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미국 일상 생활 이야기

미국 정착기 - 신용카드/Credit Card - 하나

by 피터K 2022. 2. 26.

한국에서는 정말 쉽게 발급 받던 신용카드, credit card를 미국에 오자마자 발급 받으려고 하면 대부분 바로 거절되기 쉽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신용카드, credit card는 말 그래도 "신용/credit"에 따라 발급되기 때문에 카드 발급의 첫 과정인 credit score 점수 확인에서부터 막히기 때문이다.

 

앞서 한번 언급한 것처럼 credit score는 사회보장번호, 즉 SSN에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에 바로 온 사람은 체류 조건에 따라 SSN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만들 수 없을 수도 있고,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는 SSN의 경우 credit score 자체가 높게 나오더라도 history가 짧다는 이유로 credit score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각 은행에서는 credit card와 비슷한 secure card라는 것을 발급해 준다. Credit card는 사용자가 이 한도까지는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그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고, secure card는 사용할 한도 만큼의 금액을 미리 은행에 deposit 해 놓고 그만큼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에 $3,000을 미리 deposit 해 놓고 그 금액 한도까지인 secure card를 발급 받을 수 있다. Deposit한 $3,000은 CD (Certificate of Deposit)라는 적금 형태로 계좌가 만들어 진다. 이 secure card의 사용법은 일반 credit card와 똑같다. 다만 한도가 $3,000이고 고지서 나올 때마다 쓴 만큼 갚으면 된다. CD에 적금 형태로 묶여 있는 $3,000은 그 나름대로 이자가 붙는다. 

 

이런 식으로 짧게는 6개월, 혹은 1년 정도 사용하고 나면 보통 이런저런 카드 회사에서 credit card를 만들라고 우편물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광고는 광고라 처음에는 뭐라도 다 해 줄 것처럼 선전하지만 막상 credit card 신청을 하고 나면 거절되거나 혹은 신용한도/credit line이 낮게 적용되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 계속 사용하게 되면 점점 credit line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시점에서 더 이상 secure card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면 해지하면 되고 CD에 묶여 있던 금액 $3,000은 이자와 함께 돌려 받을 수 있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처음 credit card를 만들었을 때의 첫 credit line, 즉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얼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통 $5,000에서 $10,000 사이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도 계속 사용하다가 credit line을 올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카드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하고 나면 매뉴 중에 request credit line increase라는 항목을 선택하면 지금 현재 월 수입이 얼마인지 묻는데 사실대로 입력하고 나면 하루나 이틀 후에 결과를 알려 준다. 물론 요청한다고 해서 다 올려주지는 않는다.

 

이 이외에도 카드사가 알아서 올려주는 경우도 있는데 한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매달 잘 갚아 나가고 있으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credit line을 올려 주기도 한다. 예전에 American Express (AMEX)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큰 아이 일년치 학원비를 내느라 거진 $10,000 정도를 결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AMEX 카드의 credit line은 $12,000 이었는데 이 $10,000 결재 후 며칠 뒤 집으로 AMEX에서 우편물이 날아 왔길래 너무 많이 사용해서 경고 편지이거나 혹은 내가 사용한게 맞는지 확인하는 우편물인 줄 알았는데 credit line을 $15,000으로 올려 준다는 우편물이었다.

 

Credit line은 카드의 한도, 즉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금액인데 보통 credit score가 높을수록 credit line을 높여 갈 수가 있다. 하지만 credit score를 산정하는데 있어서는 credit line도 중요하지만 그 범위 안에서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즉 같은 $10,000 credit line이 있을 때 매월 $8,000을 사용하고 갚는 사람보다 매월 $3,000을 사용하고 갚는 사람이 credit score가 높다고 한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없지만 보통 credit line의 30% 내외에서 사용하고 매월 사용 금액을 다 갚는 것이 credit score 관리에 제일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어느 카드를 사용하든지 늘 들었던 말이 "몇개월로 해 드릴까요"라는 할부 문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만일 "3개월로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다음 달 카드 결재시 알아서 1/3씩 나누어서 청구되었고 거의 대부분이 무이자 할부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런 할부가 없다. 처음부터 "몇개월로 해 드릴까요"라는 질문 자체가 없고 사용한 금액 전부에 대해서 다음 달 카드 결재시 청구가 된다. 

