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첫 회사였던 현대전자/하이닉스는 산학 때문에 입사가 결정되어 있던 상황이었고
마무리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어 회사에 이야기 해서 신입 사원 연수도 건너 뛰었기 때문에
그야 말로 첫 출근날 바로 회사로 출근했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첫 날을 시작했더랬다.
그리고 팀의 절반 이상은 산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큰 어색함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생애 첫 출근이라고 양복에 넥타이 깨끗하게 매고 출근했다. 주로 엔지니어 출신이라
팀원 중에, 차장님과 부장님, 그리고 이사님 포함해서, 정장 입고 출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바로 다음 날부터 일상복, 청바지 혹은 면바지, 그리고 소위 폴로티라고 부르는
복장으로 출근했다.
두번째 회사였던 벤처 회사는 어짜피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라 첫날부터 편안한 복장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첫 미국 회사. 어짜피 대부분 얼굴들은 알고 있던 상태라 역시 편안한 복장으로 첫 출근을
하려 했지만 와이프가 강력하게 주문해서 완전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색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 주던 secretary가 생각난다. 그 어색한 웃음은 아마 정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그렇게 안 입기 때문이다. 여기가 그 유명한 실리콘벨리 아니더냐.
복장은 복장이지만 미국 회사에서의 첫날은 보통 여러가지 서류 작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서류 작업은 한국에서는 결코 해 보지 못했던 작업들이었다. 대강 생각나는 것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거의 20년 전인 2004년과 최근의 입사 과정은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그 때
이야기와 함께 최근에는 어떤지도 비교해 보려 한다.
1. 월급 받기 위한 계좌 등록
여기서도 월급은 은행 계좌로 바로 들어 온다. 그 계좌 등록을 위해서는 두 번호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계좌 번호, 그리고 두번째는 routing number라는 것이다. 이 routing number가 대체로
어느 은행 어느 지점인지를 나타는 번호라고 알고 있다. 최근에는 그냥 번호만을 적어 내는 걸로
쉽게 해결하지만 그 때만하더라도 신청 서류에 personal check 하나를 VOID 라고 쓰고 함께 냈다.
이 personal check에 계좌 번호와 routing number 모두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월급은 서로 다른 계좌로 나누어 받을 수가 있다. 즉 70%는 이 계좌로, 나머지 30%는
또 다른 계좌로 받을 수가 있다. 예전에 듣기로는 이게 이혼 후 자녀 부양비 같은 것을
자동으로 보내기 편하라고 그랬다는데 얼마나 진실인지 모르겠다.
2. W4 작성
한국에서 직장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금의 원천 징수 금액이 정해져 있고
사실 그냥 주는대로 받으면 되었다. 연말 정산이라고 해서 나중에 일부 돌려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 절차는 대부분 간단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모든 것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나중에 세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겠지만 우선 이 원천 징수 금액을
개인별로 정할 수가 있다. 정확한 금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된 allowance 라는
것을 정하게 되는데 그 숫자에 따라 어느 정도 미리 세금을 떼어 둘지 정할 수가 있다.
가장 낮은 숫자 0는 많은 금액을, 숫자가 높아질수록 적은 금액을 원천 징수 금액으로
정하게 된다. 이 숫자를 정해서 제출하는 form이 W4이다. 그러면 월급 계산하고 통장에
넣어주는 payroll 부서에서 (혹은 out-sourcing된 외부 회사에서) 이 숫자를 기준으로 세금을
먼저 떼고 내 통장으로 월급을 넣어 준다. 이렇게 세금 원천 징수 금액을 조정하는 이유는
세금이 총 수입에 대해서 붙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통장 이자가 발생하면 세율이 정해져 그만큼 세금을 내고 받지만 미국에서는
통장 이자가 발생해도 미리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해 12월 31일까지 생긴 모든 수입을
모두 정리한 다음 그 총 수입에 대해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총 수입을 알지 못하면 세율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총 수입 내역이 다르기 때문에, 즉 월급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자 소득, 주식 소득, 배당 소득, 혹은 임대를 주고 있어 거기서 생기는 소득 등등, 다른 소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야할 총 세금 금액은 그해 12월 31일이 되기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숫자를 높게 써서 월급 받을 때마다 세금을 적게 떼어 놓으면 세금을 적게 내는게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말처럼 이건 원천 징수 세금이다.
매년 4월 15일까지 지난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총 수입을 전부 계산해서
소위 말하는 세금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려면 정확히 내야 할 세금이 정해지는데 만일
원천 징수 금액이 내야 할 세금 보다 적으면 그만큼 더 내야 하고, 반대로 원천 징수 금액이
많으면 돌려 받게 된다. 많은 경우 세금을 돌려 받기 때문에 원래 이름인 tax report가
아니라 tax return이라고 많이들 이야기 한다.
지금이야 이렇게 이게 뭔지 잘 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게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회사에 한국 사람도 하나도 없어 누구에게 딱히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거기에
적힌 설명대로 숫자를 계산해 보니 6이란 숫자가 나왔다. 그대로 W4 form에 적어 냈더니
secretary가 이거 너무 높은거 아니냐고 했는데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다다음 해 (왜 다음 해가 아니었는지는 나중에 세금에 관한 이야기 할 때
설명하련다) 원전 징수 금액이 너무 작아서 $1,000 가까운 세금을 더 냈어야 했다. 그제서야
이걸 이해하고 부지런히 W4 숫자를 바꾸었다. 다행이 이 숫자는 연중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 그러면 다음 번 혹은 그 다음 번 월급 나올 때부터 원천 징수 금액이 달라진다.
3. 정보 보호를 위한 서류 및 사인하기
퇴직과 이직이 비교적 자유로운 대신 각 회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따라서 입사 할 때 정말 십여장에 달하는 무척 많은 서류에 사인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입사하게 되면 이전 회사에서 얻은 자료 등은 쓸 수 없으며 이전 회사의 기밀이나 특허에
해당 되는 내용은 사용할 수 없으며, 또한 회사를 나가되면 이 회사에서 얻은 정보를
사용할 수 없고, 또한 1년 이내에 이전 회사 사람을 recruit 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퇴사 후
1년 이내에 이 회사 사람을 recruit 할 수 없다는 등등, 별의별 항목 등이 적힌 서류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워낙 많은 서류에 사인을 하고 그 내용이 법률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보통 HR 사람이 옆에 앉아 이 서류는 어떤 내용이다 설명해 주고
사인해야 곳을 알려 준다. 다 사인하고 나면 복사본을 주거나 혹은 사인했다는 서류 등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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