새 전구를 가져다 준다. 이렇게 단지 전체를 유지/보수 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 소속된 maintenance team이 한 부서로 존재한다.

 

San Jose/CA에 살 때 난방은 전기 히터 방식이었는데 안방에 있는 히터가 고장난 적이 있었다. Leasing office에 이야기 하니 두어 시간 후에 maintenance 하는 직원이 찾아 왔고, 히터가 아애 고장난 걸 확인하고는 새걸로 주문해 교체해 주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나에게 따로 비용이 청구되지는 않는다.

 

Austin/TX에서는 에어컨에서 생기는 물이 빠지는 구멍이 막혀 물이 넘쳐 흐른 적이 있었다. 이 때도 역시 leasing office에 연락했는데 한번 수리 후 다시 한번 물이 넘쳤는데다가 그걸 발견한 건 토요일 오후, leasing office 문을 닫은 후였다.  이럴 때는 emergency line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메세지를 남기면 바로 maintenance 하는 분들이 24/7으로 찾아온다. Emergency인 경우는 물 파이프가 터졌다거나 겨울에 히터, 혹은 여름에 에어컨이 고장난 경우, 가스가 새는 등의 아주 위급한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after-hour에 오시는 분들은 아애 아파트 단지 내에 상주하는 분들이다. 아파트에 무료로 혹은 훨씬 저렴한 렌트비로 unit을 제공 받고 살면서 대신 이런 emergency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지만 살다 보면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만일 이게 내가 소유한 주택이었다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손수 해결해야 하지만 아파트에 살면 office에서 모두 관리해 주니 그게 장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이든 분들은 그래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내가 신청해야 하는 서비스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면 모든 공과금, 즉 전기/물/가스 유틸리티 등이 모두 한 고지서, 소위 말하는 아파트 관리비라는데 통합되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통합된 것이 없고 모두 각각의 서비스 회사에 직접 연락을 해서 account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사를 하게 되면 내가 사는 그 주소지에 서비스를 하는 전기 회사, 상수도/하수도 회사, 인터넷, 가스를 사용하는 경우 가스 회사가 어디인지를 알아 보고 해당 회사 customer center에 전화를 해서 account를 만들어 account number를 받고 언제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인지 알려 주어야 한다. 쓰레기의 경우 보통 시에서 담당하는데 아파트 단지의 경우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에는 trash pick-up도 신청해야 한다.

 

반면에 이사를 나가는 경우에는 다시 일일이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해서 며칠 며칠 날짜로 account를 닫아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요청할 때 보통 새로 이사가는 주소를 물어 보는데 account를 닫고 나서 미납금이 있거나 deposit 한 경우가 있으면 새 주소로 고지서를 보내 주거나 refund check를 보내 준다.

 

만일 새로 이사가는 지역도 같은 서비스 회사이면 이 때는 transfer 신청을 해서 새 주소와 함께 이사 날짜를 알려 주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이사 날짜에 맞추어 예전 주소 서비스를 중단하고 새 주소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실 전기/상수도/하수도/가스 등은 서비스 시작과 중단 시에 뭔가 물리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어짜피 그 unit에 전기는 항상 들어 오고 있고 물도 항상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서비스 개시 신청을 하면 해당 날짜에 직원이 나와 그 날짜 기준으로 미터를 새로 읽고 간다. 그래야 그날부터 쓰는 정확한 용량을 청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를 한다는 건 정말 복잡한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함을 의미한다. 동사무소 전입전출 신고가 없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Monthly payment / 아파트 월세

 

미국에는 전세라는 것이 없고 전부 다 월세이다. 월세는 보통 해당 월 1일에 납부하지만 많은 경우 10일 정도의 grace period를 주기도 한다. 즉, 해당 월 10일까지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사를 할 때는 딱 1일에 맞추어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가는 경우 소위 prorate 라고 해서 일별로 나눈 만큼 지불한다. 즉, 15일에 입주를 하게 되면 그 달치 월세는 한달치의 반을 내는 것이다.

 

아파트는 대부분 큰 단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방의 갯수, 화장실의 갯수가 다른 여러 종류의 unit이 있어 가격이 다른데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도 하고 또 당시의 시장 가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아이들 학년이 끝나는 여름 방학 시작부터 새 학기가 시작하는 8월 초까지가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 맞추어 이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때에 비어 있는 unit을 찾으면 높은 가격의 월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단기, 즉 3/6/9개월 계약을 하느냐, 혹은 1년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월세가 달라진다. 당연히 계약이 길어 지면 질수록 월세가 싸 진다. 