 

하지만 무이자 프로그램이 아애 없는 건 아니다. 종종 사용 금액 전체에 대해서 무이자 프로그램이 있다거나 혹은 특정 구매에 대해서 6개월/12개월/24개월 무이자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한국에서의 할부와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그 기간동안 균등한 금액만큼 나누어서 청구되지만 미국에서는 그 기간만큼 이자를 유예해 주는 방식이다. 즉, $1,000 짜리를 12개월 무이자 프로그램으로 샀다면 다달이 얼마씩 갚는지는 상관없고 다만 12개월 내에 전부 갚기만 하면 된다. 즉, 첫달에는 $10만 내도 되고, 다음 달엔 $50, 혹은 여유가 있으면 $300 이렇게 다달이 내고 싶은 만큼만 내면 된다. 물론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지만 "Minimum Payment Due"라는 것이 있어서 적어도 이 금액만큼은 반드시 내야 한다. 다만 12개월이 끝나는 날까지 원금을 다 내지 않았다면, 혹은 "Minimum Payment Due" 보다 적게 냈다면 그동안 유예해 두었던 이자 전체를 바로 청구하게 된다. 

 

24개월 무이자 프로그램이 적용된 경우의 Statement

 

위 statement 항목을 보면 2020년 11월 22일에 $1257.23 어치 구매를 했고 24개월 무이자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있다고 나온다. 그 항목 맨 마지막에 보면 2022년 12월 11일까지 다 갚아야 하고 지금까지 갚고 남은 금액 (New Balance)은 $345.23, 그리고 유예된 이자 (Deferred Interest Charges)는 총 $218.43라고 적혀 있다. 만일 2022년 12월 11일까지 다 갚지 않으면 유예된 이자가 추가로 청구 된다. 그리고 그 때쯤이면 유예된 이자는 $218.43보다 더 많아져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서 볼 점은 "일반구매 (REGULAR)" 항목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반구매 항목과 무이자 할부구매 항목이 섞여 있으면 매달 갚아 나가는 금액의 계산이 아주 복잡해진다. 총 금액이 청구되지만 매달 갚아 나가는 금액은 우선적으로 일반구매 항목의 금액만큼, 그리고 아직 변제하지 않은 일반 구매 항목의 금액에 먼저 적용되고 그래도 남으면 그때서야 이 무이자 항목의 금액으로 넘어간다. 아주 복잡한 구조인데 쉽게 말하자면 돈은 갚아 나가더라도 가급적 이 무이자 항목에 적용되는 금액이 최소화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어떻게든 나중에 이자가 발생할 여지가 생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예제로 보여준 위의 statement는 내가 사용한 Best Buy 상점의 credit card 고지서이다. 어느 금융사에서 credit card를 발급했든지 기본적으로 VISA 혹은 MASTER, AmericanExpress 카드 시스템을 사용하므로 credit card에 이 시스템 로고가 붙어 있다. 그래서 어느 상점에서나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무이자 프로그램은 해당 상점에서 발급한 credit card를 사용해야만 적용 받을 수 있다. 즉, 내가 주로 사용하는 credit card는 Citi Bank에서 발급한 VISA 카드이지만 이 카드로는 Best Buy에서 무이자 프로그램을 적용받을 수 없다. Best Buy에서 이러한 무이자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Best Buy에서 발급하는 Best Buy MASTER credit card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각 상점에서의 무이자 할부라든가 5% 적립, 혹은 5% 상시 할인 같은 프로모션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려면 그 해당 상점에서 발급한 credit card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로 사용하는 credit card 이외에 서로 다른 상점의 credit card를 몇장씩 새로 발급 받아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