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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취업 이야기

미국 취업 도전기 - 넷

by 피터K 2021. 11. 5.

여전히 하이닉스를 다니던 2004년 초 다시 한번 미국 출장의 기회가 잡혔다. 약 일주일동안 실리콘 벨리에 

 

있는 한 회사에서 하이닉스가 구매한 EDA solution에 대한 교육이 잡혔는데 거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전화 인터뷰 기회 조차 잡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에 이 미국 출장의 기회를

 

이용해 보기로 맘을 먹었다.

 

 

2003년 출장 당시 나에게 offer를 주었던 회사를 합병한 그 회사도 찾아가 보았었다. 지금은 EDA 업계 2위인 회사인데 난 지금 이 회사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EDA 업계는 참 좁은 곳이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모든 지인을 총동원하다시피해서 미국 출장 중에 인터뷰를 볼 수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다행이도 한 일본인 친구가 자신의 다른 일본인 친구가 있는

 

회사에서 마침 같은 분야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친구를 통해 내 resume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팀의 director로부터 출장 기간 중에 인터뷰를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몇사람과 인터뷰를 볼 지까지 정해진 정식 인터뷰가 되었다.

 

사실 offer를 받았던 첫 회사의 경우 정식 인터뷰가 아닌 담당 매니저와의 대화가 전부였고

 

두번째 한국계 벤쳐 회사도 한시간 정도 그 쪽 회사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두 모여 나와

 

conference call 스타일의 전화 인터뷰를 가진 것이 인터뷰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에 이런 대면

 

technical interview는 처음 접해 보는 경우가 되어 버렸다.

 

 

출장은 나 뿐만이 아니라 세 사람이 더 동행했는데 교육을 마치던 날이었던 목요일 오후

 

그 회사로 향했다. 안내를 받아 한 conference room으로 안내가 되었고 HR 사람과의 간단한

 

인사와 진행 절차에 대한 소개, 그리고 3명 정도의 실무 엔지니어들이 한사람씩 들어와

 

내가 건낸 resume를 기반으로 여러 질문을 던졌고 난 거기에 맞추어 내가 한 일들과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화이트보드에 써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맨 마지막으로 나와 연락을 했던 director를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만간

 

연락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호텔로 되돌아 왔다.

 

지금이야 이런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걸 잘 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식의

 

인터뷰는 처음 경험해 보았고 몇시간에 걸쳐서 관련된 주제, 그리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도 영어로 떠들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말 진이 다 빠진다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인터뷰 내내 분위기는 좋았다. 질문들이 대부분 내가 무엇을 해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었고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왔는지 설명하는 것이었으니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2년 가까이 아침마다 영어 회화 공부했던 것이 이런 자리에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영어 실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은 단어 공부가 아니라

 

문법에 맞던지 안 맞던지 한마디라도 직접 해 봐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자꾸 말을

 

하다 보면 결국엔 서서히 문법도 제법 맞아 간다.

 

 

지금에야 벌써 미국 회사 생활을 오래하고 여러 내가 인터뷰를 본 경험, 그리고 사람을 뽑기 위한

 

인터뷰어가 되어 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이런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인상을 주는지도

 

꽤나 중요하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해 보면 잘 통하는지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해 내는지, 아니면

 

정말 그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때의 경험을 되돌이켜 보면 인터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데려올 만큼의 가치를 보여 주었느냐인데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게 아닌가 싶다. 즉, 실리콘 벨리 안에서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 취업비자까지 해 주면서 데려와야 할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면 

 

어느 정도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지만.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되돌아와 몇번 더 director와 연락을 해 보았는데 그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인터뷰 결과는 좋았는데 회사 전체적으로 hire freeze 라는 것이었다. 사실인지

 

아니면 핑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유가 무엇이든지 결론은 세번째 기회도

 

역시 안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교적 인터뷰는 잘 한 것 같은

 

느낌이어서 실망이 크긴 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미국 취업이 벽이 정말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이제는 어쩌면 이게 안 될지도 모르는 도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 취업 도전은 접기로 하고 새로운 방향을 잡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