 

계약 기간이 끝나갈 시점이 되면 leasing office에서 3/6/9/12개월 단위로 계약 갱신을 할 경우 각각 월세가 얼마나 될건지 새로 고지를 해 준다. 그것을 기준으로 계약을 갱신하면 된다. 한창 성수기 때에는 월세가 비싸지만 비수기, 즉 겨울 시즌에는 조금 싸지는데 이 때 흔하게 제공되는 것이 1 month free라는 것이 있다. 즉, 1년 계약을 하면 한달치 월세를 빼 주겠다는 것이다. 또 입주자 추천이라는 것도 있어 아는 사람이 이 아파트에 입주할 때 referral 받은 사람이 있냐고 적는 칸이 있는데 여기에 이름을 적으면 referral reward, 즉 소개비 같은 것이 나온다. 예전에 아는 집이 옆 동으로 이사 왔을 때 referral을 한 적이 있는데 $300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그 집과 $150씩 나누어 가졌다.

 

계약이 장기로 이루어졌는데 사정에 따라 일찍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계약서에 보면 early termination penalty, 즉 계약 기간을 다 못 채웠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어떤 경우는 남은 기간까지 전부 책임져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한달치 월세를 penalty로 내고 끝낼 수도 있다. 

 

San Jose/CA에서 살 때는 중간에 집을 사서 이사를 하게 된 경우였는데 이사 후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 올 때까지 남은 기간까지 전부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였다. 다행이도 한달만에 새로운 입주자가 생겨서 한달치 월세만 더 내었다. Austin/TX에서는 간단히 한달치만 penalty로 내는 것이라 일단 1년 계약 후 옮겨갈 집을 산 후에 큰 문제 없이 옮겨 갈 수 있었다. 

 

San Jose/CA에서처럼 남은 기간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 경우 sub-lease를 구하기도 하는데 아파트 unit은 내 이름으로 계약이 되어 있으면서 이걸 다시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 주는 것이다. 보통 이럴 때는 현 시세보다 조금 싼 월세로 sub-lease 할 사람을 구하게 되는데 장점은 내가 월세 전부를 부담할 필요없다는 것이지만 아파트 회사와의 계약은 내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내 책임이라는 것이다. 만일 sub-lease 들어 온 사람이 unit 내의 물건을 부수거나 할 경우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아파트 회사에서는 sub-lease를 금지하는 경우도 있고 몰래 sub-lease를 하는 경우 거기에 대한 penalty가 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계약서에서 찾을 수 있다.

 

 

아파트 계약 해지

 

이제 살만큼 살고 나가는 경우 적어도 60일 전에는 leasing office에 이사 나가겠다고 알려야 한다. 이것도 계약서에 보통 명시되어 있다. 그 달 말일까지 살지 않고 중간에 나가는 경우 마찬가지로 prorate 해서 그 달치 월세는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달치 월세를 전부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 unit은 실제로 언제 이사를 나가든지 그 달 말일까지만 비워주면 된다. 그리고 실제 내가 나가는 날을 기준으로 모든 utility 회사에 연락을 해서 account를 closing 하거나 새로 이사가는 집으로 transfer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이사 나가는 날 leasing office에서 나와서 walk-through라는 것을 하기도 하는데 같이 unit을 둘러 보며 어디 상한 곳이 없는지 문제없이 잘 썼는지 확인해 보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leasing office에 열쇠를 반납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새로 우편물을 받을 주소를 확인해 주어야 한다. Leasing office에서는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 만일 수리할 부분이 있다거나 하면 deposit 금액에서 그만큼을 제하고 그 내역을 closing statement로 만들어 남은 금액을 check로 만들어서 새 주소로 보내 준다. 아파트 계약 해지 후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이 이 deposit 돌려 받는 것인데 수리를 한 경우 반드시 그 수리 영수증을 첨부해서 보내 주어야 한다. 일부 악덕한 아파트 관리 회사를 만나는 경우 별의별 내용의 수리 내역을 청구하기도 하는데 새로운 페인트 칠이라든가 카펫의 작은 부분 얼룩이 생긴 것을 가지고 전체 카펫을 새로 교채한다든가 하는 청구를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아파트 관리 회사와 싸우고 논쟁해야 하는데 과정/절차도 복잡하고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 골치 아픈 상황이 되기도 한다. 다행이 나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었는데 심심치 않게 아파트 회사, 혹은 개인집을 렌트한 경우 deposit 문제로 속을 썩이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2003년 출장 왔을 때 아는 지인이 San Francisco에서 San Jose 쪽으로 이사 한다고 해서 같이 저녁 먹고 San Francisco 집에 박스 옮기는거 도와주러 갔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어느 출입문 같지만 놀랍게도 엘리베이터 문이다. 이 문을 열면 종종 영화에서나 보던 격자무늬로 생긴 미닫이 철문이 보인다. 문 옆 왼쪽에 동그란 버튼 같은 것이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단추. 건물 자체가 워낙 오래 되었다 보니 이런 엘리베이터가 아직도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