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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미국 취업 이야기

미국 취업 도전기 - 다섯

by 피터K 2021. 11. 7.

계속 하이닉스에 있었던 이유는 그마나 찾아 오는 본사 EDA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서

 

그 기회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과 연락/인맥을 좀 만들어 보려는 것이었는데 이제 미국 취업

 

도전을 그만하게 된다면 더 이상 하이닉스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게다가 하이닉스에서는 점점 더 사무적인 일이 더 많아지고 있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삼성 전자 반도체 사업부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삼성 전자 반도체 상무님께 연락을 해서 옮겨 갈 수

 

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바로 삼성 전자 인사팀과 면담을 주선해 주셨다.

 

그래서 하루 휴가를 내고 삼성 전자 인사팀 분을 기흥 삼성 전자 반도체로 찾아가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 분으로부터 받은 첫번째 질문은 내가 몇살이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지금 삼성으로 들어 오면 직급이 어느 정도 될 건데 2-3년 후엔 바로 진급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기존에 계속 삼성에서 진급해 올라온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진급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아주 자세한 설명까지 해 주셨다. 

 

 

그 때는 그런 질문과 설명에 대해서 사실 기분이 조금 나빴다. 내가 무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이가 몇살이고 그러면 어떤 직급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몇번 미국 회사들과 인터뷰를

 

해 보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더더욱 불편하고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회사의 인사팀, 즉 HR 사람들이나 나를 인터뷰 했던 분들은 내가 몇살인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질문 한 적이 없었고 내가 무얼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 한국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인사팀 담당자분이 생각하고 고려해 줄 수 있는 사항은 내 나이와 직급, 그리고

 

추후의 진급 사항이 전부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20년 전 한국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나이와 직급, 그런 것들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절이었다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분 입장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상무님이 추천해 주시긴 했지만 

 

삼성 내에서 넘쳐나는 그저 그런 박사 학위 연구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날의 대화에서 제일 중요하고 현실적이었던 문제는 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이었다.

 

이게 정확히 법적으로 뭔가 지정되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하이닉스나 혹은

 

삼성전자를 퇴사한 사람은 서로 다른 회사로 1년 내에는 취업이 금지된 그런 조항이었다.

 

이건 순전히 고용자 입장에서 만들어진 조항이지 사실 피고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불합리한

 

조항일 수 밖에 없다. 만일 연봉이나 처우 등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도 회사를

 

옮겨 가기가 어렵다는 뜻이된다. 나중에 미국 회사 생활에 대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회사 기밀을 빼서 나가는게 아니라면 일반 엔지니어 레벨에서는

 

그런 동종업계 이직 금지는 없다. 그런 것이 참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삼성이나 

 

하이닉스에서 임원급 인력을 해외에서 영입할 때는 어디 출신, 특히나 경쟁사 출신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정작 일반 엔지니어 레벨의 인력이 옮겨 가는 것에는

 

그렇게 까다롭게 군다는 것이다. 

 

 

결국 그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인사팀 분에게서 들은 최종 결론은 당장 이직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상무님의 추천이 있으므로 삼성으로의 입사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나 그 동종업계 이직 금지 때문에 어느 다른 곳에 1년 정도 있다가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고민 후 예전에 하이닉스에서 EDA 개발하던 분들이 퇴사해 만든 벤쳐 회사에 연락을

 

해 보았다. 전에도 한번 언급 했듯이 거기에 계시는 거의 모든 분들을 대학원 산학 과정 때부터

 

함께 일하던 분들이었고 전혀 낯선 분들이 아니어서 그 쪽 사정만 허락한다면 그 회사로 가기로

 

했다. 벤쳐 회사이다 보니 회사의 복지 같은 거야 하이닉스에 비할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내 전문 분야, EDA를 계속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 때는 이 회사가

 

미국 회사에 합병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어쩌면 그렇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모든 것이 잘 안 되면 일년이 지난 후에 삼성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러 생각과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미국 취업을 더 이상 고집할 것이 아니라면

 

분위기도 바꾸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렇게 2004년 5월,

 

하이닉스를 퇴사하고 이 벤쳐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몇달간은 정말 재미 있게 일을 했다. 하이닉스에서는 일과 시간의 반 이상을 여러가지

 

서류, 보고서, 벤더들과의 연락, 그리고 설계자들에 대한 지원에 할애해야 했고 개발은 정말

 

일부 시간에만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주 업무 자체가 EDA 개발이었으니 말하자면 하고

 

싶은 걸 하는 직장 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가고 있던 그해 8월 말쯤 뜻하지 않은 전환점이 생기게 된다.

 

 

 

나를 뽑아준 회사 입구. 미국으로 출국해 도착한 일요일 당일, 한번 찾아가 보았다. 내일 아침이면 이 회사로 출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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